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선물"…'얼굴'에 담긴 연상호 감독·박정민의 진심(종합)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9.10 17:01 / 수정: 2025.09.10 17:01
새로운 제작 방식·배우들의 열연으로 의미 있는 작품 탄생
11일 개봉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한지현, 임성재(왼쪽부터)가 출연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예원 기자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한지현, 임성재(왼쪽부터)가 출연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연상호 감독이 박정민의 두 '얼굴'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의 언론시사회가 10일 오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은 온라인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나 "현지 반응이 뜨겁다.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날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박정민·권해효 분)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 '반도' '계시록'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초기작 '사이비'의 대본 작업 이후 곧바로 구상한 작품으로, 만화를 집필할 때부터 영화화를 꿈꿔왔다고.

이에 연 감독은 "제 자신이 성취와 성과에 집착할 때 '나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게 1970년대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근대사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착취당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갔다"며 "자신의 핸디캡을 이겨낸, 앞이 보이지 않는데 시각적인 예술을 하는 아이러니한 임영규와 그 정반대에 있는 정영희를 만들었다"고 출발점을 회상했다.

박정민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며 처음으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서예원 기자
박정민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며 처음으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서예원 기자

박정민은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을 모두 소화하며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는 "원작에 호감이 컸고 작가와 영화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구체적이고 묵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연 감독님이 사회에 투덜대는 영화를 좋아한다. 제가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뜻깊고 매력적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방송에서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고 밝혔던 박정민은 "준비 과정부터 촬영하면서까지 저의 아버지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그러한 이유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일종의 선물이 됐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임영규를 과감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한 박정민은 "자신도 한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을 구현하는 것이고 기억이 왜곡되고 증폭된 상황인 만큼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해도 좋을 것 같았다. 만화적이어도 납득될 것 같았다"며 "원래 연기할 때 생각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저조차도 보지 않았던 얼굴을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사이비' '반도' '방법: 재차의'부터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까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연상호 감독과 오랜 호흡을 맞춰 온 권해효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새기며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전각 장인 임영규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그는 "'반도'를 찍을 때 만화 '얼굴'을 봤던 기억이 있다. 또 연상호 감독과의 첫 작업이 '사이비'였는데 제 스스로도 '사이비'를 만들 때의 느낌이 들었다"며 "이번에 제작 방식도 연상호라는 사람이 감독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갖고 있는 가장 좋은 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영희 역을 맡은 신현빈은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정영희 역을 맡은 신현빈은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여기에 신현빈은 베일에 가려진 정영희를, 임성재는 평판 좋은 청계천 의류 공장의 사장 백주상을, 한지현은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김수진을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야기의 힘에 끌렸다는 신현빈은 영화에서 자신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는, 배우로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인물을 만나 열연을 펼친다. 그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렵고 두려웠지만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현빈은 "인물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분들이 상상력으로 영희의 얼굴을 그려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표정과 감정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그런 것들을 표정이 아닌 다른 것들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임성재는 "그동안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들이 큰 망치를 들고 박력 있게 만들어냈다면 '얼굴'은 바느질하듯이 만들 것 같아서 궁금했다. 많은 호감을 갖고 참여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왼쪽부터)이 출연하는 얼굴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서예원 기자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왼쪽부터)이 출연하는 '얼굴'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서예원 기자

그동안 정형화된 영화 제작 방식의 틀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관해 고민해 왔던 연 감독은 오랜 영화 동료 20여 명과 함께 단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차 촬영만으로 '얼굴'을 완성했다. 소수정예로 꾸려진 스태프들과 기존 장편 영화의 4분의 1에 불과한 촬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프로덕션을 완성해 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상호 감독은 "저예산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1억 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제가 물정을 잘 모르는 거였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저예산 영화가 주는 힘과 에너지가 존재한다.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었던 것과는 다른 기준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시스템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연상호 감독은 "내일 개봉이다. 이번 작품처럼 흥행에 목마른 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분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신 만큼 많이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박정민은 "관객들이 영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얼굴'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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