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해진이 발견한 '소주전쟁'의 의미와 가치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6.17 00:00 / 수정: 2025.06.17 00:00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표종록 役 맡아 이제훈과 호흡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배우 유해진이 영화 소주전쟁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소주전쟁'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물론 흥행이 되면 너무 좋지만 때로는 결과와 별개로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되는 작품을 만나기 마련이다. 배우 유해진에게 '소주전쟁'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그렇게 그는 스코어에 아쉬움을 살짝 드러내면서도 시작점이 된 작품에 깃든 의미와 가치 그리고 메시지를 결코 잊지 않았다.

유해진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소주전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보통 배우들은 개봉 전에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지만 이번에 그는 지난 9일 <더팩트>와 만났다. 이와 관련해 유해진은 "영화가 당겨져서 개봉하게 됐고 원래 촬영 중인 작품이 있어서 스케줄을 맞추지 못했다"며 "이럴 때 작품이 잘 돼서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라고 솔직하게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최인범(이제훈 분)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국보그룹의 재무이사이자 국보소주를 지키려는 표종록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쇼박스
유해진(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국보그룹의 재무이사이자 국보소주를 지키려는 표종록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쇼박스

작품은 진로그룹이 1997년 외환 위기 속 부도가 난 후 미국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에 의해 2005년 하이트맥주에 매각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티브로 한다.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주가 소재이지만 시대적 배경과 기업 인수 합병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에서 빠르게 쏟아지는 경제 용어 등은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다는 아쉬운 점도 분명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유해진은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장점은 모두가 공평하게 소주를 먹는다는 것"이라면서도 "처음부터 제가 의견을 냈던 건 쉬워야 한다는 거였다. 전문 용어들이 훨씬 많았는데 이걸 다 풀어서 얘기하려고 했다. 또 그래프 등 시각적인 게 반영된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제작 단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또한 유해진은 누적 관객 수 26만 명(11일 기준)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인 '소주전쟁'의 현재 상황에 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어떤 작품은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져요. 어떻게 흥행될 것만 하겠어요. 그렇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잖아요. 영화 '소수의견'이 그런 느낌이고요. 물론 안착해서 흥행이 같이 되면 좋겠지만 결국은 관객들이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하냐가 숙제였어요. 까딱하면 외면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쉽게 만들었는데 또 다른 하나의 숙제(관객들의 관심)는 못 푼 것 같아서 아쉬워요. 물론 이것도 작품의 운명인 것 같아요."

유해진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이제훈에 관해 성실하고 완벽한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쇼박스
유해진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이제훈에 관해 "성실하고 완벽한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쇼박스

국보그룹의 재무이사이자 국보소주를 지키려는 표종록은 '회사가 곧 인생'이라는 모토 아래 열심히 달리고 퇴근 후 소주 한 잔이 인생의 낙인 소탈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유해진은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던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늘 그래왔듯이 연기를 잘한다는 감상보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열연을 보여준다.

"저는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가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쓰여 있는 대사를 어떻게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고 작품에 잘 스며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관객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게 제 목표거든요. 이번에도 처음부터 어떤 색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어요. 회사가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는 큰 틀이 잡혀있었기에 이걸 관객들이 인정하면서 가게끔 하거나 장면에 스며들게 하려고 했죠. '난 회사원이니까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보다 인물의 심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한 회사의 운명을 조명하는 듯하지만 위기에 놓인 시대에서 회사가 곧 인생인 삶과 회사와 인생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삶,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들에 더 집중한다. 그렇다면 실제 유해진은 어떤 캐릭터와 더 닮아있을까.

"제가 종록과 닮은 부분은 없었지만 이해가 됐어요. 그 시절에는 그런 아버지가 꽤 많았던 걸로 알아요.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저희가 이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사실 저는 도덕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인범같은 마인드는 요즘 세상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믹스가 되면 좋겠죠. 그리고 저는 연기를 위해서 살지는 못할 거 같아요. 종록같은 그릇이 못되거든요."

유해진은 소주전쟁을 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쇼박스
유해진은 "'소주전쟁'을 보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쇼박스

이날 유해진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처음 만난 이제훈에 관해서는 "성실하다. 옆에서 보니까 하는 것도 진짜 많고 엄청 바쁘던데 철저하게 준비하더라. 특히 영어 대사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완벽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그동안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지만 작품에서는 처음 만나게 된 손현주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유해진은 "형이 빌런을 잘해줘서 종록이가 더 측은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함께해서 좋았다. 연기적으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정말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해서 안타까우면서도 그 열정이 부럽기도하다. 그래서 손현주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유해진은 지난 3월 개봉한 '야당'으로 누적 관객 수 337만 명을 사로잡으며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한 그는 지난해 '파묘'로 또 하나의 천만 영화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체 불가한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우선 환경이 어려운 데 영화가 계속 들어와서 감사해요. 영화를 오래 해서 그런지 이 시스템이 익숙한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작품이라면 OTT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영화가 계속 들어와서 용기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영화가 좋아요."

끝으로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꽤 괜찮은 대사들이 있는데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나에게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사소한 거에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지 않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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