"좀비가 주인공"…'군체', 연상호 감독의 진화된 세계관(종합)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5.20 17:47 / 수정: 2026.05.20 17:47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
21일 개봉
배우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전지현 구교환(왼쪽부터)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전지현 구교환(왼쪽부터)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연상호 감독과 전지현의 만남만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군체'가 제79회 칸영화제를 사로잡고 국내 극장가에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0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은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로,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이정표를 세우고 넷플릭스 '지옥'으로 디스토피아 세계의 정점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군체'는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고 돌아왔다. 이에 연 감독은 "축제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저희 영화를 선보인다는 게 너무 좋았는데 오늘 IMAX에서 관객들과 함께 보니까 더 좋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지현은 "저희 영화를 소개하러 간 감사한 자리였는데 배우로서 큰 용기와 힘 그리고 에너지를 얻고 왔다"고, 지창욱은 "매일이 감격스럽고 설레고 긴장되고 행복했다"고, 김신록은 "영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격렬한 환대를 목격한 꿈같은 시간이었다. 우리 영화를 넘어 영화 자체를 향한 존중과 찬사인 것 같아서 이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얼른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가운데)은 당대 사회의 잠재적 공포를 고민하다가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해서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이로부터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연상호 감독(가운데)은 "당대 사회의 잠재적 공포를 고민하다가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해서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이로부터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이어 연 감독은 AI(인공지능)가 구동되는 원리로부터 시작된 '군체'의 출발점을 회상했다. 그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했고 AI를 들여다보는데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이게 세지다 보니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진다고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역으로 인간다움이라는 건 개별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다만 처음부터 좀비물로 기획했던 건 아니라고. 연 감독은 "당대 사회의 잠재적 공포를 고민하다가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해서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이로부터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이후에 최규석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교류하면서 잘못되든 옳은 방향이든 일종의 업데이트 과정을 거치는 좀비 집단으로 풀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지현은 생명공학자이자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먼저 그는 "관객들이 권세정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져들고 그의 선택을 함께 고민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의 가장 큰 포인트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전지현은 생명공학자이자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서예원 기자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전지현은 생명공학자이자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서예원 기자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을 통해 좀비물에 한 차례 발을 들였던 전지현은 "'군체' 속 좀비들의 동시적인 연결성이 흥미로웠다"며 "기존의 감염자들은 개별적인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저희는 알 수 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큰 덩어리로 움직이는 거였다"고 차별화된 매력을 언급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타고난 피지컬을 활용해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했던 전지현이지만 이번에는 위험을 헤쳐나가는 인물인 만큼, 지금껏 보였던 것과 또 다른 결의 액션신을 소화한다.

이와 관련해 전지현은 "교수가 갑자기 액션을 잘해도 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권세정이 어떤 상황에서든 위기를 모면해 나가려는 인물이기 때문에 많이 절제하고 적정 수준을 지키면서 액션을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덧붙였다.

구교환은 감염 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 서영철로 분해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 '괴이'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다.

이번에도 빌런으로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그는 "저와 감염자들은 동선적이자 행위적으로 연결된 연기를 했다. 서영철이라는 인물을 100명의 감염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개념이 특별했고 든든했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지창욱은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이자 오랜만의 휴가에 자신을 만나러 온 누나와 함께 빌딩에 고립되는 최현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서예원 기자
지창욱은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이자 오랜만의 휴가에 자신을 만나러 온 누나와 함께 빌딩에 고립되는 최현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서예원 기자

지창욱은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이자 오랜만의 휴가에 자신을 만나러 온 누나 최현희(김신록 분)와 함께 빌딩에 고립되는 최현석을 연기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현석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 이런 위험에 처했을 때 가족에 대한 생각과 관계성의 취약성 등에 공감하면서 누나와의 관계성에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지창욱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급변하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식칼을 들고 좀비 집단을 제압하는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의 열연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연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는 봉에 식칼을 연결해 싸우는 거였는데 현석이가 겪는 극적인 변화 전후로 액션에 차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짧은 칼로 싸우는 걸로 바꿨다"며 "여러 컷으로 된 시퀀스였는데 지창욱이 액션을 너무 잘해서 그의 몸짓만으로 액션의 박진감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세워놓고 망원렌즈로 따라가는 정도로만 찍었다"고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신현빈은 의문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공설희로 분해 둥우리빌딩 외부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는 "저는 외부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자 가족이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이라서 감정의 밸런스를 잘 가져가려고 했다"며 "전문가적인 의견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어떠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지옥'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연 감독과 조우한 김신록은 최현석의 누나 최현희를 연기하며 남매의 관계성에 집중했다고. 그는 "현희는 누나이고 IT업계 종사자이자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기도 하다. 현석과의 정서적 연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시나리오에 구체적인 전사가 언급되지 않아서 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여러 이야기의 좀비 영화들을 선보였던 연상호 감독이다. 그는 "'반도'는 빠른 액션영화에 가까웠고 '군체'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깝다. 전작들은 클래식한 좀비와 공간의 결합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비 자체에 집중했다. 제가 만든 영화 중에서 거의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연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국에서 상영하니까 더 좋더라. 개봉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관객들과 만나게 돼서 기쁘다"고, 구교환은 "이제 '군체'는 관객들의 것"이라고, 지창욱은 "많은 분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군체'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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