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유승준 팬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면을 호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유승준 갤러리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입대 직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을 면제받은 유승준에 대한 입국을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유승준은 병역 면탈 의혹에 휩싸인 뒤 23년째 해외에 떠돌고 있고,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는 물론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관용과 포용 정신이 정치인과 공직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유승준은 병역 문제로 인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입국이 제한 돼 있다. 대법원에서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입국) 제한이 계속되는 것은 형평성 원칙과 법치주의 정신에 비추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시인사이드 유승준 갤러리)
이번 광복절 특사가 애초 유승준이 포함될 사안은 아니었지만, 명단에 오른 일부 정치인들의 사면 복권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면 복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인 것은 맞지만, 정치적 판단에 따른 승자들의 잔치 같은 오해를 불러왔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유승준이 죽을 죄를 졌느냐'는 주장은 타당성을 떠나 잠시나마 동정심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 디시인사이드 유승준 갤러리 "관용과 포용, 모두에게 공평하게"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만, 누리꾼들은 즉각 유승준의 과거사를 되짚어 반박으로 대응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광복절 특사와 관련한 '형평성 차원'의 주장이나 요구도 '안 하느니만 못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그라든 것은 바로 10년 전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저격한 글이 재소환되면서인데요.
"그대보다 훨씬 어려운 삶을 사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다가 오늘도 총기 사고로 죽어가는 엄혹한 나라, 대한민국에 돌아오고 싶습니까. 한국인들 주머니의 돈이 더 필요합니까. 아니면 갑자기 애국심이 충만해지셨습니까."(이재명 대통령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2015년 자신의 계정에 올린 '국민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조국을 버린 자,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란 제목의 글은 뒤늦게 더 크게 도드라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유승준을 '대한민국의 언어로 노래하며 온갖 혜택과 이익은 누리다 막상 국민의 의무를 이행할 시점에서 그걸 피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버리고 외국인의 길을 선택한 그대'라고 지칭했습니다.

◆ '유승준 사면 요구'로 재소환 된 '대통령 성남시장 시절 저격 글'
여론이 예상 밖으로 불리하게 흘러가자 유승준이 직접 반박글로 나섭니다. 갤러리 성명 나흘 만인 지난 13일 유승준은 "나는 사면을 원한 적도 없고, 성명을 누가 제출했는지 출처조차도 모른다. 공식 팬클럽에서도 본인들의 입장이 아니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제출한 성명문 때문에 이렇게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일인가?"라고 불만스런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돈 벌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다. 내가 가면 누가 돈다발 들고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거 같다. 해택을 받을 의도도 없고 또한 원하지도 않는다. 나는 명예회복을 위해 입국을 원했다. 이런 이슈 자체에 엮이는 게 매우 유감스럽다. 진짜가 가짜가 되고 가짜가 진짜 처럼 판치는 무서운 세상,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하고 형평성 또한 어긋나면 안된다"고 일갈합니다.

◆ "가짜가 판치는 무서운 세상,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반박
데뷔 전까지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승준은 5년 가까이 국내에서 활동하다 2002년 1월 군입대가 확정되자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게 되면서 합법적으로 병역의무도 사라진 거죠. 다만 그가 스스로 자진입대를 공언하는 등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바른생활 청년의 이미지로 줄곧 포장돼 왔음을 감안하면 국민적 배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당신들이 나한테 뭘 해줬느냐, 내 땀과 노력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말은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변명처럼 비쳐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읍소가 통하지 않자 정부를 상대로 잇달아 비자거부 취소 소송을 내면서 갈등을 키웠습니다.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역공세를 퍼붓기도 합니다.
대중스타는 팬들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뒤따르는 명예와 부도 결국 팬사랑 덕분입니다. 유승준은 세기말의 국내 가요계에서 단연 최고의 아이돌이었습니다. 그가 긴 시간 해외에 떠돌며 보이는 언행들은 진정성이 아닌 조급함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면요구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유승준, 왠지 자숙하는 모습보다 노이즈로 비치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