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는 영화계②] 책 읽고 야구 보고…새로운 시도는 현재 진행형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4.22 00:00 / 수정: 2025.04.22 00:00
CGV, 만우절 맞아 '씨집책방' 열고 관련한 여러 이벤트 진행
매주 일요일 KBO 프로야구 두 경기씩 생중계
최근 CGV는 만우절을 맞아 씨집책방(위쪽)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상영회와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최근 CGV는 만우절을 맞아 '씨집책방'(위쪽)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상영회와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한국 영화계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에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는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영화를 보는 곳'에 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고, 개봉을 앞둔 신작들은 색다른 홍보 방법을 펼치며 보다 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현재 한국 영화계가 선보이고 있는 이색 이벤트를 정리하고, 이 중에서 일부를 직접 경험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 이후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을 비롯해 영화 이외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스크린에 걸리고 있다. 여기에 책을 읽고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중의 관심을 모은다.

최근 CGV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 한편에 '씨집책방'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이다. '씨집책방'은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300여 권의 도서 큐레이션 전시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열람하고 게시판을 통해 좋아하는 문장을 나눌 수 있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 한편에 위치했던 씨집책방은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300여 권의 도서 큐레이션 전시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열람하고 게시판을 통해 좋아하는 문장을 나눌 수 있었다. /박지윤 기자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 한편에 위치했던 '씨집책방'은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300여 권의 도서 큐레이션 전시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열람하고 게시판을 통해 좋아하는 문장을 나눌 수 있었다. /박지윤 기자

<더팩트> 취재진도 14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을 방문해 '씨집책방'을 즐겼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월요일 저녁 시간대였던 만큼, 이를 이용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게 공간을 즐기고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승부'를 관람하러 극장을 방문한 20대 여성 A 씨는 "이런 공간이 생겼는지 몰랐다. 영화 상영 시간에 딱 맞춰서 극장에 오는 편인데 조금 일찍 와서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며 "요즘에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 어떤 새로운 공간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씨집책방'은 '문장과 장면 사이'라는 슬로건 아래 책과 영화를 연결하며 다양한 경험도 제공했다. 1일 오후 6~9시에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집필한 정세랑 작가가 책방 주인으로 상주하며 고객의 사연과 질문에 따른 책 처방을 해주는 '정세랑의 문장' 이벤트를 진행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

이어 씨네드쉐프 용산 스트레스리스 상영관에서는 '씨집책방 독서 전용관'이 열렸다. 오후 3시~5시 한낮의 여유로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오후 7시~9시 퇴근 후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콘셉트로 독서관이 운영됐다. 관객들은 각각 커피 1잔과 구움과자, 맥주 1잔과 치킨 1인분으로 구성된 패키지와 함께 독서관 내부에 비치된 도서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해당 이벤트를 즐긴 30대 여성 B 씨는 "늘 책을 읽으려고 다짐하지만 몇 분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씨집책방 독서 전용관'을 이용하면서 편한 의자에서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면서도 "다만 가격이 조금 저렴하거나 이용 시간이 길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후기를 남겼다.

영화 상영을 앞두고 씨집책방을 즐긴 여성은 요즘에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 어떤 새로운 공간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영화 상영을 앞두고 '씨집책방'을 즐긴 여성은 "요즘에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또 어떤 새로운 공간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더 나아가 씨집책방 큐레이션 기획전 '한 권의 영화관' 특별 상영회도 진행됐다. '마음에 시 한 편씩 내려놓는 이야기' '작고 느린 순간들이 마음을 채우는 이야기' 등으로 관람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선택해 관람하는 블라인드 상영회로, CGV광주상무, 대구아카데미, 대전터미널, 서면, 소풍, 신촌아트레온 등 전국 13개 CGV에서 열렸다.

이 같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CGV 관계자는 "'씨집책방'은 만우절 이벤트로 진행된 거라 연속성이 있지는 않지만 워낙 반응이 좋았다 보니 이런 느낌의 콘텐츠를 계속 고려하고 있다"며 "힙한 텍스트에 열망이 있는 세대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관으로 이끌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기획된 게 '씨집책방'이다. 영화 상영회도 진행하면서 관람의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고 관심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관객들 발걸음의 방향성 자체를 확장시키려는 목적이다. 관계자는 "이전에도 씨네드쉐프 리클라이닝 침대 상영관 템퍼시네마에서 요가와 함께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만큼 상영관의 특색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늘 생각하고 있다"며 "영화를 보러오는 게 아니라 매점 상품이나 굿즈만 사려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방문 경로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이색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만우절마다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CGV는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2025, 2026 KBO 리그' 극장 단독 생중계 및 프로모션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정기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CGV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과 2026년에도 KBO 리그 극장 단독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조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다. 지난달 22일 정규시즌 개막일부터 극장 생중계가 시작됐고 매주 일요일 일부 상영관에서 두 경기씩 생중계되고 있다. 정규 시즌에 이어 올스타전과 포스트시즌까지 생중계로 진행된다.

CGV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과 2026년에도 KBO 리그 극장 단독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박지윤 기자
CGV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과 2026년에도 KBO 리그 극장 단독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박지윤 기자

이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3일 오후 2시 경기를 보기 위해 CGV로 향했다. 이날 삼성:KT와 키움:한화 경기가 극장에서 생중계됐고, 기자는 삼성:KT 경기를 관람했다.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20000원이며 현장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보다 더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고, 핸드폰이나 TV와 비교했을 때 더 큰 스크린과 음향으로 생생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정규시즌 개막전을 CGV에서 관람했다는 20대 남성 C 씨는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가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극장에서 개막전을 보게 됐다"며 "현장과 분위기가 100%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하니까 집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재밌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개막전이나 가을 야구 등은 티켓을 구하지 못하면 극장에서 보러 올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티빙과 CGV는 KBO 리그의 여러 자료화면을 활용한 영화 관람 에티켓 안내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유명 야구 선수들의 인상적인 플레이와 관중들의 생생한 반응을 영화관 에티켓에 접목시키면서 기존에 야구에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스포츠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티빙의 스포츠 콘텐츠 인지도를 높이고 CGV의 차별화된 영화관 경험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KBO 리그 극장 단독 생중계 및 프로모션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이유 또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객하기 위함이다. 관계자는 "상영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야구 경기가 보통 3시간 정도 진행되다 보니까 F&B 상품 매출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는 인프라와 협의될 수 있는 포인트가 야구 중계인 것이다. 물론 경기를 집에서도 관람할 수 있지만 함께 응원하는 맛이 있다 보니 이를 극장으로 가져오게 됐다"며 "그 분위기뿐만 아니라 영화의 맛도 잊지 않고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계속>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관련 기사>

[돌파구 찾는 영화계①] 계속되는 위기 속 이색 상영회·다양한 홍보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