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만든 작품"…극장에서 봐야 할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종합)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2.20 13:38 / 수정: 2025.02.20 13:38
나오미 애키·마크 러팔로·스티븐 연과 함께 내한 기자간담회 진행
스펙터클한 장면·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뚜렷한 메시지 자신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로 6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서예원 기자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로 6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로버트 패틴슨을 필두로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과 함께 사랑으로 완성한 '미키 17'로 또 한 번 전 세계를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영화 '미키 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가 20일 오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과 최두호 프로듀서를 비롯해 할리우드 배우 나오미 애키와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참석했다. 특히 세 배우는 봉준호 감독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드워드 애시튼 작가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왼쪽)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서예원 기자
봉준호 감독(왼쪽)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서예원 기자

먼저 봉준호 감독은 "원작 소설의 핵심 콘셉트는 휴먼 프린팅"이라고 그동안 SF에서 소재로 다뤄졌던 복제인간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봉 감독은 "유기물 재료를 갖고 사람을 서류 출력하듯이 프린트하는 것이다. 조합돼서는 안되는 단어인 휴먼 프린팅에 이미 희비극과 드라마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며 "슈퍼히어로나 천재적 능력을 지닌 사람을 출력하는 게 아니라 평범하고 가여운 청년이 계속 복제되면서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작품들과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약하고 불쌍한 청년이 결국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나오미 애키는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감독님과 함께 오게 돼서 기쁘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저도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저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셨다"고 봉준호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미키의 연인이자 얼음행성의 요원 나샤를 연기한 그는 "비밀이 있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캐릭터들이 많은데 나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진정성 있고 진실한 사람"이라며 "그래서 대본을 읽으면서 현실화하는 작업이 신났다 저를 자유롭게 했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나오미 애키(오른쪽)는 미키의 여자친구 나샤 역을, 마크 러팔로(가운데)는 추종자들을 거느린 얼음 행성 개척단의 사령관 케네스 마셜 역을 맡았다. /서예원 기자
나오미 애키(오른쪽)는 미키의 여자친구 나샤 역을, 마크 러팔로(가운데)는 추종자들을 거느린 얼음 행성 개척단의 사령관 케네스 마셜 역을 맡았다. /서예원 기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으로 한국을 한 차례 방문했던 마크 러팔로는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질투할 정도로 환대를 받았었던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며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살아있는 위대한 감독 중 한 분이다. 그런 감독의 고국에 오게 돼 기쁘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크 러팔로는 추종자들을 거느린 얼음 행성 개척단의 사령관 케네스 마셜으로 분했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를 완성한 그는 "출연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놀랐는데 결국에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저를 의심할 때 믿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저는 결과물을 보고 만족하는데 처음 시도하는 연기다 보니 겁도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은 왜 마크 러팔로에게 악역을 건넸을까. 그는 "제가 성격이 이상하다 보니까 사람을 볼 때도 자꾸 이상한 면만 보게 되는 것 같다.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집착이 생긴다"며 "마크 러팔로가 그동안 한 번도 악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첫 번째 기회가 저에게 와서 신나고 재밌었고 영광스러웠다. 독재자들은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마크 러팔로가 잘 해줄 거라고 믿었다"고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케네스 마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마크 러팔로는 "봉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어갔고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랐다. 쩨쩨하고 그릇이 작은 정치인들을 많이 봐왔다. 독재자들은 자기만 알고 이익만 원하고 연약한 자화상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인물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고 해석의 여지를 열어뒀다. 여러 지도자들을 연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마크 러팔로는 "2년 전에 촬영을 끝냈다. 저희도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서예원 기자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서예원 기자

스티븐 연은 미키의 친구 티모로 분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 '옥자'에 이어 또 한번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그는 "감독님은 캐릭터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그래서 봉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 조금 더 여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봉준호 감독님만의 시각이 아름답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봉준호 감독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꺼냈다. 그는 "그때 마크 러팔로가 '괜찮냐'고 메일을 보내서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블랙핑크 로제의 'APT.(아파트)'가 이번 주에는 빌보드 차트에서 몇 위를 하는지 보고 있는데 계엄령이 터지니까 생경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봉 감독은 "좋은 점은 지금 극장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영화는,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계엄령을 극복한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극복됐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어떤 작품이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달려가는 행동 자체가 시네마의 힘이 가진 소중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등 스펙터클한 장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도 있다.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할 것"이라고, 나오미 애키는 "사랑으로 만들어졌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마크 러팔로는 "감독님의 아름다운 영화관이 잘 들어가 있는 작품이니 즐겨달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 개봉 후 3월 7일 북미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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