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백수아파트', 층간 소음과 오지라퍼가 만나면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2.28 00:00 / 수정: 2025.02.28 00:00
이루다 감독도 경험한 층간 소음 문제…마동석, 제작자로 참여
미스터리·코미디·휴먼 등 다 녹인 복합 장르…메시지도 확실
26일 개봉하는 백수아파트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백수 거울이 새벽 4시마다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층간 소음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웃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추적극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6일 개봉하는 '백수아파트'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백수 거울이 새벽 4시마다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층간 소음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웃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추적극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작지만 알차다. 미스터리하게 풀어나갈 줄만 알았던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 위에 다양한 장르를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쌓아 올렸다. 여기에 '한 사람의 오지랖이 불러일으키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주제 의식도 잃지 않는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창대한 끝을 기대해 볼만한 '백수아파트'다.

2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백수아파트'(감독 이루다)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백수 거울(경수진 분)이 새벽 4시마다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층간 소음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웃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추적극이다.

주인공 거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생의 아이들과 함께 동네의 모든 민원을 나서서 처리하는 오지라퍼 백수다. 하지만 동생 두온(이지훈 분)과 다투고 반강제적으로 독립하게 된 그는 금방 방을 빼게 될 거라는 확신과 함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세아파트에 입주한다.

그러나 첫날 밤 새벽 4시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만 거울은 아파트 주민인 전 회계사 경석(고규필 분)과 동대표 지원(김주령 분), 공시생 샛별(최유정 분)을 만나 6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쿵쿵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들은 거울은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뛰어드는 오지라퍼 백수답게 층간 소음의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다.

경수진은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 오지라퍼 백수 거울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수진은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 오지라퍼 백수 거울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렇게 10명 중 8명이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 '백수아파트'는 오지라퍼 백수 거울이 이웃 주민들과 함께 층간 소음의 범인과 아파트 재건축 이면에 숨겨진 비밀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 관객들을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설정하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거울과 두온 그리고 조카들의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과하지 않게 녹여내며 미스터리부터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휴먼까지 모든 장르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복합 장르 영화로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다양한 장르가 끊임없이 변주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한 사람의 오지랖이 불러일으키는 선한 영향력과 그로 인한 성취감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메시지의 힘도 잃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과한 관심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아파트 일이잖아"라고 외치는 거울, 그와 힘을 합쳐 사건을 수사하는 입주민들의 연대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백수아파트는 신세계와 변신의 조감독을 한 이루다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감독은 층간 소음을 겪어봤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백수아파트'는 '신세계'와 '변신'의 조감독을 한 이루다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감독은 층간 소음을 겪어봤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내며 '경반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경수진은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은 거울을 만나 힘 있게 극을 이끈다. 이지훈은 경수진과 현실 남매 '케미'를 형성하고, '범죄도시3'(2023)에서 초롱이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고규필은 얼굴만 봐도 웃게 되는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 최유정은 안정적인 톤과 연기로 제 몫을 해내며 선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김주령 박정학 정희태 등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타당한 이유를 내세우고 과도한 오지랖을 부리며 생계유지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거울의 행동이 처음부터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거울이 오지랖을 부릴 수밖에 없는 과거 가슴 아픈 사연이 나오기 전까지 보는 이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민폐로만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앞서 '백수아파트'는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인정받았고, 제19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 '신세계'와 '변신'의 조감독을 한 이루다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배우 마동석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려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백수아파트'는 작은 체급임에도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은 알찬 영화로서 2월 끝자락 극장가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라는 대작과 나란히 스크린에 걸리고, 예비 관객들의 흥미를 확 끌어당기는 제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흥행을 점칠 수 없지만, 우선 선택한다면 기대보다 더 큰 재미와 메시지를 품에 안고 영화관을 나설 수 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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