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정민, '휴민트'로 넓힌 스펙트럼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2.13 10:00 / 수정: 2026.02.13 10:00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役 맡아 액션·멜로 모두 소화
"사람들의 평가가 좋으면 멜로에 더 가까이 갈 용기 생길 것 같아요"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샘컴퍼니

[더팩트|박지윤 기자] 가수 화사와 함께한 특별 무대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배우 박정민이 '휴민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타이밍 좋게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액션에 절절한 멜로가 더해진 작품으로 돌아온 만큼, 한층 더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고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박정민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관객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부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1일 스크린에 걸린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영화로, '베를린'(2013)과 '모가디슈'(2021)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이다.

먼저 박정민은 '휴민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2023년 영화 '밀수'의 무대인사를 돌던 중 류승완 감독으로부터 준비 중인 다음 작품과 관련된 내용을 들었다고 밝힌 그는 매력을 느낀 지점과 함께 연출자와 제작사 외유내강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아 액션과 멜로를 모두 소화했다. /NEW
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아 액션과 멜로를 모두 소화했다. /NEW

"직진성의 긴박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실지 궁금했고 이후에 톤앤매너를 듣고 마음에 들었어요. 멜로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글을 읽고 박건의 감정 상태에 따라 전복되는 걸 보면서 중요한 역할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고요. 감독님과 외유내강에 마음이 열려 있는 것도 맞아요. 제가 아무것도 아닐 때 중요한 역할을 주고 믿어 준 누군가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잖아요. 류 감독님과 합도 잘 맞아서 뭘 해도 재밌게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외유내강 작품 중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받았던 적도 없고요."

극 중 박건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으로,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되는 인물이다. 그는 매사 냉철한 판단력과 기민한 움직임으로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왔지만, 우연히 재회한 전 약혼자 채선화(신세경 분)로 인해 마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이를 연기하게 된 박정민은 '멋있고 목적이 분명하고 야생의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류 감독의 주문을 마음속에 새기고, '007'부터 옛날 홍콩 영화까지 여러 레퍼런스가 담긴 USB도 참고하면서 자신만의 박건을 만들어 나갔다.

또한 그는 쉽게 벽을 올라타고 거칠게 차를 몰면서 총을 쏘고 계단에서 상대방과 뒤엉켜 싸우는 등의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선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원치 않은 이유로 자신을 떠나게 되면서 폭력적으로 바뀐 인물의 여러 변화를 목소리와 말투 등에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박건은 원리 원칙주의자고 국가에 충성하고 이념적인 인간이라서 선화가 떠나게 되는 일도 벌어지잖아요. 원리 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 소중한 걸 잃고 심경 변화를 겪고 소중한 인물을 다시 마주했을 때 무너져 가는 자신의 신념을 마주하게 돼요. 그렇다 보니까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을 위해서 처절하게 싸우는 게 더 익숙하겠다고 판단했어요. 말보다는 침묵하고 오히려 떨어져 있는 걸로 표현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신세경과 멜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굉장히 아름다운데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강단이 있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NEW
신세경과 멜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굉장히 아름다운데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강단이 있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NEW

거칠고 예민하지만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거는 순애보적인 인물이다. 어떠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든 자신이 실제로 갖고 있는 특징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는 박정민은 이번에도 본인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서 박건과 비슷한 면모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단다.

"박건의 모든 표현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서 싸우고 총을 쏘는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하죠. 그런 면에서 제 안에 언젠가의 박정민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했어요. 촬영 10회차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뭔가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느끼고 그렇게 쭉 가거든요. 결론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안에 있는 무언가라고 추측하는 거죠."

그렇게 박정민은 말보다는 미묘하게 바뀌는 온도와 짜증 섞인 눈빛으로만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대사를 내뱉으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익숙했던 만큼 이는 다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그는 "속으로 말해도 표정이 너무 움직여서 화보를 찍듯이 만들어서 가자고 했다. 박건의 내면 상태를 촬영할 때는 무조건 선화를 생각했고 그를 생각하면 어떨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류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밀수'에서 장도리 역을 맡았던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전작과 전혀 다른 외적 비주얼을 장착하고 보는 이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 이는 촬영 전에 러닝을 하면서 부기를 빼고 얼굴의 여백을 정리하는 데 집중한 덕분이다. 또한 촬영 감독, 조명 감독과 사전에 만나 빛의 각도를 바꾸고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끝에 최고의 샷을 찾은 작업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밝힌 박정민은 박건과 채선화 사이에서 스킨십이 없는 이유도 들려줬다. 그는 "명분 없는 스킨십은 박건답지 않을 것 같았고 약해 보일 것 같았다. 배우가 연기하다가 명분이 없고 목적 없는 행동을 하면 어색하다. 자연스럽게 손이 잡고 싶은 것과 애절해 보이기 위해 하는 건 무드가 달라진다"며 "리허설 때 해볼까 했는데 어색해서 포기했다. 박건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명분 없는 스킨십은 하지 말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정민은 휴민트는 류 감독님의 기존 작품들과 다른, 클래식한 액션 영화다. 감정적인 것도 들어가서 재밌는 시도가 된 것 같다고 되새겼다. /샘컴퍼니
박정민은 "'휴민트'는 류 감독님의 기존 작품들과 다른, 클래식한 액션 영화다. 감정적인 것도 들어가서 재밌는 시도가 된 것 같다"고 되새겼다. /샘컴퍼니

그 결과 두 캐릭터의 절절한 멜로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되며 차갑고도 강렬한 첩보 액션물에서 애틋함과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에 박정민은 "신세경과 같이 작업하면서 기본적으로 그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많이 느꼈다. 카메라 앞에서 신세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인물로서 저를 압도하는 게 있어서 많이 기댔다. 굉장히 아름다운데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강단이 있는, 신기한 매력이 있다"고 함꼐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박정민은 화사와 함께 꾸민 축하 무대를 향해 쏟아진 뜨거운 관심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려는가 하면, 자신의 멜로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기에 그 자체가 배우로서 멜로라는 장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제가 멜로에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라 저의 멜로를 보는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 거죠. 도전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커요. 현재 일시적일 수 있지만 박정민의 멜로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시켜만 준다면 해보고 싶어요. 지금 멜로와 비슷한 게 나왔고 사람들의 평가가 좋으면 제가 더욱 (멜로에) 가까이 갈 용기는 생기겠죠."

강렬한 액션과 절절한 멜로의 중심에 선 인물을 만나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얼굴을 꺼내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한 줄을 새긴 박정민은 이제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휴민트'는 류 감독님 기존의 영화와 다른, 클래식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잘 구현이 된 작품이다. 감정적인 것도 들어가서 재밌는 시도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저는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성을 목표로 하는 인물을 연기해 봤는데 만족까지는 모르겠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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