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이선빈이 올여름 극장가를 오싹하게 만들 준비를 마쳤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의 힘과 공포 장르의 매력이 극대화된, '공포 마니아'로서 유의미한 도전이 깃든 '노이즈'로 말이다.
이선빈은 오는 25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에서 사라진 동생의 행방과 아파트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주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개봉을 앞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제가 나오니까 긴장하면서 봤는데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걸 느꼈다"고 완성본을 본 소감을 전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를 그린다. 단편 데뷔작 '선'을 통해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되며 두각을 드러낸 김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공포 스릴러에 뛰어든 이선빈이다. 자신을 '공포 마니아'라고 칭할 정도로 해당 장르를 애정하는 그가 데뷔 9년 만에 '노이즈'로 첫 도전을 펼칠 결심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질문을 들은 이선빈은 "누구나 층간소음의 피해자일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주제의 힘에 용기 냈다"고 회상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장르니까 더 조심스러웠어요.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기괴한 표정을 짓고 감정 연기를 하기에 피지컬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동안 작품 출연을) 고사했죠. 그런데 '노이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층간소음을 소재로 다루니까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평범한 이선빈으로서 작품을 대할 수 있겠더라고요. 공포물을 사랑하면서도 제가 두려워하는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시청자로서 즐겨 봤던 공포 스릴러 장르에 배우로서 활약한 소감은 어떨까. 이선빈은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을 초 단위로 디테일하게 계산해서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장소가 주는 힘이 있었고 다른 캐릭터들이 주는 몰입감이 있었다. "계산한 대로 나쁘지 않게 한 것 같다"며 "언젠가 겁을 주는 역할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극 중 주영은 사라진 동생의 행방과 아파트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인물이다. 그는 아파트로 돌아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상한 사건들에 휘말리고 점차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들리지 않았던 이상한 소리까지 듣게 된다.
이를 연기한 이선빈은 시간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말라가는 외적 비주얼을 통해 인물이 느끼는 걱정과 두려움, 공포,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는 각기 다른 상황에 맞게 놀라는 정도와 인물의 변화를 치밀하게 계산한 그의 남다른 노력과 함께 실제로 2~3kg 정도 체중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된 결과물이다.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수진 감독과의 소통'을 빼먹지 않고 언급한 이선빈은 "대본 자체가 디테일하게 다 쓰여 있었다"며 "감독님은 집중도와 몰입도가 남다르신 분이다. 몇 초의 짧은 순간과 카메라의 각도 등을 되게 디테일하게 공들여서 찍으셨다. 디테일의 차이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구현해 내는 감독님이셨고 작품에 대한 진심이 잘 느껴졌다"고 함께 호흡한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던 층간 소음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내세운 '노이즈'는 주인공이 청각장애가 있다는 색다른 설정을 더하며 참신해서 더 극한으로 다가오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특히 주영이 보청기를 빼고 주변의 모든 소리를 차단했을 때 휴대폰 음성 인식과 자동 자막 기능을 활용해서 들리지 않던 소리를 시각화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이러한 신선한 설정이 담긴 대본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선빈은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청각의 공포를 표현한다는 게 모순적이라서 농도가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갔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보청기를 껴보니까 이를 착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알겠더라고요. 이를 상상하면서 농도를 잘 정했죠. 청각장애를 연기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불편함은 없었어요. 다들 너무 준비를 잘 해주셔서 시키는 대로만 해도 잘 표현이 됐죠."
앞서 '노이즈'는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와 캐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아시아와 유럽 등 117개국에서 선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글로벌 관심을 받았다. 이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공개된 후에도 호평이 계속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공포 스릴러 영화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선빈도 작품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극장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고 워낙 호불호가 강한 공포영화를 선보이게 된 만큼, 관객들에게 닿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 가운데 이날 "눈을 가리고 봤다" "곱씹을수록 무섭더라"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다" 등과 같은 기자의 솔직한 관람 후기를 들은 이선빈은 "어떻게 보면 기자분들이 가장 냉정하고 차가운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 이번에 좋은 반응을 많이 들어서 힘이 되고 위로받고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난 2016년 JTBC '마담 앙트완'으로 데뷔한 이선빈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와 '소년시대'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코믹하거나 밝고 유쾌한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는 인식을 강렬하게 남겼다. 이어 '노이즈'로 데뷔 첫 공포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이선빈은 새로운 얼굴을 꺼냄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며 뛰어난 역량을 뽐냈다.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때 하고 싶은 작품의 순위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다른 장르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걸 선택하려고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대본의 힘이에요. 그리고 나서 제가 이전에 보여줬던 걸 한 번 더 하는 게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죠. 최소한의 리스크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선빈은 "정말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보고 있는 대본의 장르들을 귀띔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이날 이선빈은 오후 1시부터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5시까지 지친 기색 없이 매 질문 정성스럽게 답변을 이어 나갔다. 또한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기자들의 좋은 반응을 계속 의심하는 등 귀여운 면모도 드러내면서도 마지막까지 작품 홍보를 잊지 않았다.
"'노이즈'는 올해 처음 개봉하는 공포 장르의 한국 영화이고 청각을 자극하는 영화인만큼 꼭 영화관에서 봐야지 작품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를 한 번만 믿고 극장에서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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