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백설공주'도 실패…위기에 빠진 디즈니의 실사화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4.12 09:00 / 수정: 2025.04.12 09:00
'인어공주' 이어 원작과 다른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논란
"원작 팬들이 원하는 방향성과 다른 작품…부진할 수밖에"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가 누적 관객 수 18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가 누적 관객 수 18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박지윤 기자] 어쩌면 예견된 흥행 부진일지도 모른다. 제작 단계부터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백설공주'가 결국 전 세계 극장가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달 19일 국내 스크린에 걸린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감독 마크 웹)는 개봉 첫날 2만 3047명의 관객을 동원하더니 누적 관객 수 18만 7163명(11일 기준)에 그쳤고, 골든에그지수(관객 평점)도 71%,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6.11을 기록 중이다.

더욱 심각한 건 '백설공주'가 국내 관객들의 선택만 받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개봉 2주 차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준 것.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 등은 컴스코어 자료 등 업계 추산치를 인용해 28일부터 이날까지 1420만 달러(한화 약 209억 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개봉 첫 주 미국에서 기록한 4300만 달러(한화 약 632억 원) 대비 66% 급감한 수치로, 큰 폭으로 관객 수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북미 4200개 영화관에서 지난달 21일 개봉해 열흘간 6680만 달러(한화 약 983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고, 북미 외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수입은 1억 4310만 달러(한화 약 2105억 원)를 올리는 데 그쳤다. 작품의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675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백설공주는 개봉 2주 차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백설공주'는 개봉 2주 차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백설공주'는 디즈니 첫 번째 프린세스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 분)가 악한 여왕(갤 가돗 분)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동명의 독일 그림 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며 1937년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새빨간 입술과 까만 머리를 가진'으로 묘사된 백설공주라는 이름에 '눈이 내리는 날 태어난 아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캐스팅하며 원작과 다른 캐스팅에 제작 단계부터 우려 섞이 목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레이첼 지글러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원작에 관해 "백설공주가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라서 이상하다"는 언급으로 원작 팬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잡음 속에서 베일을 벗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독사과를 먹고 백마 탄 왕자님과의 입맞춤으로 눈을 뜨며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동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존에는 운명에 의해 이끌려가는 공주였다면,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한 '백설공주'에게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왕을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는다는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 것.

동화 원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는 좋았지만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백설공주는 평면적으로만 그려졌고, 외적 비주얼을 중시했던 거울이 갑자기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 구조로 관객들에게 실망감만 안겼다.

결국 디즈니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주의(Political Correctness :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만 내세우면서 원작을 파괴함과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지 못한 단조로운 스토리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고 말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가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인어공주'가 5억 6962만 달러(한화 약 8391억 원)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손익분기점 7억 달러(한화 약 1조 284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에서 에리얼 역을 맡아 개봉 전부터 대중의 반감을 샀고, 작품은 주인공의 피부색만 바꿨을 뿐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인어공주(왼쪽)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흥행 부진을 겪은 디즈니는 오는 5월 21일 릴로 & 스티치(오른쪽)를 선보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어공주'(왼쪽)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흥행 부진을 겪은 디즈니는 오는 5월 21일 '릴로 & 스티치'(오른쪽)를 선보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 디즈니는 '인어공주'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흥행에 실패함에 따라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실사화 제작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푼젤'의 제작은 중단됐지만, 디즈니는 두 편의 실사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월 21일 개봉하는 '릴로 & 스티치'는 외로운 소녀 릴로와 작고 귀여운 스티치가 완벽하진 않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으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어드벤처물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디즈니 라이브 액션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모아나 실사 영화'도 2026년 개봉 예정이다.

'릴로 & 스티치'와 '모아나2'가 향후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 작품의 흥행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를 관람한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굳이 그 매력을 훼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작품적으로 엄청 재밌는 것도 아니라서 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라며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가치는 존중하지만, 캐스팅을 납득시키지 않는 작품이라면 앞으로 더 안 보게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부진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백설공주'는 원작 팬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인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지다 보니까 초기에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그리고 입소문이나 SNS 마케팅이 되지 않다 보니까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물론 제작사의 입장과 방향성이 있겠지만 결국 대중문화는 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하더라도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나 연기의 색이 아니라면 흥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팬 중심의 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과도한 PC주의 외에도 일곱 난쟁이들을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로 구현하는 등 좋지 않은 요소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원작과 내용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가뜩이나 영화관을 가지 않는 분위기에서 작품을 보러 가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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