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하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의 영혼 탈탈 털리는 이야기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임윤아와 안보현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로맨스와 웃음의 비중은 작고 깊은 이야기 속 예상 밖의 찡함과 힐링이 존재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이라 더 신선한,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무해한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다.

오늘(13일) 개봉하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영혼 탈탈 털리는 이야기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다. 데뷔작 '엑시트'(2019)로 942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청년 백수가 된 길구는 밤에 인형 뽑기를 하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랫집에 가족과 함께 이사 온 선지를 우연히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에 기괴한 비주얼의 선지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게 된 길구는 낮에 봤던 조용하고 청순한 선지와 밤의 오싹한 선지 사이에서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날부터 선지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주변을 맴돌던 길구는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 분)에게 이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선지가 낮에는 유순하고 평범하지만 새벽이 되면 악마가 깨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지만 이 사실을 본인은 모른다는 것.

1인 2역에 도전한 임윤아(위쪽 사진의 오른쪽)는 모든 걸 내던진 채 다소 과한 설정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CJ ENM

선지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허리를 다친 장수는 길구에게 새벽에만 선지의 보호자 역할을 수행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한다. 이에 길구는 낮에는 선지가 운영하는 정셋빵집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상급 악마로 깨어나는 그를 보호하면서 점점 선지와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과연 길구는 악마로부터 선지를 보호하고 그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을까.

'악마가 이사왔다'는 '엑시트' 이상근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그가 임윤아와 재회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밤이 되면 악마로 깨어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져온 이 감독은 이번에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흔치 않은 상황에 처하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위에 더 짙어진 감성을 쌓아 올렸다. 또한 남녀주인공의 설레는 케미와 가족애는 놓치지 않고 눈살 찌푸리는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않으며 무해하고 선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작품을 이끄는 임윤아와 안보현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도 확실하다. 임윤아는 낮에는 평범하게 정셋빵집을 운영하다가 새벽에는 자신도 모르게 상급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는데 모든 걸 내던진 채 자칫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오글거리고 과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설정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극의 중심축으로서 제대로 활약을 펼친다.

특히 임윤아는 청순함과 화려함을 오가는 외적 스타일링에 목소리 톤과 눈빛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악마의 등장부터 그의 비밀이 풀리기까지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안보현 성동일 주현영과 다채로운 케미도 완성하니 왜 이상근 감독이 다시 한번 임윤아와 손을 잡았는지 납득하게 된다.

'엑시트'의 강렬했던 기억을 잠시 지우고 열린 마음으로 '악마가 이사왔다'를 관람한다면 한층 더 짙어진 이상근 감독의 신선하고도 무해하고 따뜻한 감성에 기분 좋게 탑승할 수 있을 듯하다. /CJ ENM

청년 백수 길구로 분한 안보현은 그동안 보여줬던 남자답고 강인한 모습이 아닌 어리숙하지만 순수하고 무해한 진심으로 악마 선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자신도 성장하고 변화하는 인물로 반전 매력을 발산한다. 듬직한 체구와 달리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드러나는 인물의 무해함과 우직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여기에 악마 선지의 수발을 들어온 아빠 장수 역의 성동일과 사촌 동생 아라 역의 주현영은 예상 가능한 활약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코미디 로맨스 미스터리 휴머니즘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있고 악마 선지의 비밀과 이를 통한 길구의 성장이 중심이 되기에 '엑시트'와 같은 바이브나 높은 웃음 타율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엑시트'와 이어지는 작품이 아닌 '악마가 이사왔다'라는 새로운 영화인 만큼, 전작의 강렬했던 기억을 잠시 지우고 열린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선다면 한층 더 짙어진 이상근 감독의 신선하고도 무해하고 따뜻한 감성에 기분 좋게 탑승할 수 있을 듯하다.

운명의 장난처럼 '엑시트'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조정석이 현재 '좀비딸'로 여름 극장가를 접수하고 있는 가운데 '악마가 이사왔다'가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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