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필수템①] 이색 굿즈·특전 증정, 'N차 관람러'를 잡아라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6.02 00:00 / 수정: 2025.06.02 14:38
멀티플렉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스페셜 티켓 선보여
소장 가치 높은 작품의 특징 살린 이색 굿즈들 꾸준히 등장
영화계는 작품의 특징을 살린 이색 굿즈와 주차 별로 다른 특전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유발하고 있다. /에스엠지홀딩스㈜, 애니플러스, 메가박스
영화계는 작품의 특징을 살린 이색 굿즈와 주차 별로 다른 특전으로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유발하고 있다. /에스엠지홀딩스㈜, 애니플러스, 메가박스

이제는 영화의 필수템이 된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이나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상품)다. 개봉을 앞둔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이색 굿즈를 선보이고 회차마다 다른 특전을 증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그때의 시간과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이를 구매한다. <더팩트>는 이러한 영화계의 현재 분위기와 함께 굿즈의 탄생 과정을 알아보고 작품의 상영 시기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영화를 즐기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찾아가 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해 봤다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작품의 특징을 살린 이색 굿즈(goods)와 주차 별로 다른 특전이 증정되는 이벤트다. 요즘 영화에 빠지지 않는 이러한 다채로운 프로모션은 관객들이 'N차 관람'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굿즈란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기획 상품을 의미한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merchandise(머천다이즈)'로, 한국과 일본에서는 'goods'로 부르고 있다. 이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상업적인 포인트가 맞춰진 것으로, 주로 K팝 시장에서 팬들과 아티스트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문화적 동감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해왔다.

이러한 굿즈 문화가 영화계에서도 활성화된 것. 현재 멀티플렉스 3사는 자신들만의 스페셜한 티켓으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메가박스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티켓을, 롯데시네마는 단독 개봉한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2020)를 시작으로 시그니처 아트카드를 선보였다. 이어 CGV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부터 TTT(That’s The Ticket)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품은 개봉 주차 별로 각기 다른 특전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통해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재관람을 하게끔 만들면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영화를 관람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굿즈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멀티플렉스와 배급사다. 한 관계자는 "자체 제작 굿즈는 예전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었지만 경험 소비와 소비를 공유하는 트렌드가 불어온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에 그치지 않고 SNS 등을 통해 영화를 관람한 경험 자체를 공유하려는 흐름이 강화됐고 이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굿즈를 관람 경험 확장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기획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릴로 & 스티치가 개봉을 기념해 CGV 굿즈 패키지(왼쪽)와 메가박스 리미티드 무비 패키지를 선보였다. /CGV, 메가박스
영화 '릴로 & 스티치'가 개봉을 기념해 CGV 굿즈 패키지(왼쪽)와 메가박스 리미티드 무비 패키지를 선보였다. /CGV, 메가박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스크린에 걸린 영화들을 살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릴로 & 스티치'(감독 딘 플레이셔-캠프)는 스티치의 귀여움을 살린 극장 굿즈 프로모션으로 예비 관객들의 주목도를 높였다. CGV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스티치 마그넷과 스페셜 티켓, 스티커로 구성된 한정판 굿즈 패키지를 증정했고 메가박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배지와 작품 전용 관람권으로 구성된 리미티드 무비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파과'(감독 민규동)는 작품의 소재와 메시지를 살린 굿즈로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유발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민하게 되는 자신의 쓸모'가 작품을 관통하는 만큼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협업해 오늘의 쓸모 한 조각 NFC 키링을 선보이는가 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과일과 비녀, 무용이의 키링을 만들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또한 영화와 도서를 동시에 소비하는 영(young)타깃을 중심으로 MZ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 '오이뮤'와 협업한 명대사 책갈피도 제작됐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야당'(감독 황병국)은 수사자료를 연상케 하는 서류 파일 디자인에 오리지널 티켓을 담아 제공한데 이어 5월 첫 주 황금연휴 기간에 황금 라이터 모양의 성냥도 선보였다.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재개봉한 플립은 한정판 굿즈 플립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롯데시네마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재개봉한 '플립'은 한정판 굿즈 '플립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롯데시네마

재개봉작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시네마는 '플립'(2017) 단독 재개봉을 기념해 개봉 1주 차 주말 스페셜 유료 상영회를 예매하는 관람객 전원에게 줄리(매들린 캐롤 분)와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 분)가 함께 나무 묘목을 심는 영화 속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약 150페이지에 빼곡히 담은 한정판 굿즈 '플립북'을 증정했다. 이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영화 필름이 넘어가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켜 작품 특유의 소박하고 풋풋한 감성을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4K 업스케일링 버전으로 돌아온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등장인물 렌고쿠 쿄쥬로의 생일인 지난 10일에 개봉한 만큼 풍성한 특전을 선보였다. 메가박스는 렌고쿠 생일기념 일러스트 보드를, CGV는 렌코쿠와 아카자의 강렬한 전투 장면을 담은 TTT를, 롯데시네마는 렌고쿠의 강렬한 모습이 담긴 스페셜 아트 카드를 증정했다. 이와 함께 돌비 시네마와 MX4D, 4DX 리미티드 A3 포스터까지 준비돼 다양한 포맷으로 즐기는 재미도 선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굿즈와 특전 등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지난 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더팩트>와 만난 20대 여성 A 씨는 특전을 받기 위해 'N차 관람'을 한 적이 있다며 "그 당시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같은 작품을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고 가보지 않았던 여러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이 또 하나의 추억이 됐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30대 여성 B 씨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 작품을 특별하게 남기고 싶어서 모든 영화관의 티켓을 모았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티켓 디자인을 보고 어디서 영화를 볼지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특전을 모으기 위해 N차 관람 했다는 20대 여성은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가 된다는 걸 아는 업자들까지 붙어서 정말 치열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더 퍼스트 슬램덩크' 특전을 모으기 위해 'N차 관람' 했다는 20대 여성은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가 된다는 걸 아는 업자들까지 붙어서 정말 치열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또 다른 20대 여성 C 씨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특전이 증정되기 전부터 올해 초 라스트재개봉까지 약 20번 티켓을 구매했다고. 그는 "농놀(농구놀이) 열풍이 일었을 때 특전이 막 나오기 시작해서 정말 치열했다. CGV용산아이파크몰이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처럼 대형 극장은 물량이 많이 풀리는 편이라 그만큼 사람들이 몰렸다"며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가 된다는 걸 아는 업자들까지 붙어서 정말 치열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씨는 "가장 갖고 싶었던 포토카드 세트를 받기 위해 집 근처 메가박스 오픈런을 했다. 그때는 관람 전 수령이 가능해서 건물 밖까지 줄이 있었다"며 "애니메이션 속 제 최애가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으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영화관 관계자는 "굿즈가 영화 흥행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영화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을 극장에 채워주는 공감대 형성과 상호작용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정판 굿즈는 개봉 주차 관람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또 굿즈로부터 영화의 바이럴이 확산돼 흥행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팬들에게 굿즈 또는 굿즈 콜렉팅 그 자체는 어느 순간 문화적 의미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러한 굿즈와 특전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의 특전을 받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는 남성 D 씨는 "상영관이 꽤 비어 있더라"며 "결국 굿즈만 받고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리인데 관객 수를 늘리는 것 외에 영화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또 이를 되파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굿즈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배급사 관계자는 "많은 관객에게 굿즈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극장과 배포 계획을 협의한다. 상영 이후 발생하는 굿즈의 재판매와 사재기 방지 등 과열된 경쟁을 방어하기 위해 굿즈 수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공정성을 높이는 시스템 마련을 극장과 고민하고 있다"며 "영화를 애정하는 분들이 두루 많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계속>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