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야생동물의 세계는 인정사정이 없습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생태계입니다. 병이 들거나 힘이 없으면 상위개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동족 동물들까지도 달려들어 물어뜯어버립니다. 이는 우주 또는 지구 안에 생존하는 모든 생물들이 존재하는 자연의 순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에는 잔인하거나 냉혹하게 비치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동물은 바로 인간입니다. 문명화된 인간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수십만 수백만 동족을 살상하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릅니다. 약육강식의 동물들처럼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은 욕심과 빼앗으려는 탐욕 때문이겠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경계해야할 병폐는 또 있습니다. 집단 괴롭힘입니다.
◆ 사회적 냉대와 비난, 온라인상 반복된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선택
연초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사망이 직장 내 왕따 또는 따돌림, 집단 괴롭힘의 흔적으로 얼룩져 논란이 일었는데요. 유서에 남긴 고백 외에도 최근 유족들에 의해 공개된 생전 일기장에는 "선배들이 내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카톡방에서 쉴 새 없이 날 욕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배우거나 연습하기보단 회피하며 술이나 마셨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배우 김새론의 갑작스런 죽음이 연예가 안팎을 강타했습니다. 김새론의 죽음 역시 세상의 집단 괴롭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냉대와 비난,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끝없는 악플에 시달렸기 때문인데요. 편의점 알바를 해야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새론이 음주운전이라는 논란을 스스로 자초했다고는 하지만,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며 반성의 뜻을 밝히고 3년 가까이 자숙의 시간을 가졌어도 '주홍글씨'로 낙인 찍힌 부정적 이미지는 벗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도중 하차했고, 11월엔 영화 '기타맨' 촬영을 마쳤지만 복귀에 대한 가시적인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복귀 안간힘, '주홍글씨'에 낙인 찍힌 부정적 이미지로 결국 좌절
연예계는 부침이 심한 곳입니다. 대중스타들은 힘든 일을 겪으면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위상도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조명을 많이 받는 만큼 한순간 실수나 잘못으로 곧잘 나락에 빠져듭니다. SNS를 통한 네티즌 쌍방소통이 가능해진 요즘엔 악성 비난댓글이 비수처럼 즉각 피부에 와닿기 때문에 피하거나 숨을 곳도 없습니다.
2019년 11월 설리 구하라가 잇달아 생을 마감한 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진행한 관련 연구문건을 보면 '연예인들의 극단선택에 대한 악플이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8%가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연예인들은 불특정 다수가 악플로 집단 린치를 가하면 마음의 병(우울증)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연예계의 불행한 죽음이 반복되는 현실에 사회적 안전 장치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합니다. 김새론의 사망 충격 직후 많은 사람들이 새삼 마음속 깊이 아픔을 공감했고, 동료배우들은 혼자서 힘들어한 걸 알고도 살뜰히 살펴주지 못해 비통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묻되 무작정 비난이 아니라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