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저격한 사람은 없는데 저격당한 사람이 나왔다. 이제는 배우보다 유튜버가 더 잘 어울리는 한가인의 상황이다. 그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을 돌연 비공개 처리했고, 그 화살은 개그우먼 이수지에게 돌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네티즌의 도 넘는 악플이 지속돼서는 안 되지만, 이를 무작정 회피하기보다 채널명에 걸맞은 콘텐츠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2002년 CF로 데뷔한 후, 드라마 '나쁜 남자' '해를 품은 달' '미스트리스', 영화 '건축학개론'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한 한가인이 그동안 쌓았던 신비주의 이미지를 깬 계기는 2022년 유튜브 웹예능 '문명특급' 출연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과거 영상을 보면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가짜 웃음이었다고 고백하는 등 솔직한 입담과 털털한 면모를 드러냈고, MC 재재는 "눈에 광기가 있다"며 그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한가인은 2022년 SBS '써클 하우스'를 시작으로 '싱포골드' '손이 없는 날'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 등 꾸준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하며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비주의를 벗은 한가인의 반전 매력이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하나의 프로그램을 홀로 이끌어갈 진행 실력이나 시청자들의 웃음을 제대로 책임지는 원초적인 예능감도 부족했다. 결국 그는 남편 연정훈과의 일상이나 자녀 얼굴, 여행 중 잘 씻지 않는 모습 등을 공개했지만 오직 화제성에 기댄 행보가 지속될수록 한가인의 매력과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동시에 하향 곡선을 그렸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변경했다. 채널명은 '자유부인 한가인'으로, '자유 없이 살아온 40여 년의 세월. 더 행복한 사람이 돼보고 싶어서 자유를 향해 떠난다. 제 여정과 함께해 주시고 같이 즐겨주세요. 함께 행복해져요. 우리'라는 소개 글로 채널을 개설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부인 한가인'을 통해 자유를 찾아 떠난 한가인을 보기는 어려웠다. 자신과 닮은 배우 김동준과 유튜버 랄랄의 '부캐' 60대 부녀회장 이명화, 개그우먼 이수지를 만나 색다른 투샷을 완성하며 채널명에 어울리는 콘텐츠도 선보였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였다.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자신의 식습관과 영양제, 차와 집을 소개하는가 하면 성형 견적을 내거나 20년 동안 모은 명품 신발을 진열하고, 남편과 자녀 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채널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가운데, '자유부인 한가인'에 업로드됐던 '방송 최초 여배우 한가인 충격 24시간 관찰 카메라(미친 스케줄, 따라 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지난 25일부터 노출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공개된 지 약 4개월 만에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된 것에 관해 "한가인 자녀에 관한 악플이 많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영상에는 한가인의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의 일과가 담겼다. 그는 국제 학교에 다니는 첫째 딸과 유치원을 다니는 아들을 케어하고, 학부모와 브런치 모임을 갖고 끼니를 차에서 해결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14시간 자녀 학원 라이딩이 과도하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고, 이에 한가인은 "유튜브 촬영을 위해 특별히 늦게 끝나는 날로 설정한 것일 뿐 매일 이렇게 하지 않는다. 학업보다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공개 직후에도 일부 잡음이 있었던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재조명된 이유는 최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조선족 사기꾼부터 김고은 닮은꼴까지 '인간 복사기'의 능력을 보여줬던 이수지가 '대치맘'을 패러디하면서 과도한 사교육을 풍자한 영상으로, 공개 3주 만에 7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 이수지가 착용한 명품 패딩 매물이 대거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돌연 한가인은 아이들의 학원 라이딩이 담긴 영상을 비공개했고, 이로 인해 네티즌의 화살은 이수지에게 향했다. 보는 이에 따라 한가인의 영상이 떠오른다는 점과 해당 영상이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인해 이수지는 한가인을 저격한 사람이 됐다.
이런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예정대로 새로운 영상을 올린 이수지는 특정 인물 저격 논란을 잠재웠고, 오히려 "전혀 안 떠오른다" "이수지한테 긁혔나?" 등과 같은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일부 네티즌의 도 넘은 해석과 악플이다. 그럼에도 공개 직후부터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던 만큼, 그동안 자신이 업로드했던 영상들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쳤는지 되돌아보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이 한가인에게 필요해 보인다.
신비주의를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떠나겠다는 의미와 함께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며 구독자들에게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지만, 몇십 억대의 고급빌라와 한 켤레에 몇백만 원인 신발 등은 채널명의 뜻뿐만 아니라 한가인의 친근하고 털털한 추구미(본인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기가 아닌 예능과 유튜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신비주의를 벗고 반전 모습에 환호했던 대중의 반응만 기억해서는 안 되고, 그 이상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비주의 이미지'는 버리고 싶고 레드오션인 유튜브 시장에서 화제성을 잡기 위해 비싼 차와 집, 영재인 아이를 내세우며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채널명의 취지에 맞는 콘텐츠를 보여줘야 할 때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