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오세이사', 뒷심 부족한 청춘 멜로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12.24 10:00 / 수정: 2025.12.24 10:00
한국 감성으로 재탄생한 청춘들의 풋풋하고도 아련한 사랑 이야기
'스크린 데뷔' 추영우·'첫 멜로' 신시아의 만남
24일 개봉한 오세이사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 영화다. /㈜바이포엠스튜디오
24일 개봉한 '오세이사'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 영화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원작은 큰 힘이 되면서도 걱정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다. 많은 사랑을 받은 이야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자연스럽게 더해 기존 팬들과 새로운 관객들을 모두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지점에서 한국판 '오세이사'는 리메이크의 매력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결과물로 남을 듯하다.

24일 스크린에 걸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감독 김혜영, 이하 '오세이사')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신시아 분)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 분)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 영화다. 장편 데뷔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교통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서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리셋되는 그는 매일 아침 방 안에 도배된 메모와 써놓은 일기를 다시 들여다보며 지워진 부분을 채워나간다.

이렇게 고단하지만 지치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서윤의 일상에 재원이 들어온다.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짝꿍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거짓 고백을 한 재원을 받아준 서윤은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연락은 되도록 간단하게 할 것.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추영우(위쪽)는 삶의 목표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자신과는 정반대인 서윤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해 가는 재원 역을 맡아 스크린 데뷔에 나서고, 신시아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지만 장난기 많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매사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서윤으로 분해 첫 멜로에 도전한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추영우(위쪽)는 삶의 목표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자신과는 정반대인 서윤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해 가는 재원 역을 맡아 스크린 데뷔에 나서고, 신시아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지만 장난기 많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매사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서윤으로 분해 첫 멜로에 도전한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서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메모하면서 재원을 알아가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있는 재원은 무료했던 일상에서 설렘이라는 생소한 감정을 느끼며 점점 변화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고 놀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깬 서윤은 재원을 알아보지 못하고, 서윤의 비밀을 알게 된 재원은 이를 일이게 적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그의 오늘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 앞에 예상치 못한 이별이 찾아온다.

'오세이사'는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리고 이를 영화화한 일본 작품은 2022년에 개봉했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두 청춘의 러브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10~20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누적 관객 수 121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한국에서 지난 8월까지 전 세계 최초로 창작 뮤지컬도 공연됐다.

이미 여러 버전으로 대중과 만났던 '오세이사'를 재해석할 결심을 한 김혜영 감독은 주변 인물들의 분량을 줄이고 두 주인공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두 청춘이 처음 만나 가까워지고 편해지고 사랑을 쌓아나가는 감정을 귀엽고 풋풋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원작보다 더 밝고 설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공간과 인물들의 행동으로 한국 감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세이사가 누적 관객 수 121만 명을 기록한 동명의 일본 영화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세이사'가 누적 관객 수 121만 명을 기록한 동명의 일본 영화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주인공들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재원이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후의 이야기가 매우 빠르고 매끄럽지 않게 전개되는 것. 그렇기에 보는 이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고조되면서 슬픔과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 가운데 첫 멜로에 도전한 신시아는 제 몫을 해낸다. 그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 평범한 여고생부터 기억을 잃은 채 막 잠에서 깨어나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등, 밝지만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말간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한다.

추영우는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남고생의 어리숙함과 풋풋함을 다양한 표정에 담으며 새로운 얼굴로 작품의 한 축을 책임진다. 다만 "나 운동 싫어해"라는 대사를 내뱉은 후 각 잡힌 자세로 우유팩을 힘차게 던지는가 하면, 건강한 팔과 함께 부각되는 핏줄 등 그의 건장한 비주얼과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인물의 설정이 동떨어져서 몰입이 방해되는 부분들이 꽤 있다.

그럼에도 기억을 잃는 소녀와 기억을 채워주는 소년의 무해하고도 계산적이지 않은 사랑은 보는 것만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모두가 겪었던 풋풋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하며 따뜻함을 안겨준다. 12세이상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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