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의 만남만으로 업계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군체'가 오는 5월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제79회 칸영화제 초청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경쟁력을 입증하며 더 큰 기대감을 심어준 가운데, 기세를 이어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군체'(감독 연상호)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이정표를 세우고 넷플릭스 '지옥'으로 디스토피아 세계의 정점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먼저 '군체'는 오는 5월 13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남부 칸에서 개최되는 제79회 칸영화제를 통해 공개된다. 이로써 연 감독은 2012년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부산행'과 2020년 '반도'에 이어 다시 한번 칸영화제로 향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의미 있는 한 줄을 새겨넣게 됐다.
'군체'가 이름을 올린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누아르 판타지 호러 등과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수의 작품을 엄선해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앞서 여기에 이름을 올렸던 연 감독의 '부산행'을 비롯해 '헌트' '베테랑2' 등이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이번에도 흥행을 향한 이유 있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전지현의 대체 불가한 존재감도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그는 생명공학자이자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연상호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능청스러운 매력과 특유의 캐릭터 소화력을 뽐냈던 전지현이다.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을 통해 좀비물에도 한 차례 발을 들인 바 있다. 그런 그가 결 다른 좀비물에 뛰어들면서 어떤 새로운 얼굴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그동안 보여줬던 폭넓은 연기를 압축해서 보여주더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연 감독과 재회하는 구교환 신현빈 김신록의 믿고 보는 호흡과 좀비물에 처음 뛰어든 지창욱의 거침없는 액션과 처절한 생존 연기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배급사 쇼박스가 올해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흥행 타율이 '군체'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 개봉한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가 26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장 보통의 연애'(2019) 이후 7년 만에 200만 고지를 밟은 멜로 영화가 됐다. 이렇게 로맨스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때에 흥행하며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을 넘어 독립적으로 완결된 멜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를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리며 역대급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었다. 또한 '살목지'(감독 이상민)도 개봉 40일째 누적 관객 수 315만 명을 기록하며 314만 명을 동원한 '장화, 홍련'(2003)이 세운 한국 공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23년 만에 갈아치우는 쾌거를 거뒀다. 그리고 그다음 타자로 나서는 게 '군체'인 것.
그동안 연상호 감독은 좀비와 재난 그리고 초자연적 설정 등을 통해 인간 군상과 사회 구조를 비틀어왔기에 이번에도 집단과 개인 그리고 시스템과 인간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해 집단의식이 중요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 지능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느끼는 잠재적 공포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재미는 물론이고 새로운 좀비들로부터 나오는 신선한 재미까지 예고했다.
지난해 연상호 감독은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한 '얼굴'을 스크린에 걸었다. 그리고 작품은 107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상업영화의 틀을 뛰어넘는 유의미한 도전으로 흥행도 성공시키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한국 영화계에 새 화두를 던졌던 그가 다시 제작비 약 200억 원과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이라는 과거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블록버스터로 돌아온 가운데,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또 한 번 굵직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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