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4365억 원의 음악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변혁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 각종 이슈와 논란에 휩싸인 음저협은 때마침 12월 16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번에야말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더팩트>는 음저협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이들이 말하는 변혁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았다. 더불어 제2의 저작권 신탁단체인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가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의원들이 가장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대상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였다.
10월 23일 진행된 국감에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음저협을 두고 "아주 썩어 문드러져 버렸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의원이 이날 지적한 음저협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불투명하고 방만한 운영이고 둘째는 폐쇄적인 회원 운영 방식이다.
그리고 실제 음저협 회원들이 느끼는 불편도 이와 비슷했다. 음저협 회원 A씨는 "일반 회원은 정산받은 금액이 정말로 맞는지 아닌지를 알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특히 정산금이 소액인 경우는 이상한 점이 있어도 '어차피 얼마 안 되니까'라는 생각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 버리는 게 대부분"이라며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 뮤지션이 정산금이 너무 적게 들어온 것 같아 협회에 따지자 다음 정산일에 몇 배가 오른 저작권료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깜깜이 정산이 많으니 계속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런 식으로 제대로 정산되지 않은 금액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음저협에 귀속된다"며 "소액 정산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식으로 협회로 흘러들어가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음저협 회원들이 정말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지점은 두 번째다. 취재하는 도중 만난 음저협 회원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현행 정회원 제도를 협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 음저협은 정회원 승격 기준을 '입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준회원 중에서 저작권료 분배금액 등을 기준으로 이사회에서 정한 별도 규정에 의거 승격된 자를 정회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매년 정회원으로 승격하는 회원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음저협에 가입된 회원은 5만 5544명이지만 정회원은 그 1.7%인 약 900여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소수의 정회원만이 음저협 회장 선출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특정 파벌에 의해 회장 선거의 향방이 결정되는, 기득권 세력의 장기 집권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다른 저작권 회원 B씨는 "음저협에 귀속된 미정산 금액이나 기타 수익이 회원 복지에 사용됐다고 해도 정확히 어디에 쓰였는지 준회원은 알 수 없다"며 "또 회원 복지도 결국 따지고 보면 다 정회원을 위해 쓰인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된 '회의수당'이나 '품위유지비' 등도 결국 남은 돈을 어딘가에 써야하기 때문에 만들고 늘린 항목이라는 생각이다"라며 "더군다나 현행 정회원은 자격이 사실상 무기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기득권을 유지하고 특혜를 누리려고 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음저협의 모든 문제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정회원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온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회원 자격이 종료되게 바꾸고 대신 승급 기준을 대폭 낮춰 더 많은 준회원이 정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내부에서부터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점이 외부로까지 불거져 나온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음저협의 신뢰에 크게 금이 간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9월 음저협 직원이 별도의 외부 법인을 설립해 업체 계약을 유도하고 금전적 이익을 편취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이와 함께 구글에서 지급한 유튜브 레지듀얼 사용료(권리자가 특정되지 않아 미지급된 금액) 1000억 원 중 700억 원이 정산되지 않은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음저협을 향한 비난의 강도가 커지자 이들 역시 급히 수습에 나섰다. 음저협은 비위 사건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한편 협회 운영의 투명성 등을 제고할 방법의 강화를 약속했다.
<더팩트>와 만난 음저협 관계자 C씨는 "직원 비위 사건은 자체적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특별조사위원회도 열었다"며 "이 결과에 따라 9월 30일 회원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협회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약속하는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C씨는 "문제를 일으킨 임원은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와 범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며 "이 사건은 내부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회원들이 맡는 감사와 별도로 회원이 아닌 협회 직원들로 구성된 감사실을 신설했다. 이 감사실을 상시 운영하며 앞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을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알렸다.
또 C씨는 유튜브 레지듀얼 사용료 미정산과 관련해서도 "사실 레지듀얼 사용료는 우리는 청구했는데 함께하는저작권협회가 청구를 안 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쪽에서 1차적으로 미정산 금액을 수령하라는 공지를 냈다"며 "빠르면 11월 중으로 레지듀얼 사용료를 확인하고 정산을 신청하는 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이 역시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음저협은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후속 조치가 필요한 사안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임의로 정산금을 적게 지급한다는 의혹이나 방만한 운영이라는 비난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씨는 "저작권료의 정산을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 정산이 덜 나왔다고 해서 확인해 보면 거의 다 본인이 오해하고 있는 경우다. 유튜브나 TV, 음반, 음원 등의 매체에 따라 정산 주기가 각각 다른데 이를 착각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정산금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방만한 운영'의 주요 타깃이 됐던 임원의 회의수당과 회장의 품위유지비 등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 그건 일반 회계로 집행되는 것이다. 협회에서 회원에게 정산돼야 할 몫에서 나가거나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좋지 않은 인식이 있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개선할 사항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음저협 쪽에서도 하고 싶은 하소연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국내 OTT 업체들의 저작권료 미납이 그렇다. 2020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저협의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했지만 국내 OTT 업체는 요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승인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소송은 2024년 음저협이 최종 승소했지만 국내 OTT 업체는 여전히 저작권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C씨는 "해외와 비교해서 OTT 업체에 징수하는 저작권료의 요율은 현저하게 낮다. 그런데도 국내 OTT 업체는 10년간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렇게 누적된 미납액이 1000억 원이 넘는다"며 "오히려 해외 OTT업체인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등은 해외 저작권 기준에 맞춰 더 많은 저작권료를 내고 있었다"고 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더 큰 문제는 국내 OTT 업체가 저작권료의 요율을 줄여달라며 계속 버티자 해외 OTT 업체도 '협상이 마무리되고 최종 요율이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 내겠다'며 납부를 중단한 상태다. 이를 우리가 반박할 수가 없다"라며 "이미 대법원 결정까지 난 사안을 두고 버티기로 나오는 국내 OTT 업체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애꿎은 창작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가를 향한 음저협의 볼멘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C씨는 "정확한 음악 저작권 징수를 위해 방송사는 방송에 사용된 음악들의 큐시트를 협회에 제공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의무 조항만 있고 처벌 조항이 없어서 국내 방송사 중 이를 제대로 제공하는 곳은 전무하다"며 "반면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는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큐시트가 아주 잘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방송사에서는 자기 방송에 어떤 음악이 사용됐는지 당연히 알고 있음에도 단지 '귀찮다', '인건비가 소요된다'는 이유로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결국 2022년부터 브로미스라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부족한 큐시트를 보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해외 저작권 징수에도 영향을 준다. C씨는 "예전에 해외 출장을 가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업체들이 우리에게 줄을 서서 문의하기도 했다. 미청구로 남아있는 금액을 빨리 정산하고 싶어서 그런 거다"라며 "그쪽에서 빨리 주고 싶어 하는데 큐시트가 부족해 어디로 지급돼야 하는지 모르는 미청구 금액이 엄청 많았다. 이런 걸 보면 우리도 씁쓸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음저협에서 또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공연권의 확대다. 음악을 각 매체를 통해 전송할 때 발생하는 전송권과 달리 공연권은 불특정 다수인의 앞에서 음악을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만 적용되던 공연권이 2018년부터 카페와 트레이닝 센터, 일반 주점까지 확대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음저협은 여전히 이 공연권과 전송권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당한 저작권료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와 비교해 국내 저작권료가 크지 않은 한 이유가 되고 있다.
C씨는 "해외에서는 공연권도 당연한 저작권자의 권리다. 오히려 저작권법이 잘 자리 잡은 해외의 사례를 찾아보면 '모든 매장에서 공연권료을 징수하되 법에서 지정한 특정 매장은 제외'하는 방식이라 훨씬 더 많은 공연권료를 징수한다"며 "우리나라는 반대로 '법으로 정한 일부 업종'만 징수하는 시스템이고 해외에 비해 요율도 훨씬 낮다. 그런데 이마저도 징수에 어려움이 많다. 공연권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권리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음악 저작권료 징수 기준을 '총매출'에서 '순매출'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음저협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도 이들은 오해라고 못 박았다.
앞서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는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되 수수료율을 높이는 개정안을 문체부에 제출했다. 총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현행 체계에서는 각종 수수료까지 매출액에 포함돼 있어 저작권료가 과다 산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주요 저작권단체는 찬성했지만 음저협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에 C씨는 "단순히 '반대한다'라고 하면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의견 수렴 과정일 뿐이지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의 내용이 아니다"라며 "쉽게 이야기해 저작권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기존 방식과 개정안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를 논의하는 자리고 단순히 의견이 달랐던 것이다. 우리가 반대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심의가 지연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국내 음악 플랫폼과 유튜브뮤직 등 해외 음악 플랫폼의 요율이 다르다는 지적도 단순히 징수규정에 따라 계약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이지 국내 플랫폼을 역차별한 게 아니다"라며 "간단히 설명하면 전송 서비스에 해당하는 음악 플랫폼은 전송 서비스 규정이 있고, 결합 서비스에 해당하는 유튜브는 결합 서비스 규정이 있다. 우리는 이 규정을 벗어나 계약할 수가 없다. 규정이 다르니까 당연히 계약 조건도 다른 건데 마치 우리가 국내 음악 플랫폼을 차별하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음저협 측은 "아무래도 우리가 신탁단체 중 규모가 크고 징수하는 금액이 많다 보니까 어떤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임원 비위 사건으로 불신을 키운 점은 우리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맞다. 하지만 음저협이 저작권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음저협에 남은 문제는 있다. 대다수의 준회원이 지적하고 있는 폐쇄적인 정회원 제도 개선과 준회원에 투표권 부여가 대표적이다. 또 AI 음악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나 회원 복지 증진, 투명성 제고 등은 음저협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지만 때마침 음저협은 12월 16일 제25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음저협 회장에 출마한 두 후보 김형석 작곡가와 이시하 작곡가를 직접 만나 음저협에 산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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