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K-히어로물'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슈퍼히어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장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DC 확장 유니버스(DCEU)' 등이 대표하는 슈퍼히어로 장르는 그간 여러 히어로를 하나의 세계관에 연결시켜 영웅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세계관 자체의 팬층을 확보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영웅의 서사를 담은 다양한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수트 입은 초인이 아닌 일반적인 삶을 살고 싶은 학생, 동네에서 마주칠 법한 이웃에 가깝다. 평범한 얼굴을 한 인물들이 위기의 순간 뜻밖의 능력을 얻거나 숨겨온 힘을 드러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이 K-히어로물의 특징이다.
특히 히어로 각자의 사연과 감성에 초점을 둔 점이 영웅담을 기반으로 한 기존 해외 히어로물과는 다른 결을 만든다. 초능력보다는 사람의 서사에 힘을 싣고 익숙한 일상 안에서 영웅의 얼굴을 찾아내는 K-히어로물의 확장이 눈길을 끈다.

◆ '무빙', 한국형 히어로물의 가능성 증명
가장 먼저 2023년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각본 강풀, 연출 박인제)은 K-히어로 시리즈물의 가능성을 대중적으로 입증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맞서는 휴먼 액션 시리즈다.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스타 라인업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작품은 하늘을 나는 능력, 초재생 능력, 뛰어난 감각 등 초능력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 능력보다 인물의 삶과 가족 서사에 집중했다. 남들과 다름을 이상하게 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아이들,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과거를 감춘 채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부모들의 모습 등 한국에서 유독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동체 의식, 책임과 희생의 정서 등은 '무빙'을 기존의 히어로물과 차별되게 만들었다.
특히 총 20부작의 긴 호흡은 느린 전개에 대한 우려를 씻고,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를 세밀하게 쌓아 올렸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초능력을 화려한 볼거리로만 소비하지 않고 희생과 성장,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연결한 점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었다.
그 결과 '무빙'은 월 430만 이용자를 돌파하고 국내외 시상식을 휩쓰는 등 디즈니+의 대표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빠르게 시즌2 제작을 확정, 류혜영 설경구 등 새로운 얼굴의 합류 소식과 함께 이달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시즌2에서는 원작 웹툰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더 거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무빙' 시즌2는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하이파이브', 장기이식으로 초능력 얻은 보통 사람들
'하이파이브'는 보다 유쾌한 방식으로 히어로물의 색깔을 확장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배우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오정세 유아인 등이 출연했다.
작품의 핵심은 '평범한 사람들의 초능력'이다. 태권소녀, 백수, 작가 지망생, 공장 관리인, 야쿠르트 매니저 등 일상적인 삶을 살던 인물들은 장기이식을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 거창한 목적과 책임감을 가지고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을 떠안게 된 보통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는 점에서 한국형 히어로물 특유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특히 '하이파이브'는 코믹 액션의 결을 앞세운다. 능력을 얻은 이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다소 익숙한 설정을 할리우드식 히어로 서사가 아닌 동네 사람들의 좌충우돌 성장담으로 풀어내 웃음을 안긴다. 이에 작품은 누적 관객 수 약 189만 명을 기록하며 2025년 한국 영화 개봉작 중 7위를 기록했다.

◆ '테러맨', 재난을 보는 다크 히어로
다크 히어로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형 히어로 애니메이션도 최근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테러맨'(극본 한동우·고진호, 감독 엄상용) 은 불행을 감지하는 눈을 가진 고등학생 정우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테러리스트가 돼 거대한 음모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웹툰 스튜디오 YLAB(와이랩)의 히어로물 유니버스 '슈퍼스트링' 세계관에 속한 작품이다.
특히 작품은 2024년 제75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심슨 가족 시즌34 제6회 'Treehouse of Horror XXXIII(트리하우스 오브 호러 33)'' 연출에 참여한 엄상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무빙'과 '하이파이브'가 친근한 이웃들의 협력과 코미디를 보여준다면, '테러맨'은 혼자서 세상을 구해야 하는 한국형 다크 히어로의 정서를 전면에 세운다. 주인공은 재난을 막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영웅이 아닌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원작 특유의 속도감 있는 액션과 어두운 분위기를 살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테러맨'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원더풀스', 세기말 동네 히어로들의 탄생
'원더풀스' 역시 친근한 형태의 동네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극본 허다중, 연출 유인식)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 드라마다. 배우 박은빈 차은우 최대훈 임성재 손현주 김해숙 등이 출연한다.
'원더풀스'는 '무빙'과 '하이파이브'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하이파이브'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는 설정을 기반으로 '무빙'보다는 가벼운 분위기, 1999년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더해 새로운 정서를 만들었다.
특히나 어설픈 동네 사람들이 함께 위기에 맞서는 구조 역시 K-히어로물 특유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총 8부작으로 기획된 '원더풀스'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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