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어쩔수가없다', 웃기면서도 처절한 생존극이란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9.26 10:00 / 수정: 2025.09.26 10:00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강렬한 존재감 발산
손예진부터 염혜란까지…배우들의 새로운 얼굴도 관전 포인트
24일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
24일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우리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고용 불안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극단적으로 해결하려는 인물의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처절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분명 웃긴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박찬욱 감독 표 필사의 생존극 '어쩔수가없다'다.

지난 24일 스크린에 걸린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 분)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소설 'THE AX(액스)'를 원작으로 한다.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는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마치 목이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던 그는 3개월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가족들과 약속한다.

하지만 만수는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면서 면접장을 전전하고 만다. 이에 미리는 계속되는 생계난에 테니스와 댄스 수업을 그만 듣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만수가 어릴 때 살다가 어렵게 되찾은 집을 팔려고 한다.

이를 반대하는 만수는 무작정 '문 제지'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지만 반장 선출(박희순 분) 앞에서 굴욕만 당한다. 그럼에도 '문 제지'에 취업하기로 결심한 그는 자신을 위한 자리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고 경쟁자 범모(이성민 분)와 시조(차승원 분)를 직접 제거하기 위해 그들의 주변을 계속 맴돈다.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위쪽 사진의 왼쪽)은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미리로 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CJ ENM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위쪽 사진의 왼쪽)은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미리로 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CJ ENM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2022)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과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부문 한국대표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렇게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는 제목처럼 계속되는 취업 실패와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가장의 책임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경쟁자들을 직접 제거하기로 결심한 만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를 여러 모순과 딜레마가 둘러싸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강아지 두 마리는 부모님에게 맡기는가 하면, 죽이기 위해 총을 겨누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쟁자들이 지닌 저마다의 어쩔 수 없는 여러 이유에 공감하다가도 자신은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쉽게 내뱉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웃긴 데 마냥 웃을 수 없는 포인트들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불란서 주택 양식에 노출 콘크리트 기반의 브루탈리즘을 결합하면서 서정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만수의 집부터 각종 액자와 상장 등이 수직과 수평으로 구획된 공간에 자리한 화이트 톤의 범모의 집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장센을 즐기는 재미도 확실하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로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염혜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이 출연한다. /CJ ENM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로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염혜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이 출연한다. /CJ ENM

물론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이병헌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평범한 가장의 더 극단적인 심리와 행동 변화를 개연성 있게 그려낸다. 극 중 미리는 박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분량이 적은 여성 캐릭터이지만, 그럼에도 손예진은 충분히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을 꺼내며 신선함을 더한다.

여기에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은 적은 분량임에도 믿고 보는 활약을 펼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특히 염혜란은 이번에도 얼굴을 갈아 끼우는 열연을 펼치며 다시금 연기를 잘하는 배우임을 체감하게 한다.

다만 "박찬욱 감독님이 칸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천만 관객을 노리신 것 같다"는 박희순의 말만큼 굉장히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박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웃음 포인트가 많고 진입장벽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웃다가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갑작스러운 해고와 취업난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과 가족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결국 가족이 붕괴돼가는 아이러니한 전개 등은 많은 생각을 곱씹게 한다.

또한 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직접 제거하는 만수의 결심과 러닝타임 내내 숨 쉴 공간이 없는,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연출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국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어쩔수가없다'가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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