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중국 내 한류는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사실상 '8년의 장벽'에 갇혀 있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라졌고, K-POP 스타들의 공연은 철저히 막혔다. 대륙 무대를 호령하던 한류의 기세는 하루 아침에 자취를 감췄다. 한국 연예인들이 출연한 광고는 편집됐고, 팬덤이 주도하던 오프라인 이벤트도 모두 끊겼다. 그만큼 중국은 한류 산업에서 가장 크고도 '민감한 시장'이었다.
해빙 기류와 변화 조짐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감지되더니, 올들어 급속히 긍정적 신호로 바뀌었다. 한중 관계의 정치적 해빙 분위기와 맞물려, 문화 교류의 문호가 서서히 열리고 있고, 조심스럽지만 '제2의 대륙 한류 붐'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중국 OTT에 다시 공개됐고, 아이돌 관련 마케팅도 조심스레 재개됐다. 8년 가까이 단절됐던 장벽이 마침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20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TMA('2025 더팩트 뮤직 어워즈)'로 정점을 찍는다. 더팩트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K-POP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하는 대규모 시상식이다. 사드 이후 중국 땅에서 열리는 첫 한류 공식 대형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카오 개최는 본토에서의 전면적 개방을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중국 내 한류 재개를 알리는 뚜렷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하이브 SM JYP YG 등 주요 기획사들 '해외 팬덤 비중' 절대적
중국의 개방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K-콘텐츠 수출 시장이 단숨에 커질 수 있다. 드라마·영화·예능 포맷 판매는 사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음원·굿즈 소비는 그동안 확장된 K-POP 위상과 비례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팬덤은 한류 스타들에게 막대한 소비력을 보여왔던 만큼, 음반 판매량과 공연 매출이 눈에 띄게 회복될 수 있다.
이는 곧 엔터주 주가에도 반영돼 엔터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하이브·SM·JYP·YG 등 주요 기획사들의 매출 구조는 해외 팬덤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시장은 미국·일본과 더불어 핵심 축을 담당해왔다. 8년 동안 차단됐던 매출원이 다시 열리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물론, 콘텐츠 산업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런 기대감은 이미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공연과 팬미팅 일정이 본격화되면, 관광산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숙박·소비 등 중국발 관광 수요의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문화적 상징성이다. 한류는 단순한 대중문화의 흐름을 넘어, 양국 관계의 온도계 역할을 해왔다.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 정치적 긴장도 완화되기 마련이다. 이번 마카오 TMA는 중국이 한류를 다시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로도 해석된다.

◆ '제2의 대륙 한류붐' 기대감, 경제적 파급효과 '문화적 상징성'
물론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한류 개방이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중국 정부의 자국 문화 보호 기조 역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드 이후 8년은 한류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성을 입증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재개방을 반기면서도, 과거처럼 단일 시장에 쏠리는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류는 올해를 기점으로 '3차 부흥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중심의 1차 한류 신드롬에 이어 2010년대 K-POP 중심의 2차 붐, 그리고 올해 2025년 글로벌 팬덤과 중국 시장의 재개방 기대감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마카오 TMA를 '완전한 해빙 선언'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K-POP 한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TMA가 변화의 출발점이자, 그간 얼어붙었던 한류 물꼬의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정치와 문화, 경제가 교차하는 무대의 출발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전 세계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문화 현상이다. 중국 내 K-POP 음악시상식과 맞물려 월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TMA가 8년 만에 한류 물꼬의 기폭제로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는 가운데, 무대 위 한류 스타들의 노래와 춤은 그 답을 대신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