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신드롬②]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돼"…재조명된 전통문화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5.07.22 00:00 / 수정: 2025.07.22 00:00
호랑이, 갓 등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품 및 굿즈 인기
북촌 한옥마을 등 '케데헌' 등장 장소 주목 받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의 디지털실감영상관에서는 어흥, 호랑이-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가 상영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호랑이 더피(Derpy) 캐릭터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해당 영상 역시 호랑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명주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의 디지털실감영상관에서는 '어흥, 호랑이-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가 상영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호랑이 더피(Derpy) 캐릭터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해당 영상 역시 호랑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명주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K팝과 'K-오컬트'를 결합한 독특한 소재에 가지각색의 전통 및 현대 문화를 녹여내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OST는 글로벌 음원 차트를 휩쓸고 전통문화를 향한 관심은 높아지는 등 'K-컬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킨 열풍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에 등장한 한국적인 요소들이 전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디테일한 표현이 시청의 재미를 더한 것이다. 이에 한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전통문화를 향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등 영화에 등장한 서울 명소들이 하나의 관광 코스로 묶여 관심을 모을 정도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이 일으킨 열풍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는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케데헌' 관련 전시품과 판매 굿즈(특정 인물, 작품 등과 관련된 팬층을 대상으로 제작된 파생 상품)는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전통문화를 향한 현장의 열기를 살펴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직접 방문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안은 전시품을 보러온 한국인들과 외국인들로 붐볐다. 특히 '케데헌'에 나온 전통 민화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 더피(Derpy)와 까치 수씨(Sussie) 캐릭터, 갓, 노리개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의 고조선·부여·삼한실에는 호랑이 모양 띠고리가, 기증3실에는 다채로운 빛깔의 각종 노리개들이, 기증4실에는 호랑이와 매를 새긴 판과 판화 등이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전시품을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가 하면 함께 온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을 즐겼다. 일부 관람객들은 전시품 앞에서 '케데헌'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전통문화 요소와 관련된 호랑이 모양 띠고리, 각종 노리개, 호랑이와 매를 새긴 판과 판화(상단부터)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명주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전통문화 요소와 관련된 호랑이 모양 띠고리, 각종 노리개, 호랑이와 매를 새긴 판과 판화(상단부터)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명주 기자

디지털실감영상관에서 상영된 '어흥, 호랑이-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 앞에는 유치원생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한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약 30명이 모였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호랑이의 모습이 7~8분 정도 이어지는 동안 관람객들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비치된 의자에 앉거나 서서 작품을 감상했고 일부는 눈에만 담기 아쉬운 듯 휴대폰을 들고 영상을 사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했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케데헌'의 영향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케데헌'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힌 20대 대학생 이서현 씨는 "영화를 보고 전통문화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박물관에 왔는데, 와서 (전시품을) 보니 좋다"며 "예전에는 박물관에 오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문화 고증이 잘된 영화를 보고 오니 재밌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안모 양도 "영화를 보고 우리나라가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전통문화 요소들이 굉장히 예쁘게 담긴 것 같다. 확실히 (영화를 보고 나니) 전통문화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전시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인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람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김명주 기자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전시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인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람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김명주 기자

'케데헌'을 좋아하는 자녀를 위해 박물관에 방문한 부모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전업주부 김효진 씨는 "딸이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아이가 영화를 보고 전통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아이에게 다양한 전통문화들을 보여주려고 박물관에 왔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케데헌'을 보고 난 후 한국의 전통문화를 향한 흥미가 더 높아졌다고 했다. 20대 미국인 에밀리 씨는 "(영화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재 문화를 통합해서 보여준 방식이 멋졌다. 한국 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다"며 "한국 문화가 강력한 것 같다고 느껴서 궁금증이 커졌다"고 들려줬다.

또 다른 10대 미국인 조앤은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 문화는 매우 색다르고 독창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 문화에 더 빠져들게 됐다"며 "박물관에서 다양한 전시품을 보니 흥미롭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케데헌' 공개 이후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인 갓, 작호도, 노리개 등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러한 관심이 실제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전시품에 관한 관람객들의 관심도 확연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 뮷즈의 굿즈인 까치 호랑이 배지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으로 인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모두 품절 상태다. /뮷즈 사이트 화면 캡처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 뮷즈의 굿즈인 까치 호랑이 배지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으로 인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모두 품절 상태다. /뮷즈 사이트 화면 캡처

'케데헌' 관련 굿즈들은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위치한 상품관 뮷즈(MU:DS)에서 품절 상태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작호도의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까치 호랑이 배지다. 뮷즈를 찾은 20대 이모 씨는 "영화에 나온 호랑이가 너무 귀여웠다. 까치 호랑이 배지를 사고 싶어서 박물관에 왔는데 품절이라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자가 뮷즈를 방문해 직원에게 까치 호랑이 배지의 재고 여부를 묻자 "품절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뮷즈의 직원 A 씨는 "입고 일자가 정확하지 않아서 전화로 물어본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까치 호랑이 배지를 찾는 관람객이 정말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뮷즈의 직원 B 씨는 "지난번 입고 때는 오픈런(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개장하자마자 달려가듯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을 해야 살 수 있었다. 판매 시작한 지 20분 만에 동이 났다"며 "직원 1명 당 손님 20명에게 까치 호랑이 배지에 대한 질문을 듣는 것 같다"고 현장의 높은 열기를 전했다.

까치 호랑이 배지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뮷즈에서도 판매한다. 그러나 공급을 뛰어넘는 수요 덕분에 곧바로 구매할 수는 없고 예약 판매를 통해 살 수 있다. 구매 수량도 1인당 3개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 외에도 갓브로치, 갓 책갈피, 갓 키링, 흑립 갓끈 볼펜 등 갓을 소재로 한 굿즈 역시 모두 품절로 재입고가 예정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영화의 영향으로 박물관 문화상품들이 품절됐다. 까치 호랑이 배지, 흑립 갓끈 볼펜 등은 영화 공개 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않던 상품이었지만 공개 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품절 상태였던 제품들의 재고가 풀린 지난 11일에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50만 명이 접속했다. 영화 공개 전에는 방문자 수가 하루 7000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낙산공원 성곽길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서울의 주요 명소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김명주 기자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낙산공원 성곽길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서울의 주요 명소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김명주 기자

뿐만 아니라 '케데헌'에 등장하는 서울의 주요 명소들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케데헌'에 나온 실제 장소로 떠나는 여행', ''케데헌' 속 한국 갈만한 곳' 등의 콘텐츠가 우후죽순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에 등장한 서울의 명소들을 방문하는 관광 코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낙산공원 성곽길은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 루미와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진우가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위로를 주고 받으며 한 단계 가까워지는 장소로 등장한다. 해가 진 저녁, 멤버들 몰래 숙소를 빠져나온 루미는 진우를 만나러 낙산공원 성곽길로 향한다.

어두운 밤, 성곽 너머로 서울의 풍경이 보이는 길 위에서 진우를 만난 루미는 함께 고대 악령의 왕 귀마를 물리치자는 제안을 하고 진우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여기에 두 사람을 연인으로 오해한 팔찌 파는 상인이 등장하고 진우가 루미의 팔목을 잡으면서 성곽길 배경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기자는 혜화역에서 낙산공원까지 도보로 20분, 낙산공원에서 성곽길까지 걸어서 15분 걸려 장소에 도착했다. 루미와 진우가 만난 영화의 장면처럼 성곽길은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역사와 문화가 담긴 성곽에 오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기도 했다. 성곽 너머로는 아파트 주택 등 건물이 즐비한 서울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곳에서 한국에 여행을 왔다는 10대 미국인 알렉스 군을 만났다. 며칠 전 '케데헌'을 봤다는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에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가 많았다. 영화에 나온 성곽길에 실제로 와보니 매우 흥미롭다. 영화에 나온 다른 곳도 가볼 예정"이라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서울의 주요 명소 중 하나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으로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명주 기자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서울의 주요 명소 중 하나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으로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명주 기자

낙산공원 성곽길에서 대중교통과 도보를 통해 약 40분 정도 이동하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한옥마을 역시 루미와 진우의 만남이 펼쳐지는 주요 장소 중 하나다. 이곳에서 첫 만남을 시작한 루미와 진우는 이후에도 한옥마을에서 종종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감정을 쌓아간다.

영화에서는 루미와 진우가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듀엣곡 'Free(프리)'를 부르는 모습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캐릭터는 한옥마을 골목과 한옥 지붕을 오가며 'Free'를 부르는 모습으로 억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심정을 드러냈고 이는 듣는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했다.

기자가 안국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려 도착한 북촌 한옥마을에는 고즈넉한 한옥의 멋과 풍경을 즐기는 한국인들, 외국인들이 곳곳에 있었다. 한옥마을이 신기한듯 이곳저곳을 살펴보거나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마을 내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 상점에서 쇼핑을 하는 등 관광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옥마을을 관광했다.

미국에서 온 친구에게 한옥마을을 소개해주러 함께 이곳에 방문했다는 20대 안모 씨는 "'케데헌' 관련 릴스(인스타그램의 짧은 콘텐츠)와 짤(짧은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인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영화에 한옥마을이 나와서 더 와보고 싶었다"며 "영화에 나온 다양한 장소들을 가보고 싶다. 영화를 본 외국인들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학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20대 홍콩인 엠마는 "영화에 나온 한국의 장소들이 흥미로웠다. 직접 와서 (영화에 나온) 한옥들을 살펴보니 매우 신기하고 감회가 남다르다. 이곳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케데헌'에는 명동 거리, 삼성역 전광판, 서울올림픽주경기장, 자양역 등 다양한 서울 지역이 등장한다. 이렇게 영화에 등장한 한국의 다양한 명소는 기존 관광지로 인식됐던 것을 넘어서 '케데헌'의 팬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새롭게 자리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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