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강하늘이 약 한 달 만에 새로운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합법과 불법의 줄을 타는, 선과 악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관객들의 시선이 되는, 작품의 타이틀롤이자 그동안 대중이 미처 몰랐던 세계로 이끄는 '야당'이 돼서 말이다.
강하늘은 1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에서 주인공 이강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달 18일 영화 '스트리밍' 개봉을 기념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가 3주 만에 다른 작품으로 취재진 앞에 서게 된 것. 이에 강하늘은 "그때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작품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즐겁게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과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마약 수사의 뒷거래 현장에 실제로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야당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브로커를 주요 소재로 처음 다루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야당'을 다룬 이야기 그 자체에 큰 매력을 느꼈다는 강하늘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 영화적 허구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디테일하고 현실적이더라. 그런데 진짜로 있는 일이었더라.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이강수 역을 맡은 강하늘은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다채로운 얼굴들로 작품을 힘 있게 이끌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야당'이 되어야 했던 그는 마약수사대 형사는 물론 '야당'으로 활동했던 인물을 직접 만났던 황 감독이 쓴 대본, 그가 건넨 여려 자료들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대본 자체에 이강수라는 인물이 자세하게 잘 적혀있어서 이를 다 읽고 나니까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느낌이었어요. 그 정도로 고민을 많이 해서 쓰신 대본이니까 야당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이 있었죠. 감독님께 녹음 파일과 얼굴이 나오지 않은 인터뷰 영상 등도 받았고요. 제가 느꼈던 건 어떠한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감독님이 '잡히면 어떡해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는 안 잡힌다'는 스탠스였어요. 정말 자신만만하고 '내가 왕이야'라는 느낌이 있어서 이를 영화에 녹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결코 당당한 일이 아닌데 자신감이 넘치고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야당'의 성격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강하늘은 인물의 날티나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실크 셔츠에서 나시티로 바꾸는가 하면, 약을 끊은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는 등 여러 설정을 직접 추가하며 디테일을 살렸다.
이에 그는 "약을 이겨내고 예전처럼 바로 돌아가면 영화적일 것 같았다. 찾아보니까 약 후유증이 엄청 나왔는데 특정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서 어떤 걸 해도 당위성이 있겠더라"며 "후반부에 액션신이 있으니까 손과 발을 떠는 건 안 될 것 같았고 일차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게 말을 더듬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리운전을 하던 중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마약사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마약 수사를 뒤흔들며 구관희의 굵직한 실적에 일조하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그에게 배신당하고, 억지로 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피나는 노력으로 약 중독을 이겨낸 이강수는 그렇게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 분)와 손잡고 구관희와 그와 얽힌 조훈(류경수 분)의 실체를 세상에 알릴 작전을 꾸민다.
작품 안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많은 인물이 바로 이강수다. 이를 만난 강하늘은 관객들의 시선이 되는 캐릭터인 만큼 비호감을 덜어내면서도 야당의 일을 정당화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비호감과 선함 사이의 경계선이 늘 고민의 지점이었어요. 인물이 처한 상황이 짠할 수 있지만 이를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 신경을 많이 썼죠.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마다 '수위를 낮춘 버전을 찍기도 하고 너무 크게 웃으면 착해 보인 것 같아서 이를 줄이는 등 톤을 맞춰갔던 것 같아요."
또한 강하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유해진을 향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이강수가 구관희에게 술을 따르는 장면을 찍으면서 강하늘로서의 진심이 들어갔다는 그는 "제가 후배고 동생인데 동료 연기자로 대해주시고 바라봐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제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폐를 안 끼치려고 열심히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하늘은 지난 3월 개봉한 '스트리밍'을 시작으로 '야당'에 이어 5월 첫 방송을 앞둔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의 맛'과 6월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3까지, 그야말로 달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월간 강하늘'의 행보를 펼치게 됐다.
현재 새로운 작품 촬영까지 하고 있다는 그는 "작품 공개 시기는 제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할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번아웃까지는 아닌데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지금 촬영 중인 작품이 마무리되면 쉬려고 한다. 여행을 가볼까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열심히 일하는 데 원동력이 있다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의 기질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해야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하는 거죠. 촬영과 찍어놓은 작품의 공개 시기가 겹쳐서 정신없는 것뿐이지 일 년 내내 이렇게 살지는 않습니다(웃음)."
이렇게 약 한 시간가량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이어간 강하늘은 마지막으로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야당'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야당을 모르셨을 것이다. 저도 '야당'을 설명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작품을 택했다"고 홍보를 잊지 않으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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