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를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쯔양(본명 박정원)은 16일 경찰에 출두해 "또 괴롭힐까 봐 싸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지만, 다시는 이런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쯔양 측은 지난해 7월, 김 대표가 '사과와 해명을 하지 않으면 사생활 관련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고, 이 사건은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 현재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이버레커의 악명은 지난해 유튜버 구제역 카라큘라 등이 쯔양을 상대로 수년간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협박을 일삼다 단죄를 받으면서 익숙해진 단어가 됐다. 이들의 특징은 자극적인 내용을 앞세운 폭로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설령 허위사실이 드러나도 책임을 지지 않고 상대방에 떠넘기는 행태가 많다.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이 기생할 수 있는 데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무엇보다 유튜브 플랫폼의 소극적 규제와 징벌 수위가 약한 법적 제도적 한계다. 영상 한편으로 수천만원을 벌 수 있는 유튜버들한테는 설령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벌금 몇 백만원에 겁 먹을 이유가 없다.
가세연은 우파 유튜버로 정치 이슈 등 다양한 뉴스를 다루지만, 연예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원성 대상 1호 사이버 레커로 명성을 떨쳐왔다. 연예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반발하거나 대응할 경우 단순 폭로에만 그치지 않고,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협박성 공세로 기를 꺾어놓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세연은 폭로를 통해 성장해가는 채널이고, 공격적 폭로는 철저히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가세연은 이번 김수현 폭로를 거치면서 '100만 구독자 돌파'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대중에 관심이 많고, 이미지 타격으로 잃을 게 많은 유명 스타는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일방적 사생활 폭로와 협박에 피해를 입었다는 한 연예인은 "뭘 믿고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논리적 설명이나 객관적 해명 근거가 나와도 소송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오리발로 일관해 질리게 한다"면서 "저를 포함해 피해자들 대부분은 싸우다 싸우다 지쳐서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수현 소속사는 이달 2일 가세연의 폭로에 대한 반박자료를 공개하고,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가세연 운영자 김세의를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 고발했다"고 밝혔다.
소송으로 이어진 배경은 가세연이 공개한 영상과 자료의 신빙성 및 법적 문제에 기인한다.
법률대리인 측은 "가세연은 지난 3월 10일 '[충격단독] 김새론 죽음 이끈 김수현(김새론 15살 때부터 6년 열애)'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한 이래 3월 31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김수현에 관한 방송을 하며 김수현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서 "김수현의 얼굴과 신체가 촬영된 사진 및 영상은 물론 사적인 편지, 메시지 등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무차별적으로 살포했고, 이와 같은 가세연의 '사이버 렉카' 행위를 멈추는 길은 엄정한 수사와 처벌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송? 두렵지 않다. 지금 당장 형사 고소하라. 김수현이 본 방송을 보고 있다는 걸 안다. 앞으로 더 많은 증거가 있다. 우리가 공개한 것은 일부일 뿐이다."
김수현 소속사와 법률대리인 측의 고소방침에 가세연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렇게 맞받아쳤다. 100억대의 거액 소송전을 마주한 가운데서도 예상밖으로 전혀 흔들림이 없는 반응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없다면 그냥 해보는 허풍으로 들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애초 김새론은 일부 악성 유튜버와 악플러들의 공격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김새론의 '이모'라는 익명의 인물이 유족 측을 대변해 가세연과 손잡으면서 배우 김수현을 향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유족 측이 유튜브 채널 가세연을 통해 제기한 논란의 쟁점은 '김수현이 김새론과 미성년자이던 시기에 교제했느냐'와 '김새론이 1년전 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로부터 7억원을 일괄 상환하라는 내용증명(김새론 대신 부담한 드라마 제작사 피해금)을 받고 심리적 압박을 받아 죽음에 이르렀느냐'에 대한 공방이다.
이 부분은 현재까지 유족 측이 가세연을 통해 주장하는 시점이나 시기에 대한 근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족 측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로 판명나면 이미 상처 입은 배우 김수현의 위상은 회복 불능 상태로 추락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소속사 측의 주장대로 '미성년 교제'의 근거로 제시한 사진과 영상들이 조작된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악명의 사이버레커는 퇴출의 치명적 철퇴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