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브로큰' 하정우, 다시금 느낀 연기의 맛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2.08 00:00 / 수정: 2025.02.08 00:00
신인 감독과 손잡은 하정우 "캐릭터가 선행돼 자유롭게 연기했다"
동생이 죽던 밤의 진실을 쫓는 남자 민태 役 맡아 열연
배우 하정우가 영화 브로큰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배우 하정우가 영화 '브로큰'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더팩트|박지윤 기자] 수많은 흥행작과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켜 온 배우 하정우다. 물론 기대와 달리 부진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치지 않고 묵묵히 내달리리면서 말이다. 쉼 없는 활동을 이어오며 어느덧 데뷔 22년 차가 된 하정우가 다시금 자유롭게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그렇게 그는 '브로큰'을 통해 날 것의 얼굴을 꺼내며 다시 한번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하정우는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분이 이런 걸 기다리셨구나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그리고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 분)의 추적을 그린다. 장편 '양치기들'로 주목받은 신인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하정우는 동생이 죽던 밤의 진실을 쫓는 남자 민태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하정우는 동생이 죽던 밤의 진실을 쫓는 남자 민태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브로큰'과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늘 이와 같은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하정우는 제작사의 믿음과 김진황 감독에게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됐다. 그는 "텐트폴 영화나 상업 영화들은 스토리가 선행되고 캐릭터가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 작품은 캐릭터가 선행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연기할 맛이 났다. 그런 부분을 보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끌린 지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앞서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추격자'의 나홍진,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등 현재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시작을 함께했던 하정우가 이번에는 신인 감독 김진황과 손잡고 신선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그렇게 그는 날 것의 얼굴을 제대로 꺼내며 뚝심 있는 범죄 추적극을 완성했다.

김남길과 정만식 등을 제외하고 감독과 스태프들, 배우들까지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사람들로 가득 찬 현장에서 새로움을 느꼈다는 그는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계산하고 재단하고 꾸미고 잘 어루만져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투박하게 진행되는 촬영 방식이 즐겁고 새로웠다"며 "이번에는 세트장이 하나도 없었다. 공간 상가 시장 등 다 섭외된 공간이었다. 그래서 더 영화적으로 느껴졌고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극 중 민태는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애쓰지만, 동생의 죽음을 마주하고 원래 계획했던 것을 부순 채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이를 만난 하정우는 정제돼 있지 않은 민낯 위에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변화하는 인물의 다채로운 감정을 덧입히며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또한 쇠 파이프 하나를 든 채 자신의 앞길을 막는 방해 요소를 가감 없이 제거하는 강렬한 액션신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민태는 조직 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사람"이라고 바라봤다는 하정우는 "'왜 여기 찾아왔냐'고 따지는 사람들을 봐도 동요되지 않고 일상 톤으로 대한다. 진짜 센 사람들은 감정을 섞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제대로 상대하면 바로 나가떨어질 걸 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런 게 필요할 때는 뒤도 돌아보고 않고 주저하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대입시키면 섬뜩함이나 불편할 정도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김진황 감독에 관해 자기가 나아가야할 길에 확신이 뛰어나면서도 유연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하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김진황 감독에 관해 "자기가 나아가야할 길에 확신이 뛰어나면서도 유연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앞서 하정우는 '양치기들'을 인상 깊게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보다 가까이서 마주한 김진황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저의 치우친 편견일 수 있겠지만 사람이 거친 매력이 있는데 아카데미 출신이더라고요. 부조화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자기가 나아가야 할 길에 확신이 뛰어나면서도 유연한 부분이 있어요. '브로큰'을 보는데 진지함과 코미디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갖고 있는 부조화가 영화에 많이 투영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죠."

그러면서도 하정우는 "'브로큰'은 김진황 감독이 목격한 경험을 베이스로 삼아서 만들어진 시나리오다. 지극히 사생활이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렇게 세팅되고 이러한 인물들이 나온 것에 설득됐다"고 김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이날 하정우는 계속되고 있는 흥행 부진에 관한 솔직한 심정도 밝혔다.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 '최연소 누적 관객 수 1억 배우'라는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많은 대표작과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지만, '비공식 작전' '보스톤 1947' '하이재킹' 등 최근 선보인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 참패를 겪고 있는 것. 특히 하정우의 활약도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함께 이어졌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중의 냉정한 평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하정우였기에, 이러한 분위기에서 신작을 선보인다는 것이 더 큰 부담만 안겨줄 것이라 생각됐다. 이에 그는 "정확히 이유를 파악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떠한 깨달음과 변화가 분명히 있을 거다. 다음 작품을 하고 홍보를 할 때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꺼내 보였다.

"예상치 못한 흥행을 경험해 본 적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연달아서 잘 안되던 시기도 있었어요. 다 때의 문제인 것 같고 중요한 건 그 시기와 때가 더 길어지느냐, 짧게 끝내고 반등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늘 감독님과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요. 특별한 묘책은 없겠죠. 굿을 할 수도 없고. 시기가 이러니까 다음 스텝을 또 기다려야죠.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연출자 하정우가 이런 색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자리매김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올해의 목표를 전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하정우는 "연출자 하정우가 이런 색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자리매김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올해의 목표를 전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그렇기에 이 같은 침체기는 하정우의 '열일' 행보에 제동을 거는 요소가 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브로큰'을 시작으로 자신의 연출작 '로비'와 '윗집 사람들'(가제)를 선보이면서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계속 달려 나갈 계획이다.

'로비'는 연구는 퍼펙트, 비즈니스는 제로, 골프는 더 모르는 창욱(하정우 분)이 스마트 도로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로비 골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스페인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윗집 사람들'은 층간 소음으로 만난 두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작품이다.

현재 '윗집 사람들'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은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원작보다 코미디적인 요소를 좀 더 가미시켰고 '롤러코스터'의 느낌을 많이 넣었다"고 귀띔하며 "현재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올인하고 있다. 그다음 스텝은 문득문득 떠올리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이례적으로 올해 연출작 두 편을 개봉시키게 됐다. 작품들 모두 잘 알려져서 연출자 하정우가 이런 색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자리매김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면서도 "물론 '브로큰'이 시작이다. 부족한 게 많지만 장점을 들여다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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