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한국 영화계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독립영화들이 신선한 소재와 놀라운 완성도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직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은 올해의 독립영화들과 더 다양한 작품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서울독립영화제를 조명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업계의 현실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최근 스크린에 걸리고 있는 독립영화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한국 영화계에 작지만 확실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창작자들과 관계자들이 발 딛고 있는 업계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먼저 독립영화들을 위한 극장은 물론 멀티플렉스(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여러 지점까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개봉작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독립·예술 영화의 상징이자 시네필(Cinephile)들의 아지트였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가 문을 닫았다. 2010년 씨너스 명동을 이어받아 영업한 지 15년 만이다. 2022년 임대 계약 문제로 인한 영업 종료의 위기를 딛고 관객들과 만났지만 결국 최종 폐점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아트하우스 2개관을 CGV강변 및 CGV동대문으로 이전해 운영할 예정이다.
단일 스크린으로 시작해 한국 최초 멀티플렉스 시스템 도입 극장 중 하나였던 서울극장은 2021년 영구 폐업했고, 대한극장도 독립·예술영화관의 침체와 상업영화 중심의 흐름 속에서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렇게 한국 영화의 역사 그 자체였던 단관 극장들은 물론 지역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들도 계속 사라지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점점 감소했다.
이는 멀티플렉스의 시장 독점과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계의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관객 수가 감소함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고객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고정적 적자를 발생시키는 가운데, 임대료 상승으로 운영비가 감당 불가 수준이 되면서 현실적으로 운영을 이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 멀티플렉스의 독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계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관객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결국 이들은 K-POP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이나 스포츠 생중계 등을 진행하고 일부를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바꾸면서 극장을 보다 다채롭게 활용하기 위해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독립영화들이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렵다기 보다 이제는 이를 선보일 상영관 자체가 적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작 및 배급 지원 예산도 줄어들면서 생태계 전반의 기반 자체가 약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지역영화문화 활성화 사업 8억 원과 지역영화 기획 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 4억 원 등 총 12억 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영화진흥위원회의 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지역 독립영화제들은 기존 지원 대상에서 탈락됐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도 지난해 지원 예산 전액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었으나 올해 4억 원의 예산 복원으로 되살아난 것.
다시 말해 개성 강하고 신선한 메시지가 담긴 독립영화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제작·배급·상영 환경은 여전히 제약이 크다. 낮은 제작비와 제한된 홍보 여건, 멀티플렉스 중심의 시장 구조와 지역 기반 상영 인프라 축소가 지속됨에 따라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물론 영화진흥위원회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방안일 뿐이고,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 증가가 곧 생태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특수한 사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장기 생존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더팩트>에 "여전히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좌석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시간대에 상영되는 게 어려운 환경이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홍보할 수 있는 비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관객과의 대화나 무대인사 등을 통해 작품을 알려야 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시네마테크 등 독립영화를 상시 상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드는 등 극장 운영과 관련해서 지원해야 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어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할 수 없지만 결국 무조건적인 지원이 답"이라며 "흥행이 될지 안 될지를 따지기 전에 지원 사업을 늘려가면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 또한 영화 상영 시간대 등을 고려하는 정책도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감독 A 씨는 "상업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잘되는 것도 아니고 독립영화라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아니라서 이제는 모든 걸 개별적으로 봐야되는 것 같다"며 "이 가운데 긍정적인 건 20억 미만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가 많아질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 상업영화가 힘드니까 컴팩트한 제작비를 들인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불행 속에서 희망을 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우들도 도전적인 선택을 해야되는 것 같다.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가 다 합심해야 하는 것 같다"며 "저도 단편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감독으로서 관계자들을 알아가고 인연을 쌓으면서 협업으로 이어지는 게 영화제의 기능이라는 걸 느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해주는 장인데 폐쇄적이면 이러한 커뮤니티를 쌓기 어렵다. 분명 영화제도 더 되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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