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다시 뜨거워진 '트롯 오디션'…이유 있는 '재점화'
  • 강일홍 기자
  • 입력: 2025.12.29 00:00 / 수정: 2025.12.29 00:00
'미스트롯4' 선공, '현역가왕3' 뒷심…트롯 오디션 2막
'아마추어에서 현역으로' "오디션 중심축이 바뀌었다"
현역가왕3는 기획 의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미 활동 중인 현역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실력과 경력, 자존심이 정면 충돌하는 구조다. 사진은 현역가왕3에 도전한 솔지. /MBN 현역가왕3
'현역가왕3'는 기획 의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미 활동 중인 현역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실력과 경력, 자존심이 정면 충돌하는 구조다. 사진은 '현역가왕3'에 도전한 솔지. /MBN '현역가왕3'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트롯 오디션 열기가 다시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이번엔 단순한 인기 경쟁이 아니다. '현역'이라는 무기를 앞세운 두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맞붙으며, 트롯 예능의 다음 단계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문은 TV조선이 먼저 열었다. '미스트롯4'는 첫회(18일) 전국 시청률 10.8%(닐슨코리아 기준), 2회(25일) 14.8%를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한 주 뒤인 23일 첫 방송된 MBN '현역가왕3'는 '8%'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응답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일단 '미스트롯4'의 우세다.

물론 단순 수치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스트롯4'와 '현역가왕3'는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미스트롯4'는 여전히 스타 탄생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대학부, 유소년부, 타장르부, 현역부를 아우르며 차세대 스타 발굴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현역가왕은 트롯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의 원조 서혜진 PD 사단이 설계한 이 시리즈로, 시즌1에서 전유진, 시즌2에서 박서진을 배출하며 현역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더팩트 DB
'현역가왕'은 트롯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의 원조 '서혜진 PD 사단'이 설계한 이 시리즈로, 시즌1에서 전유진, 시즌2에서 박서진을 배출하며 '현역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더팩트 DB

미스트롯4, '차세대 스타 발굴 서사' 정체성 유지

반면 '현역가왕3'는 기획 의도가 아예 다르다. 이미 활동 중인 현역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실력과 경력, 자존심이 정면 충돌하는 구조다. 기존 아마추어 오디션과는 확연히 결을 달리한다. '잘하면 뜬다'가 아니라, '이미 뜬 사람들이 얼마나 버티고 증명하느냐'의 싸움이다.

'미스트롯4'가 초반에 강력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완성형 참가자들의 연속 등장, 역대 최다 마스터 20명 체제, TOP7이 아닌 TOP5 체제, 결승 진출자에게 그룹 신곡을 제공하는 파격 특전, 그리고 장윤정 마스터가 직접 작곡·프로듀싱을 맡는다는 설정은 오디션을 넘어 아이돌식 시스템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여기에 유소년부와 대학부가 만들어내는 감정 서사, 미스코리아 출신 정연우, 배우 이엘리야 등 타장르 출신 참가자들의 신선함, 블라인드 평가까지 더해지며 '볼거리의 총량'을 극대화했다. 첫 회 두 자릿수 시청률은 이러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미스트롯4는 여전히 스타 탄생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대학부, 유소년부, 타장르부, 현역부를 아우르며 차세대 스타 발굴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TV조선 미스트롯4
'미스트롯4'는 여전히 스타 탄생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대학부, 유소년부, 타장르부, 현역부를 아우르며 차세대 스타 발굴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TV조선 '미스트롯4'

현역가왕3, 숫자보다 무서운 건 '뒷심'과 '시청층 차이'

'현역가왕3'에 대한 기대감은 더 강렬하다. 출발은 조용했지만, 구조는 오히려 단단하다. 트롯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의 원조 '서혜진 PD 사단'이 설계한 이 시리즈는 후반부에 힘이 실리는 서사 구조로 이미 검증을 마쳤다. 시즌1에서 전유진, 시즌2에서 박서진을 배출하며 '현역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은 특히 '마녀 심사단'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통해, 활동 경력 도합 400년에 달하는 선배 가수들의 평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단순한 점수 경쟁이 아니라, 트롯 내부의 세대·가치·기준 충돌을 보여주는 장치다.

금잔디, 정미애, 홍지윤, 솔지, 차지연 등 이미 무대 경험이 풍부한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무대 하나하나가 '오디션'이라기보다 경연 콘서트에 가깝다. 이런 무게감은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를 붙잡는 힘이 된다.

미스트롯4는 첫회(18일) 전국 시청률 10.8%(닐슨코리아 기준), 2회(25일) 14.8%를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사진은 미스트롯1과 미스트롯2의 우승자 송가인 양지은(왼쪽부터). /더팩트 DB
'미스트롯4'는 첫회(18일) 전국 시청률 10.8%(닐슨코리아 기준), 2회(25일) 14.8%를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사진은 '미스트롯1'과 '미스트롯2'의 우승자 송가인 양지은(왼쪽부터). /더팩트 DB

트롯 오디션은 불확실한 시대·익숙한 정서·노력과 경력 증명되는 장르

중요한 건 두 프로그램이 같은 시청자를 두고 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스트롯4'는 가족 단위, 전 연령층을 겨냥한 확장형 콘텐츠다. '현역가왕3'는 트롯 팬덤과 업계 시청자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밀도형 콘텐츠다.

이 점에서 첫 회 시청률의 차이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대신 완주율과 화제성, 그리고 후반부 상승 곡선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역가왕' 시리즈는 중반 이후부터 서사가 깊어지며 입소문을 타는 구조다.

트로트 열기를 이어갈 또 하나의 불씨는 두 달 후 선보일 무명 트롯가수들의 대결장이다. MBN '무명전설, 트롯 사내들의 서열전쟁'은 내년 2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남자 가수들의 생존 경쟁이라는 콘셉트는 '미스터트롯' 이후 잠잠했던 남성 트롯 시장에 다시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트롯 오디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 산업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청자들이 트롯 오디션에 다시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불확실한 시대, 익숙한 정서, 그리고 노력과 경력이 무대 위에서 즉각 증명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의 성장 서사에서 현역들의 생존 경쟁으로, 트롯 오디션은 지금 또 한 번 진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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