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포기하고 실패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와 응원의 힘이 가득 담긴 작품이 관객들을 찾는다. 뻔하고 단순하지만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한마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다.
2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는 혼자서는 서툴지만 함께라서 괜찮은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쿠팡플레이 '유니콘'으로 매력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김혜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주인공 인영(이레 분)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가 가장 행복한 무한 긍정 소녀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그는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이기에 복지사들이 계속 집 앞까지 찾아오고, 친구들이 수강료를 내지 않고 예술단에 다니는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지만 결코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또한 인영은 집을 빼야 하는 상황에도 쓰지 않는 물건들을 중고 거래 앱에 올리면서 쿨하게 짐을 정리하는가 하면, 좋아하는 춤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서 환한 미소를 장착한 채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랑과 우정 그 어딘가에 있는 유일한 남사친(남자사람친구) 도윤(이정하 분)과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동네 친구 같은 괴짜 약사 동욱(손석구 분)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맞춤 처방을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장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구할 수 없었던 인영은 예술단에 몰래 숨어서 지내다가 예술단의 안무가이자 마녀 감독으로 불리는 설아(진서연 분)에게 들키고 만다. 설아는 가족도 친척도 없어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인영을 잠시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한다.
어쩌다가 한집살이를 하게 된 두 사람은 극과 극 성격을 가진 만큼 부딪히다가도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변화를 마주한다. 그렇게 설아는 인영에게 기댈 수 있는 보호자가 되어주고, 인영은 차갑기만 하던 설아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작품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됐지만 환한 미소로 씩씩하게 세상에 맞서는 여고생과 외로운 완벽주의자인 어른, 멀리서 봤을 때는 괜찮아 보였지만 사실 서툴기만 했던 이들이 만나 서로 위로하고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구나 작품의 흐름과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억지스러운 감동 코드를 넣기보다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차진 티키타카와 말맛으로 유쾌함을 추가하며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여기에 육고무를 시작으로 부채춤과 칼춤 등 한국 무용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레를 필두로 진서연 정수빈 이정하 손석구 등은 빈틈없는 열연으로 작품을 꽉 채운다.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성인이 된 이레는 환한 미소만으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들이 인영을 응원할 수 있는 이유도 인물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이레의 존재감 덕분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레는 제가 생각하는 이 나이대에 가장 훌륭한 배우"라는 김혜영 감독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설아로 분한 진서연은 대체 불가한 카리스마부터 친근한 면모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인영과 일방적인 라이벌 관계인 만년 1등 예술단의 센터 나리를 연기한 정수빈도 제 몫을 해낸다. 이정하는 이레와 풋풋한 '케미'를 형성하고,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손석구는 장난과 위로가 적절히 섞인 말맛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제대로 책임진다.
앞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한국 최초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 제너레이션 K플러스 작품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50개국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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