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룹 빅스(VIXX)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이재환이 무대 위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서 존재하면서 스스로에게 더 큰 힘을 새기고 있는 '나빌레라'로 말이다.
4월 17일 지방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나빌레라'에서 채록으로 분해 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환은 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재 당시 평점 1위를 기록하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나빌레라'는 삶의 끝자락에서 발레라는 꿈을 선택한 일흔여섯 노인 덕출과 불안한 청춘 속에서 방황하는 스물셋 청년 채록의 교감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2019년 초연과 2021년 재연 이후 삼연으로 돌아온 '나빌레라'는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서울예술단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채록 역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이재환은 이번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은 물론 전도유망한 발레리노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을 위해 어깨를 내리고 팔을 길게 뻗고 자연스러운 시선을 장착하는 등 기본기에 집중하며 약 2주 동안 발레를 습득해 나갔다고. 이날 앉아서 대화를 나누다가도 유려한 몸짓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이해를 도운 이재환은 4.5kg을 감량하며 발레리노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도 함께 언급했다.
"창작가무극이 처음이고 춤이 힘든 뮤지컬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빅스로 활동할 때도 메인보컬이다 보니까 춤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표정으로 많이 승화시키고 손가락의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어요. 분노할 때는 퍼트리고 할아버지를 티칭할 때는 섬세하게 모으는가 하면, 마지막에 달려 나와 점프하고 바닥을 휩쓰는 장면에서는 제 모든 감정을 손끝에 다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디테일을 챙겼어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팔다리의 선이 잘 드러나는,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서 중량을 치지 않고 속근육을 길렀어요. 캐릭터적으로는 채록이가 힘든 순간에는 어깨가 축 처져 보이게 하고 안무를 하거나 할아버지를 가르칠 때는 어깨를 펴고 팔을 길게 뻗으려고 했고요."
채록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고 발목 부상과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어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방황하지만 발레만큼은 놓지 못하는 스물셋 청춘으로, 생의 끝에서 발레를 선택한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하게 된 이재환은 해당 시기를 지나면서 겪었던 자신의 과거보다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픔을 떠올리면서 인물에 다가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노래를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는데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지 않으셔서 하고 싶은 걸 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채록의 상황이 깊게 공감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위암 4기로 하늘나라에 간 친한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채록이가 다리를 다친 것도 그렇고 건강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공연을 하면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드라마로 '나빌레라'를 접하고 이지니 연출이 강조한 뮤지컬 무대에서의 '섹시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1막과 2막에 이유 있는 변주를 주며 자신만의 채록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나간 이재환이다.
이에 그는 "채록은 가족의 건강 문제와 금전적인 이유 그리고 발목 부상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스트레스받지만 내면을 착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바라보며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예민해서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어린 친구의 날카롭고 거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2막에서는 진짜 채록이의 면모를 넣으려고 했고요. 어른이 아닌데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학생에서 진짜 할아버지의 손자이자 아들이 되려고 했죠."
2012년 그룹 빅스로 데뷔한 이재환은 2015년 '체스'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팀 활동과 함께 '햄릿' '잭더리퍼' '인간의 법정'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등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이는 멤버들과 함께하면서 배웠던 부분과 아쉬웠던 점을 뮤지컬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녹이고 해소해 가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와 끈기 있게 하는 법을 배웠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했고요. 가수는 길어야 5분 정도의 무대를 하는데 뮤지컬과 연극은 2~3시간 동안 이어지다 보니까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과 에너지가 확실하게 다르더라고요. 가수 활동을 할 때 개인적으로 부족했던 3%를 뮤지컬로 많이 채우고 있어요.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고 팬들의 눈빛을 보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나빌레라'는 얼핏 보면 대척점에서 전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덕출과 채록이 발레라는 공통분모로 얽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성장하는 걸 넘어 한 사람의 꿈이 다른 이의 현재를 움직이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렇게 착한 미덕의 힘을 지닌 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성장한 이재환은 지금 혹은 앞으로 채록이처럼 그 시기를 지날 청춘들에게 "짐을 혼자 다 짊어지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도움받으면서 주변에 기댔으면 좋겠다. 말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믿는다. 주변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책도 읽으면서 조금씩 버텨나갔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끝으로 그는 "'나빌레라'를 하면서 제가 많이 위로받고 있다. 무대 위에서 채록으로서 펑펑 울면서 제 나름대로 힘든 것들을 쏟고 털어내고 있는데 관객들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해보면 어떨까라는 말을 던지면서 힘을 드리고 싶다"고 의미를 되새기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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