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형만 한 아우의 탄생은 쉽지 않았다. 설 연휴 특수를 노리고 극장가에 출격했던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은 나란히 아쉬운 흥행 성적표를 받고 있다.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2'(감독 최원섭)와 송혜교·전여빈의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6일 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진 설 대목에 관객들을 찾았지만, 더디게 스코어를 쌓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과거 흥행 공식이었던 명절 연휴 특수가 무너졌다는 걸 다시금 입증하면서 말이다.
지난달 22일 스크린에 걸린 '히트맨2'는 대히트 흥행 작가에서 순식간에 '뇌절(과한 행동이나 불필요하게 오버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 작가'로 전락한 준(권상우 분)이 야심 차에 선보인 신작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고 하루아침에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다.
2020년 개봉한 '히트맨'은 전설의 암살이었던 주인공이 웹툰 작가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첩보 액션과 코미디가 결합된 신선한 장르,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이지원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과 이들의 대체 불가한 '케미' 등으로 24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적 관객 수 240만 명'은 후속편이 제작될 정도의 엄청난 흥행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움츠러든 상황이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긴데 이어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의 뒤를 이어 2020년 흥행 TOP4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작품은 IPTV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재조명받으며 5년 만에 관객들에게 후속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에 '히트맨2'는 권상우를 필두로 시즌1을 이끌었던 정준호(덕규 역) 이이경(철 역) 황우슬혜(미나 역) 이지원(가영 역)이 다시 뭉쳐 한층 더 안정적인 호흡과 믿고 보는 티키타카를 자신했고, 김성오는 피에르 쟝으로 새롭게 합류해 신선한 피를 수혈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여기에 메가폰을 잡은 최원섭 감독은 액션과 미술, 실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업그레이드된 스케일도 예고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게 야심 차게 베일을 벗은 '히트맨2'는 개봉 첫날 10만 590명의 관객을 사로잡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특히 이는 '히트맨'의 개봉일 관객 수 8만 1590명을 넘어선 수치로, 앞으로의 흥행 질주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후 '히트맨2'는 다른 경쟁작들에게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빠르게 정상 자리를 되찾으며 누적 관객 수 211만 명(7일 기준)을 돌파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히트맨2'는 무난히 전편의 최종 스코어를 넘어섰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관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던 환경에 처했던 것. 이는 '히트맨'과 6일 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스크린에 걸린 '히트맨2'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 심지어 '히트맨2'의 골든에그지수(관객 평점)는 82%로, '히트맨'(90%)보다 낮아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 연휴에 '히트맨2'를 관람했다는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전편을 영화관에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여러 작품 중 '히트맨2'를 골랐다"면서도 "변화하는 시대를 전혀 읽지 못한 느낌의 개그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새롭거나 신선한 재미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아는 맛도 없었다"고 솔직한 감상평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히트맨2'의 뒤를 이어 설 연휴 극장가에 출격한 '검은 수녀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두 번째 이야기다.
장재현 감독이 '검은 수녀들'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아니다. '검은 사제들'을 제작한 제작사 영화사 집이 원작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었고, 권혁재 감독은 전편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사제들이 아닌 '구마 의식에 참여하는 게 금지인 수녀들의 이야기'로 전편과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그가 다시 한번 멜로가 아닌 장르물을 택한 만큼,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를 통해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이렇게 개봉 전부터 '검은 사제들'의 팬층과 오컬트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검은 수녀들'이다. 여기에 송혜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며 23년 만에 예능 나들이에 나서고, 여러 유튜브 채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홍보 활동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줬다.
송혜교의 대체 불가한 존재감은 작품 안팎으로 펼쳐졌다. 그는 욕설 섞인 대사와 흡연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지금껏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특히 송혜교는 촬영 6개월 전부터 실제로 흡연 연습을 했다고 밝혀 남다른 연기 열정을 짐작게 하기도. 또한 그는 유니아를 도와 검은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한 전여빈과 워맨스를 형성하며 근래 보기 드물었던 여성 투톱 영화를 완성해 반가움도 더했다.
다만 '검은 수녀들'은 새로운 것 없는 스토리에 장르의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냉혹한 후기와 함께 예상외의 부진을 겪으면서 개봉 전의 화제성을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 개봉 5일 차에 나무위키 문서 열람을 차단하면서 예상치 못한 잡음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당시 '검은 수녀들' 측은 "개봉하기 전인 지난달 21일 완전한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나무위키에 지속적으로 게시돼 이를 방지하고자 부득이하게 스포일러에 대한 게시 차단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무위키 게시 차단'만으로 작품의 스포일러를 모두 막지 못할뿐더러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나무위키 게시 차단을 요청하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기에 네티즌들은 관객들의 강한 호불호 반응을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결국 '검은 수녀들' 측은 나무위키 열람 차단을 해제했지만, 작품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만 키웠을 뿐이다.
앞서 160개국 선판매를 이뤄낸 '검은 수녀들'은 누적 관객 수 16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544만 명을 사로잡았던 전편의 흥행 스코어를 넘지 못하고 씁쓸하게 퇴장할 것으로 짐작된다.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은 아쉬운 흥행 기록으로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 관계자는 "'히트맨2'는 코미디가 너무 애매했다. 높아진 관객들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미디나 액션 둘 중 하나에 집중하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의 도전과 한국 무속 신앙을 합하는 등의 신선한 시도는 좋았지만 악령이 주는 공포감이 없고 구마 의식도 지루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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