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북미를 사로잡고 한국으로 돌아온 '킹 오브 킹스'가 마침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영화 한 편의 흥행을 넘어 K-애니메이션의 대중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모두 끌어올리는 성과가 되며 더욱 유의미한 기록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16일 스크린에 걸린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는 개봉 19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93만 명)을 제치고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한 작품은 2025년 한국 영화 전체 흥행 순위, 전체 영화 기준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킹 오브 킹스'는 영국의 뛰어난 작가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단편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국내 VFX(특수시각효과) 1세대이자 30년간 영화와 시리즈를 작업해 온 장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총 10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순수 국내 자본 360억 원이 투입된 '킹 오브 킹스'는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해 기획된 만큼, 한국이 아닌 북미에서 먼저 베일을 벗었다. 그리고 작품은 시네마스코어 A+와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98%를 기록했고 북미 박스오피스 6000만 달러로 '기생충'을 넘고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로 올라 화제를 모았다.
북미 개봉 후 놀라운 성과를 거둠에 따라 '킹 오브 킹스'를 향한 국내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어 국내 개봉 후 교회와 기독교계 단체 관람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초반 모객에 성공했고, 비종교인들도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좋았다는 리뷰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며 가족 단위의 관객들로 저변이 넓혀졌다.
국내 개봉 첫날 3만 7734명의 관객을 동원한 '킹 오브 킹스'는 3주 차에도 일일 관객 수 3~4만 명대를 유지했다. 또한 CGV가 집계한 연령별 예매 분포(7일 기준)에 따르면 40대가 40%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23%, 50대가 18%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 걸린 '전지적 독자 시점'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등 쟁쟁한 신작들 사이에서도 일정 관객 수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을 펼쳤다. 이렇게 작품은 종교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가족 단위의 관람 형태로 확장됨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이 특정 세대의 장르라는 인식을 넘어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100만 고지를 넘는 유의미한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킹 오브 킹스'는 어떻게 북미에 이어 국내 관객들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장성호 감독은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올법한 기독교 소재를 다루면서도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사랑 희생 용서 등 보편적인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를 부모가 자녀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그려내면서 진짜 왕인 예수의 이야기에 부성애라는 감정을 적절하게 녹이며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췄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와 함께 K-애니메이션의 놀라운 기술적 발전도 작품의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로 작용했다. 장 감독은 실사 영화와 같은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과 카메라를 자체 개발하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언리얼 엔진 기반의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우의 실사 연기를 가상 공간에 적용하며 실제 촬영과 유사한 방식을 활용했다.
또한 조이스틱 형태의 제어장치를 연결한 카메라를 자체 제작해 촬영 감독이 직접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문 섬세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을 구현해 냈다. 그중에서도 물 위를 걷는 장면은 마치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적인 카메라 워킹으로 그려내며 기술력의 혁신적인 발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더 나아가 케네스 브래너와 오스카 아이삭, 우만 서먼 등 글로벌 스타들과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양동근 차인표 등으로 탄탄한 영어 버전과 한국어 더빙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이렇게 '킹 오브 킹스'는 종교적 이야기와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부자의 서사를 놀라운 시각적 퀄리티로 스크린에 펼쳐내면서 기독교인들의 커뮤니티를 넘어 비종교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대규모 제작비와 장기간 제작 과정을 거친 국내 단독 제작 애니메이션으로서 북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가 되며 어린아이들을 위한 장르라는 K-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고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재밌고 잘 만들면 본다'는 극장의 공식을 다시 한번 체감시켜 줬고 해외 성공을 활용한 역수입 개봉 전략의 효과도 보여주며 앞으로도 이어질 K-애니메이션의 프로젝트와 해외 진출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더팩트>에 "토요일보다 일요일의 관객 수가 많은 것으로 봤을 때 종교인들의 존재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수 집단일지라도 타겟층이 명확한 만큼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영상미부터 음악까지 전반적으로 매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관객들도 시각적인 만족도가 클 것이고 사전 지식 없이 본 이들이라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술력에 놀랐을 것"이라며 "그동안 아이들을 위한 장르라고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이 더 폭넓게 상업적으로 통한다는 사례가 나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스크린에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누적 관객 수 106만 명을 기록하며 '마당을 나온 암탉'(222만 명) '사랑의 하츄핑'(124만 명)에 이어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흥행세에 힘입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을 추가하고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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