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가수 겸 배우 진영이 또 한 번 뜻깊은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작품을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로 새롭게 그려내며 원작과 또 다른 매력과 재미를 장착한 '그 시절'이 이에 따른 값진 성과다.
지난달 21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 이하 '그 시절')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진영은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안의 그놈'(2019)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오랜만이라 긴장되면서도 설레고 감격스럽다. 제가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개봉했다는 것만으로 저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개봉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 이후의 것들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열심히 재밌게 했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그 시절'은 선아(다현 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었던 진우(진영 분)의 열여덟 첫사랑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가진동·천옌시가 주연을 맡은 원작은 현실적인 첫사랑 묘사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대만 영화 사상 최단기간 1억 타이완 달러 수익을 달성하고, 사상 최장기간이었던 5개월 동안 상영되는 인기를 누렸다. 또한 작품은 2012년 국내에서 개봉된 후, 대만 특유의 감성과 학창 시절의 첫사랑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세 차례나 재개봉된 바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됐다. 실제로 원작을 5번이나 봤을 정도로 원작의 팬이었다는 진영도 큰 부담감을 먼저 느낀 것이 사실이다.
자신도 원작 팬의 편이라고 강조한 그는 "처음에는 '리메이크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그런데 팬이니까 더 욕심이 생기더라. 처음에는 부담이 됐지만 저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틀을 잘 가져가서 저만의 색깔로 녹여낸다면 색다른 한국만의 스타일이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무작정 도전이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진영은 노는 게 제일 좋았던 10대 시절과 20대 진우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그는 선아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면서 은근히 친구들을 견제하는 풋풋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가고 직업을 찾기까지, 성장에 따른 진우의 감정 변화를 눈빛과 표정 등으로 디테일하게 그려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첫사랑의 감정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다.
지금의 진영으로서 선아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진우의 행동이 처음에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고. 그러다가 잊고 있었던 옛날의 자신을 떠올렸다는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말 한번 못 걸고 버디버디로만 연락했던 일화부터 고등학생 때 하교 시간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딸기우유와 잣을 건넸던 에피소드까지 털어놓으며 "제 학창 시절을 떠올리니까 진우가 이해되더라. 저도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원작의 팬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시작하면서 원작을 멀리했다는 진영이다. 따라 하는 것은 모방에 그치기 때문에 진우라는 인물에 자신의 성격을 많이 녹이려고 했다는 그는 "원작의 커징텅은 조금 더 짓궂은 편이다. 저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제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감독님께서 제가 장난스러운 면과 허당적인 모습이 있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고 활발한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이를 많이 녹여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영은 "저희 작품의 배경은 2002년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가 가장 뜨거웠을 시기다. 축구 이야기부터 핑클과 '넌 내게 반했어' 노래와 가로본능 등 그때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판 '그 시절'만의 매력을 자신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으로 데뷔 첫 연기에 도전한 트와이스 다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진영은 "처음인데도 너무 준비가 잘 되어 있고 뭘 해야될지 알고 해석도 잘하더라. 수능을 망치고 우는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몰입을 잘해서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끝나고도 감정을 못 추스르고 힘들어하더라. 그걸 보면서 부러웠다. 몰입이 된다는 건 좋은 장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OST를 작업하면서 다현의 열정을 다시금 느꼈다는 진영은 "주인공들의 서사와 감정을 잘 아는 제가 이를 녹여냈을 때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수상한 그녀'부터 '구르미 그린 달빛'과 '경찰수업' 등에서 OST 작업을 해왔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다현도 작곡과 작사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하게 됐다. '선아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대단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날 작품 속 진영의 존재 자체가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다가왔다는 기자들의 감상평을 들은 그는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으며 "교복은 3년 정도 더 입고 싶다. 그 이후로는 선을 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중후해 보이고 싶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제가 맡은 캐릭터처럼 보이게 만드는 건 저만의 숙제이지 않나.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해야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그룹 B1A4(비원에이포)로 데뷔한 진영은 2013년 tvN '우와한 녀'로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구르미 그린 달빛'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경찰수업' '수상한 그녀', 넷플릭스 '스위트 홈' 시리즈 등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함께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그는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하고 싶은 게 저의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전에는 '흥행이 될까? 내 캐릭터가 잘 살까?' 등 많은 생각을 해서 머리가 아팠는데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할리우드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봤는데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배우는 이렇게 하는 게 맞구나' 싶었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하는 게 배우로서의 덕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도전해 보고 싶으면 과감히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진영은 "'내 안의 그놈'을 찍고 액션에 맛이 들렸다. 그때 대역 없이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강력한 액션 영화가 나온다면 해보고 싶다. 또 속을 알 수 없는,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렇게 부담감을 이겨내고 원작이 있는 작품을 자신만의 색깔로 색다르게 그려내며 또 하나의 도전을 무사히 마친 진영은 "'그 시절'은 저에게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 자체만으로 큰 성과"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끝으로 그는 "음반을 내고 싶다. 지금 써놓은 곡들이 꽤 있는데 욕심이 많고 검열이 심해서 트렌디함을 벗어나면 다시 쓰고 싶더라. 빠르게 변화해서 다시 진행하려고 한다. 또 대만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 촬영을 마쳤다.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고 저만 한국인이었다. 작품 정말 좋다. 그때 또 뵙겠다"고 올해 계획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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