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영화관은 도심 속 피서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영화관에서 혼자 또는 친구 연인 가족 등과 함께 쾌적하게 영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언감생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보다 저렴한 푯값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영화관으로 가면 된다. 돈 걱정은 덜면서 시원하게 특색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들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상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독립·예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이 부모 청년 노인 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영화를 감상하기 좋은 영화관이 있다. 아리랑시네센터는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며 모든 사람이 영화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지난 2004년 개관한 아리랑시네센터는 성북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전국 최초의 공립 영화관이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더팩트> 취재진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아리랑시네센터만의 매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최신 영화부터 상업 영화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독립·예술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상영한다. 이곳의 티켓값은 평일 주말 상관없이 성인은 7000원이다. 청소년은 6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고 조조할인이나 만 65세 이상으로 경로 우대를 받으면 4000원에 표를 살 수 있다. 영화표는 온라인 예매 사이트 또는 건물 1층에 있는 매표소에서 살 수 있다.
상영관은 총 3관으로 최신 개봉작과 가족 애니메이션을 주로 상영하는 1관과 2관은 각각 172석과 141석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관은 127석으로 이뤄져 있다. 3관은 아리랑인디웨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독립·예술 영화를 중점적으로 상영한다. 모든 상영관은 각각 2석씩의 장애인석이 마련돼 있다.

이날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좀비딸' 'F1 더 무비' '발레리나'와 같은 최신 개봉작부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 '수연의 선율' '봄밤' 'THE(더) 자연인'과 같은 독립·예술 영화까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질 무렵, 2관에서 '악마가 이사왔다'를 본 관객들 약 스무 명이 객석을 빠져나왔고 이들 중 일부는 상영관 앞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영화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아리랑시네센터의 선선한 실내 온도와 푯값 그리고 시설 수준에 흡족한 마음을 전했다. '악마가 이사왔다'를 관람한 70대 유 모 씨는 "더운 여름에 재밌는 영화를 시원하게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조용하고 시설도 깨끗해서 자주 오게 된다. 작년에 이 동네로 이사 온 후부터 꾸준히 왔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같이 온다. 오늘도 남편이랑 같이 영화를 봤다. 남편과 함께 부담 없이 편하게 영화를 감상하고 피로도 풀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옆에 있던 유 모 씨의 남편 김 모 씨 역시 "싼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거들었다.
아리랑시네센터의 저렴한 티켓값은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정해졌고 이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한 달에만 이곳을 찾은 관객들의 수는 만 명이 넘는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저렴한 영화관람료를 책정했다. 지역 주민분들과 영화에 관심 있는 많은 분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시네센터는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영화관 그 이상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선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가족 간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으로 기능하고 있다. 1관이 위치한 지하 1층에는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놀기 좋은 넓은 공간이 있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소파와 다양한 동화책·그림책들이 비치돼 있다. 2층에는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가 있고 건물 밖을 나가면 걸어서 1분 거리에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아리랑도서관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도서관에 데려다준 후 아리랑시네센터를 찾은 40대 A 씨는 "지난번에 여기서 딸 아이와 '스머프'를 봤다. 개관한 지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 관리가 깔끔하고 잘 돼 있어서 아이와 함께 오기에 좋다. 근처에 도서관도 있어서 영화를 보고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이곳에 온 30대 B 씨는 "오늘은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상영이 이미 끝나서 돌아가려 한다"며 "(아리랑시네센터는) 정말 좋은 곳이다. 최근에 여기서 자녀와 함께 '배드 가이즈2'를 봤다. 다른 영화들도 자주 본다. 아이와 함께 오기 좋다"고 말했다. '스머프'와 '배드 가이즈2 '는 모두 아이들이 보기 좋은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아리랑문화센터는 부모와 아이뿐만 아니라 문화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모든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공연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스크린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삭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화요일에 운영한다. 예술의 전당에 쉽게 방문해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영화광들을 위해서는 독립·예술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상영 후 감독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인디서울'을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화요일에 연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삭 온 스크린'의 경우 상영하는 프로그램마다 찾는 관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연극 콘텐츠를 상영하면 20~30대가 많이 보고 클래식의 경우 40~50대가 주로 찾는다. 지난달에는 이은결의 마술 공연이 담긴 '이은결 더 일루션'을 상영했는데 10대가 가장 많았다"고 들려줬다.

노인 청년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인근의 노인복지관 또는 실버센터와 연계해 노인들을 초청하고 이들에게 최신 영화 등을 보여주는 상영회를 연 6회 갖는다. 청년 영화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성북청춘불패영화제는 지난 2021년부터 연 1회 진행 중이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도 연 2회 연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이 들어가 있는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렇게 아리랑시네센터는 아이 어른 노인 청년 장애인할 것 없이 영화를 보고 싶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기 좋은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 B 씨는 "대형 영화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아이가 소란스러울까 봐서 걱정일 때가 많다. 그런데 여기는 그래도 눈치를 덜 볼 수 있다. 애들끼리 영화를 보라고 보내도 신경이 덜 쓰인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발레리나'를 보기 위해 아리랑시네센터를 찾은 60대 구 모 씨는 "딸이 알려줘서 이곳을 알게 됐다. 딸이 (내가 혼자 지내니까) 여기서 영화를 보라고 하더라"라며 "나이가 드니까 할 것도 없고 심심한데 여기 오게 된 후로 영화를 자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좀비딸'이랑 '킹 오브 킹스'를 봤다. 마음 편하게 쉬고 더운 날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쉼터나 마찬가지인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동네 문화 사랑방 같은 영화관을 지향하고 있다. 저렴한 관람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일상에서 문화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공존하는 따뜻한 공간이라는 매력을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로 82에 위치해 있다. 매달 두 번째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계속>
<관련 기사>
[여름 '소확행', 이색 영화관②] "행복 찾는 장소"…실버영화관, 2000원의 향수
[여름 '소확행', 이색 영화관③] "색다른 곳"…더숲아트시네마, 영화광들의 낙원
silkim@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