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윗집 사람들', 선명해진 감독 하정우의 세계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11.30 08:00 / 수정: 2025.11.30 08:00
감독 겸 배우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공효진·김동욱·이하늬를 만나 더 사는 차진 말맛
12월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이포엠스튜디오
12월 3일 개봉하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파격적인 소재로 쉴 틈 없이 펼쳐지는 차진 티키타카에 휩쓸리다 보니 어느새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도달해 있다. 그럴듯한 차진 말맛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든 게 아닌, 그 안에 진짜를 담으며 의외의 여운까지 남긴 '윗집 사람들'이다.

오는 12월 3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 분)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 분)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로비'(2025)를 선보였던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이하늬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현실과 유머를 적절하게 섞은 신선한 소재와 날 것의 대사를 예측 불가한 호흡으로 완성하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이하늬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현실과 유머를 적절하게 섞은 신선한 소재와 날 것의 대사를 예측 불가한 호흡으로 완성하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 분)와 현수(김동욱 분)는 각방을 쓰고 소통은 메신저로만 하는, 불같던 결혼 생활이 아닌 그저 같은 집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서 매일 밤 지나치게 활기찬 소리를 내는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 분)과 수경(이하늬 분)에게 고통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심 윗집 부부가 궁금했던 정아는 정신과전문의인 수경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가 하면, 이사 공사 소음을 참아준 걸 핑계 삼아 6개월 만에 자신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수는 이를 기회로 매일 밤 소음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걸 말하기로 결심하고, 정아는 그런 남편을 극구 말린다.

그렇게 불편하고 불안한 저녁 식사 자리가 이어지던 중 윗집 부부는 정아와 현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한다. 과연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진 저녁 식사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을 자신만의 색깔로 새롭게 그려낸 하정우는 '동거인'으로 시작해 '미지와의 조우' '나이로비 사파리 클럽' '강강수월래' '매치 포인트'로 이어지는 5개의 챕터로 영화를 전개한다.

그는 층간소음이라는 이웃 문제를 시작으로 이웃집 간의 식사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발칙하고도 비현실적인 대화를 펼쳐내더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경지의 솔직함과 파격으로 뻗어나간 후 부부 내면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는, 창의적이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기분 좋은 웃음과 충격을 안긴다.

윗집 사람들은 감독 겸 배우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은 감독 겸 배우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대부분의 장면이 아랫집 부부의 집에서 펼쳐지지만 크게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감각적인 집의 인테리어 소품도 눈에 띈다.

아랫집 부부로 만난 공효진과 김동욱은 권태로움을 느끼는 부부의 현실적인 갈등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며 자연스러운 연기의 끝을 보여준다. 특히 저녁 식사와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 자체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는 김동욱의 리얼한 표정은 이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하늬는 뜬금없고 기상천외한 대사를 우아하고 점잖게 내뱉으며 색다른 에너지를 형성하고, 감독 겸 배우로 이름을 올린 하정우는 다른 세 배우에 비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호흡으로 맛깔나게 대사를 소화하며 충분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식탁에 마주 보고 앉은 네 배우는 현실과 유머를 적절하게 섞은 신선한 소재와 날 것의 대사를 예측 불가한 호흡으로 완성하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마냥 저급하고 자극적이고 야한 말만 오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웃음 타율이 좋고 취향과 경험에 따라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도 각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이기에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하정우가 자신의 색깔을 짙게 입히면서 유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녹인 '윗집 사람들'로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갑자기 등장하는 오달수의 존재는 굳이 싶다.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팬앤스타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2개 보러가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