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A 씨가 고인을 나무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10일 뉴시스는 "A 씨가 평소 고인의 업무 능력과 태도를 두고 폭언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 씨가 오요안나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오요안나의 유족 측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에게 건넨 녹취록에 담긴 이 대화에서 A 씨는 자신의 질타에 오요안나가 울먹이자 "너가 여기서 제일 잘났냐", "너무 건방지다" 등의 말을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0월 18일 새벽 방송을 마치고 퇴근한 오요안나를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A씨는 "내가 예전엔 (네가) 신입이어서 실드(방어)를 쳤는데 지금도 방송을 너무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그냥 잘리거나 기상팀이 없어지는 것밖에 없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진짜 일단 기분이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요안나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면서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A 씨는 "눈물을 가릴 생각도 없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하냐", "선배한테 그게 할 태도냐. 너가 여기서 제일 잘 났냐", "태도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면 너의 태도부터가 지금 아니지 않냐", "이런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너 너무 건방지고 너무 사람을 어쩌라는 식으로 대한다"고 다그쳤다.
이후 오요안나는 동료에게 메신저로 연락해 A 씨와 있었던 일을 전하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인이 "네가 건방지게 했을리 절대 없는데"라고 답하자 오요안나는 "잘못을 했어도 이런 소리를 들을 만큼 최악인가 싶다", "솔직히 잘려도 괜찮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근데 이 최선이 남한테는 최악인 거면 진짜 너무 힘들다"고 자책했다.
앞서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혀 활동을 시작한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당시 사망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고인의 휴대폰 속 유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고인이 사망하기 전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 유족들이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파장이 일자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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