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연기는 물론 액션도, 코미디도 잘한다. 주인공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뿐만 아니라 판타지적인 액션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며 여러 선배에게 밀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낸다. 그렇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장르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심어준 '하이파이브'의 이재인이다.
이재인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에서 심장을 이식받고 괴력의 초능력이 생긴 완서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이번에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힘이 무척 강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그동안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 등을 통해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이재인은 개봉 전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눈물을 보였다. '하이파이브'가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만큼 작품을 이끈 배우로서 여러 감정이 섞인 눈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2021년 크랭크업했고 2023년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면서 개봉이 잠정 연기된 바 있다.
"해당 상영관에 부모님이 계셨는데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서 눈물이 났던 거였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어서 울었다기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 마냥 개봉을 기다렸다기보다는 과정에 있던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공개될 거라고 믿었기에 불안하지 않았어요."
총 세 번의 오디션을 보고 완서가 된 이재인은 강형철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고. 그는 "감독님의 작품을 너무 좋아했다. 배우의 매력에서 캐릭터를 찾아내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제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사바하'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을 때 감독님도 '스윙키즈'로 현장에 계셨어요. 그때 제가 동생을 부르짖는 장면을 보시고 완서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셔서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저도 그런 쪽의 매력을 살리면서 완서를 사랑스럽게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순수하고 당찬 소녀인 완서는 오랜 병치레 끝에 기적처럼 심장을 이식받고 폭발적인 괴력과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의 초능력이 생긴 것을 알게 되는 인물이다. 친구 없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던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같은 기증자에게 장기를 이식받고 초능력이 생긴 지성(안재홍 분) 선녀(라미란 분) 약선(김희원 분) 기동(유아인 분)을 만나 함께 빌런과 맞서면서 팀 '하이파이브'로 거듭난다.
이렇게 작품을 이끈 이재인은 대사를 툭툭 던지는 인물의 어투를 살리는가 하면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극적인 표정 변화를 꾀하며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감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그는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 오정세와 다채로운 '케미'를 형성하며 사랑스럽고 귀여운 완서 그 자체로 스크린에서 존재한다.
주로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던 그가 데뷔 첫 코미디 장르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해당 장르에서 믿고 보는 활약을 펼쳐 온 여러 선배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제 캐릭터를 잘 못 보여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했는데 선배님들이 캐릭터들의 합을 잘 생각해 주셔서 완서가 팀 '하이파이브'에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제가 코미디 연기는 초보라서 '어떻게 하면 남을 웃기지?'라는 기초적인 고민으로 시작했는데 리딩할 때부터 현장에 나가서 보니까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해야 관객들을 웃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코믹 연기를 할 때 진지하게 캐릭터에 빙의하는 게 가장 웃기다는 걸 배웠죠."
이날 이재인은 배움의 장을 만들어준 선배들을 향해 무한한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삼촌과 조카처럼 지내다가도 친구 같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지성 역의 안재홍에 관해 "저와 선배님의 실제 관계에서 느끼는 재미와도 비슷한 것 같아서 이를 잘 반영하고 싶었다. 진지해야되는데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제가 미란 언니라고 부르거든요. 캐릭터들이 친구처럼 지내야 하는데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김희원 선배님은 게임을 하자고 연락을 주시고 저를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연기 고민이 생기면 자주 연락드리면서 조언을 얻고 있어요. 박진영 배우님은 액션을 같이 해서 동지처럼 느껴져서 재밌고 안전하게 촬영했어요. 이렇게 연기 얘기를 덜 한 현장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그저 재밌는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장기이식을 받고 초능력이 생긴 이들의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만큼, 이재인의 짜릿하고 화려한 액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프리프로덕션 촬영까지 10개월간 액션 트레이닝을 진행한 만큼 고난도 와이어 액션과 태권도 동작 등을 섭렵하며 파워풀한 액션을 완벽하게 선보인다.
"초반부는 제가 보이는 것을 토대로 액션을 할 수 있었고 후반부는 크로마키가 사용됐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어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듣고 그거에 맞춰서 훈련을 많이 했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제가 잘 표현하지 못할까 더 걱정했어요. 시원시원하게 히어로적인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데 힘으로 되지 않을 때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액션 감독님께서 체력을 많이 기르는 쪽으로 훈련을 시켜주셔서 후반부에 자신감을 얻고 임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액션을 계속하고 싶어요."
2004년생인 이재인은 2012년 tvN '노란복수초'로 데뷔했고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3' '모던 파머' '육룡이 나르샤' '아름다운 세상' '언더커버' '라켓소년단' '미지의 서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봉오동 전투' '발신제한'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사바하'에서 열연을 펼치며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고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8살 때부터 배우로서 활동한 만큼 지치거나 많은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이재인은 그렇지 않았다. 20대가 되면서 그동안 했던 것과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덕분에 다시 힘이 생겼다. 10대 시절에 했던 작품들도 소중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잘 쌓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성인이 돼서 겪고 느끼는 것들을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에 담을 수 있으니까 20대가 되면 할 수 있는 연기가 새로울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라는 반응을 좋아한다.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반전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가 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걸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영화만큼 멋진 종합예술이 없다고 생각하고 영화의 힘을 믿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서 제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게 영광이고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의 영원이 남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이 직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이재인은 "저희 영화는 일상적인 풍경들이 잘 담겨 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히어로물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맞닿아있어서 매력적이었다"며 "만화처럼 그려지니까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풍경들이 귀엽고 키치하더라"고 '하이파이브'의 매력을 자신하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마음 편하게 보실 수 있으면서도 좋은 주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장기이식을 통해 초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고통을 이겨내고 힘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요즘 세상에서 힘을 합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하나가 되는 감정을 다시금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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