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촘촘하게 잘 짜인 시나리오와 신선한 얼굴을 꺼낸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웰메이드 심리 파괴 스릴러가 탄생했다. 보는 것만으로 기가 빨리고 끝의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침범'이다.
오는 12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침범'(감독 이정찬·김여정)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 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 분)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 분)이 해영(이설 분)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7살 딸 소현과 그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싱글맘이자 수영 강사 영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은은 남을 괴롭히고도 어떠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딸의 위태로운 행동을 막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소현은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으며 이에 따라 영은의 평범한 삶도 망가져 간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고독사 현장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민과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해맑은 얼굴의 침입자 해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온 해영은 붙임성과 밝은 성격으로 특수 청소 업체에 녹아들고, 민과 현경(신동미 분)이 지내고 있는 숙소에서 지내는 등 자꾸만 민의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비집고 들어간다.
이에 민은 선을 넘고 자신의 일상에 침범하는 해영에게 묘한 불안함과 불쾌함을 느끼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의 해영을 둘러싼 것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실과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이렇게 작품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소현과 그런 딸을 감당하지 못하는 엄마 영은, 가족 없이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는 공통점을 지닌 민과 해영의 이야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네 사람을 관통하는 공통된 테마 '모성'과 인물들의 연결고리, 결말에 드러나는 캐릭터의 서사 등을 통해 완벽한 하나를 이룬다.
추리하고 추적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시나리오를 더욱 힘 있고 몰입감 있게 만든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 곽선영은 딸과 함께 고요하지만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다가도 결국 변하지 않는 소현으로 인해 점차 삶이 무너져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민으로 분한 권유리의 연기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소녀시대로 데뷔해 사극부터 액션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하며 폭넓은 소화력을 보여줬던 그는 스릴러에 처음 도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인물의 차갑고 이성적인 면을 극대화시킨 권유리는 건조한 표정과 톤으로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설과 기소유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다. 촬영 당시 7살이었던 기소유는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성인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촬영 이후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걱정될 정도의 몰입감을 보여주며 서늘한 표정과 기이한 행동만으로 보는 이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해영을 연기한 이설은 해맑은 얼굴로 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다가도 찰나의 순간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진짜를 드러내면서 묘한 텐션을 계속 유지한다. 그렇게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하고 도드라지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입체성을 더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다. 여기에 권유리와 이설의 격렬한 몸싸움은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던 '침범'은 모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큰 짐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버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과 악마로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결말이 나오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에도 여러 생각을 곱씹게 만들며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큰 화면과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풍성한 사운드와 함께 극장에서 제대로 즐겨야 할 영화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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