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한국 영화계의 거장 안성기가 향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혈액암 투병 중에도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며 관객들과 만나온 안성기. 무대와 스크린을 떠났다가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향년 74세.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실은 2022년 처음 공개됐다.
안성기는 2022년 9월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열린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 참석해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40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굉장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당시 다소 부은 얼굴과 쉰 목소리, 가발을 착용한 듯한 모습이 포착되며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고 이후 소속사가 혈액암 투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안성기는 활동 의지를 놓지 않았다. 2022년 제58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건강이 아주 좋아지고 있다.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들을 만나겠다"며 활동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故 강수연 추모전 개막식을 비롯해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 제10회 들꽃영화상, 제43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 등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안성기는 2011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창립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5년간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영화 연극예술인 자녀 장학금지원 사업,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등을 이끌었다.
투병 중에도 입원 치료를 마치면 주요 회의와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영화계를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채널A '뉴스 TOP 10'에 따르면 그는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재단 업무에 열정을 다했다. 남혜연 대중문화 전문기자는 "쓰러지기 5일 전까지도 회의에 나서 '우리 정말 건강하자. 나는 매일 운동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투병 중에도 건강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특히 작품 얘기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영화 '칠수와 민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에서 함께하며 영혼의 파트너로 불린 배우 박중훈은 지난해 방송 등에 나와 "안성기 선배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했다. 안성기는 60대 중반에도 액션영화 주연을 맡으며 왕성히 활동했으나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1952년생인 안성기는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이후 '바람 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남부군' '투캅스'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다. 아역 배우로 출발한 그는 69년간 17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다.
2003년 출연한 영화 '실미도'는 한국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이후에도 '라디오스타' '부러진 화살' '화장' '한산: 용의 출현' 등으로 관객들과 꾸준히 만났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서는 송강호와 함께 가장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그는 1992년부터 20년 넘게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고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으로 영화 산업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입회했다.
고인의 유작은 2023년 개봉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을 보좌한 어영담 역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된다.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이 운구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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