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꽃이 피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4월,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들이 극장가에 걸리며 관객들에게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유쾌한 형사 버디물 '끝장수사'(감독 박철환)부터 온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체험형 공포 '살목지'(감독 이상민)와 청춘 공감 영화 '짱구'(감독 정우·오성호)까지, 다채로운 장르와 소재로 각기 다른 색깔을 자아내는 신작들이 잇따라 개봉할 준비를 마쳤다.
그렇기에 개봉 9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 상승세를 탄 SF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헤일메리'(감독 필 로드)를 제치고 존재감을 발산할 작품이 등장할지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4월 첫째 날 베일을 벗는 '소년심판'(감독 류광현)은 추리닝을 입고 주먹으로 학교를 평정한 여고생 민아(채원빈 분)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담은 코믹 학원 액션물이다.
작품의 기대 포인트는 채원빈의 새로운 얼굴이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영화 '야당' 등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얼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정의감이 가득한 힘을 숨긴 소녀를 연기하는 것. 채원빈은 풋풋한 여고생의 의리는 물론 강희구 윤현수 등 또래 배우들과의 청춘 케미도 형성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이어 배성우의 음주운전 논란과 코로나19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끝장수사'가 2019년에 촬영을 끝내고 약 7년이 지난 뒤인 오는 2일 스크린에 걸린다. 이는 디즈니+ '그리드' '지배종' 등으로 시청자들과만 만났던 박철환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배성우 분)이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신입 형사 중호(정가람 분)와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국내 유사 사례들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의 매력은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맛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베테랑과 신입이 투닥거리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동료로 발전하면서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뻔한 흐름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지루함보다 레트로한 감성을 부각시키는 것. 이를 이끄는 배우들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다채로운 케미를 완성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배우들의 복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배성우가 정의로운 형사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영화에 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하려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그다음은 체험형 공포로 관객들의 과몰입을 유발할 '살목지'가 출격한다. 이는 찍은 적 없는 형체가 로드뷰 화면에 포착되고 검고 깊은 물 속에 있는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목지에 들어서게 된 7명의 촬영팀이 맞닥뜨린 공포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오는 8일 개봉한다.
'살목지'는 여러 괴담 프로그램에서 금기된 장소로 거론됐던, 충남 예산에 있는 실제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배경으로 택한 이상민 감독은 자신의 첫 단독 장편 연출작에서 경제적이고 영리한 연출력은 물론 예상하고도 당하는 점프스퀘어 등으로 평소 공포 영화를 즐겨보는 이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여기에 버석한 얼굴로 '호러퀸'에 도전하는 김혜윤을 필두로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는 과하지 않은 액션과 리액션으로 신선한 앙상블을 선사하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도 15일에 개봉한다. 이는 촌스러운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소년 영옥(신우빈 분)과 그 이름을 지켜야만 하는 어머니 정순(염혜란 분) 그리고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 그날의 약속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로 전 국민을 울렸던 염혜란이 다시 한번 제주 어멍으로 돌아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홀로 억척스레 아들을 키워낸 정순으로 분한 그는 지워져 있던 어린 시절의 파편을 찾아 나서며 애틋하고 먹먹한 모자 서사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또한 '내 이름은'은 제주 올로케이션을 통해 평화롭고 찬란한 제주의 풍광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1949년 봄이 비극을 묵직하게 담아내며 개인의 사연을 넘어 국가 폭력이 앗아간 정체성이자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던 거대한 역사로 짙은 여운을 안길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장동윤은 감독으로, 정우는 감독 겸 배우로 4월 극장가에 출격한다.
장동윤의 '누룩'은 네 사람들만 아는 소문난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사랑하는 열여덟 소녀 다슬(김승윤 분)이 어느 날 막걸리의 맛이 변한 걸 느끼고 막걸리의 주재료인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15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이후 22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짱구'는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정우 분)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 드라마다. 정우를 비롯해 정수정 신승호 현봉식 등이 출연한다.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릴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바람'(2009)의 짱구가 17년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반가움을 안긴다. 이를 연기하는 정우는 꿈을 향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울 자취생의 거침없는 용기를 전하며 세상 한복판에서 생존해 나가는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이 외에도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새벽의 Tango(탱고)'(감독 김효은)와 오대환이 그리는 대환장 막장 코믹 가족극 '미스매치'(감독 손태웅)도 22일과 23일에 개봉한다. 여기에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감독이 된 장항준의 전작 '리바운드'(70만 명)가 약 3년 만에 재개봉하는 만큼, 흥행 스코어를 어떻게 새롭게 써 내려갈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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