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던 글의 여주인공이 된다는 건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다. 이를 놓치지 않고 첫 멜로에 도전한 배우 신시아는 그렇게 자신의 로망을 이룬 작품으로 연말연초에 관객들과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스크린에 걸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감독 김혜영, 이하 '오세이사')를 이끈 신시아는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첫 멜로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 분)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를 그린 영화다. 장편 데뷔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세이사'는 2021년 국내 출간 3개월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며 하반기 외국소설 판매 1위에 오른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영화화한 동명의 일본 영화는 2022년에 개봉했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두 청춘의 러브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누적 관객 수 121만 명을 기록했다.
"예전에 소설을 봤는데 감정선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고 흡입력이 좋아서 단숨에 잘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재밌게 본 소설을 영화화하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어서 행복했고,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해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죠. 일본 영화를 보고 촬영에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영향받을 것 같아서 다 끝내고 봤어요. 일본과 한국으로 배경이 다르니까 풍경과 장소의 차이가 있었는데 공통적으로는 원작이 가진 메시지의 힘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이야기의 매력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색을 자연스럽게 입혀야되는 과정에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이 같은 질문을 들은 신시아는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잘됐고 팬들도 많아서 책임감이 생겼다.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또 추영우와 함께 고민하고 리딩을 많이 하면서 기억을 잃는 소녀와 기억을 지켜주고 싶은 소년의 관계성을 잘 드러내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서윤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아 매일 기억을 잃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만큼은 잃지 않고 매 순간을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장난기 많은 소녀다. 이를 연기한 신시아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잃는' 설정을 단순히 연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이 처한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음날 아예 다른 인물이 되는 게 아니라 제 기억만 사라지는 거잖아요. 사랑하고 글을 쓰는 주체가 저니까 기억이 사라져도 충분히 마음이 갈 것 같았어요. 서윤이는 되게 고립된 상황에서 삶의 희망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만난 재원이의 존재는 생각보다 더 컸을 것 같고요. 그래서 저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신시아는 급식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평범한 여고생부터 기억을 잃은 채 막 잠에서 깨어나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등, 밝지만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그는 말간 얼굴로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했고, 추영우와 비슷한 그림체로 청춘들의 풋풋한 케미도 형성하면서 설렘과 아련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10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인 만큼, 순수하고 투명한 사랑을 보여주면 좋겠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서윤의 특징은 편견 없고 시선이 예쁜 거예요. 이게 재원에게 호기심을 갖고 관계가 진전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서윤의 예쁜 모습과 무심한 듯 다정한 면모를 섞으면서 10대의 풋풋하고 예쁜 사랑을 보여주려고 했죠."
이어 서윤과의 싱크로율을 75%라고 설명하며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언급한 신시아다. 그는 "단순하고 편견 없고 밝고 많은 친구와 두루두루 잘 지내기보다는 1~2명과 깊게 친해져서 노는 걸 편해하는 게 닮았다"며 "저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저한테 있는 모습을 꺼내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게 아니라서 인물에게 맞추려고 덜어냈던 부분도 있다. 저는 친해지면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인데, 풋풋한 설렘을 보여주기 위해 장난기를 뺐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추영우도 언급했다. 신시아는 "자신만의 색깔로 폭을 넓혀가는 배우다. 이번에 같이 하면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다 너무 좋다고 해줬다. 이렇게 긍정적인 말을 해줘서 저도 좋은 자극을 받고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며 "저는 멜로가 처음이라서 긴장감이 있었는데 추영우는 멜로를 해봐서 편하게 리드해 줬다. 상대방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끔 연기에 대한 리액션을 잘해준다. 옆에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1408: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2022년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로 데뷔한 신시아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영화 '파과'와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등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장르물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일상에서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멜로에 도전해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멜로를 해보니까 상대방과의 호흡과 감정선의 연결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이번에 멜로를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저의 추억도 꺼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어릴 때 한 번쯤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한 경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로망을 이룬 것 같아요."
이렇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한 줄을 새겨 넣으며 2025년을 마무리한 신시아는 "저와 다른 사람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현재에 감사하게 됐다. 서윤이가 돼보니까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당연한게 아니더라"며 "잘 살아지니까 내일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기대되는 거지 서윤에게 내일은 무서운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니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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