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이혜영과 김성철의 치열하고도 처절한 감정과 몸의 대립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전설적인 60대 여성 킬러와 그를 집요하게 쫓는 또 다른 킬러의 이야기 '파과'다.
영화 '파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가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파과'는 '흠집이 났지만 익을수록 완벽하다'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다.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누아르 영화로 돌아온 민규동 감독은 "모두가 만류할 것 같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오기가 생겼다"며 "'왜 나는 이를 주춤하고 많은 사람들도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우리는 왜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보지 못했나'라고 질문하면서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얽혀 있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민 감독은 인물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소설과 또 다른 매력을 장착한 영화의 재미를 자신했다. 그는 "현재와 과거가 같은 시간대에 있는 것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며 "전설적이지만 퇴물로 취급받는 조각이 30대 젊은 남자와 부딪힐 때 경험으로 쌓은 자신만의 무술 실력을 발휘하면서 끝내 승부를 가져가는 액션 장면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인간인지를 보게 되는 방식으로 그려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규동 감독은 "이야기로는 복수와 화해라는 큰 외피가 있지만 상실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이를 딛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찾아나가는 삶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이들에게도 잘 남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성공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영은 모든 킬러가 열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의 킬러 조각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이날 그는 "베를린에서 돌아올 때의 기세등등함은 온데간데없고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다. 즐겁게 봐주셨기를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혜영은 조각을 찾기 위해 킬러가 된 미스터리한 남자 투우로 분한 김성철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막상 액션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부상을 많이 당해서 성철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 연습할 때는 스턴트랑 합을 맞추다 보니까 과감하고 대담하게 자기가 펼치고 싶은 것을 다 했는데 힘이 다른 저랑 부딪히니까 조금 아쉬웠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성철은 "조각과 투우의 전투로 가기까지의 빌드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로 갔을 때 응축돼서 터져야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주일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찍었던 것 같다. 선생님과 제가 붙는 액션신이 처음이었는데 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저희가 찍은 것 중 좋은 것만 감독님께서 선택하셔서 더 다이내믹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조각을 쫓는 투우에 관해 "일차원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감독님과 작품에 담기지 않은 투우의 설정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상상하다 보니까 정신이 붕괴되더라. 일차원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동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목표가 생긴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연우진은 수의사 강선생을 연기하며 이혜영과 김성철의 관계를 뒤흔드는 존재로 활약하고, 신시아는 천부적인 킬러 재능을 지닌 손톱 역을 맡아 이혜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조각의 비밀을 목격한 밤을 기점으로 예기치 못하게 킬러들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강선생을 연기한 연우진은 "저희 영화가 액션이 중요하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건드는 정서를 담당했기에 이를 잘 이행하려고 했다"며 "선배님들과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잘 담긴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이후 약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신시아는 "매 회차 선물 같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이혜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게 된 것에 관해 "굉장히 영광이었고 책임감도 느꼈다. 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촘촘하게 밀도를 쌓아나가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김성철이 가창한 '조각'이 흘러나와 관객들에게 더욱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를 직접 작사했다는 민규동 감독은 "조각을 흠모하는 투우의 마음이 담긴 곡을 작품에 넣고 싶었다"며 "가사도 오랫동안 생각해서 만들었다. 조각의 이미지가 아주 깊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우가 조각에게 바치는 노래를 넣고 싶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엔딩곡을 가창하는 것이 부담됐었다는 김성철은 "음악의 멜로디보다 가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가사가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투우가 유령이 돼서 하는 노래'라는 한 마디에 끌려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시아는 "3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러자 민 감독은 마동석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같은 날 개봉하게 된 것을 언급하면서 "옆의 마동석은 900만을 외쳤다". '범죄도시4'에서 마동석과 김무열의 대결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이혜영과 마동석의 작품이 같은 날 개봉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신시아는 "각자의 크고 작은 상실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파과'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연우진은 "화려한 액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감정 상태를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김성철은 "선생님의 미묘한 표정 변화들이 스크린 속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고 믿기 때문에 관객분들께서 많이 찾아와주시길 바란다"고, 이혜영은 "'파과'의 매력은 캐릭터들이다. 굉장히 매력적이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더 할 말은 없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Berlinale Special) 섹션에 초청됐던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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