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어디까지 가봤니①] 라이카시네마, MZ세대 취향 저격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1.20 00:00 / 수정: 2025.01.20 00:00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과 쾌적한 좌석이 장점
"영화 감상을 넘어 새로운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곳"
라이카시네마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연희동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에 위치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라이카시네마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연희동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에 위치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요즘 세대들에게 영화관은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 자체를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도 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을 맞이해 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지녔거나 남다른 가치를 전하고 있는 서울의 이색 영화관 3곳을 직접 경험해 봤다. 또한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당 공간만이 가진 강점도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로 한국 영화계와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비롯한 영화관 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조용히 문을 연 영화관이 있다. 바로 연희동 최초의 예술 영화관 라이카시네마(LAIKA CINEMA)다.

2021년 1월 13일 오픈한 라이카시네마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연희동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최초의 우주개(SPACEDOG) 라이카(LAIKA)에서 따온 것으로, 극장이 들어서 있는 건물 이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영화로 광활한 여정을 떠나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라이카시네마는 코로나19로 한국 영화계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별도의 개관 행사 없이 영화 상영을 시작하며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후 라이카시네마는 관객들에게 국내외 다양한 예술·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스페이스독 내 공간들, 콘텐츠들과 결합해 보다 확장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스페이스독은 지하 1층 상영관, 1층 로비 및 티켓 부스, 2층 카페 모그, 3~4층 스페이스독 스튜디오와 오피스, 옥상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루프탑 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지윤 기자
스페이스독은 지하 1층 상영관, 1층 로비 및 티켓 부스, 2층 카페 모그, 3~4층 스페이스독 스튜디오와 오피스, 옥상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루프탑 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지윤 기자

최근 <더팩트> 취재진은 라이카시네마를 방문해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을 관람했다. 이는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23년에 개봉해 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해 재개봉한 바 있다.

스페이스독은 지하 1층 상영관, 1층 로비 및 티켓 부스, 2층 카페 모그, 3~4층 스페이스독 스튜디오와 오피스, 옥상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루프탑 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에서는 미리 예매한 티켓을 직접 수령하거나 키오스크를 통해 무인으로 발권할 수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내부는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익숙한 영화관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들의 포스터가 한쪽에 LED 화면으로 걸려 있었고, 팸플릿을 비롯해 영화 관련 잡지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어 영화 상영 전후로 공간과 소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하 1층에 한 관 있는 단관극장인 라이카시네마는 총 40석으로, 그중에 한 석은 장애인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영화는 별도의 광고 없이 정시에 시작되며 음료를 제외한 외부 음식은 상영관 내 반입 및 취식이 불가하다.

좌석 자체의 크기와 좌석 간의 간격이 멀티플렉스 일반 상영관보다 넓은 편이라 더욱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푸른 불빛으로 마치 우주선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영화를 보고 나가는 길은 하얀색 계단을 밟고 현실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이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영화를 보고 나가는 것까지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인상을 준다.

평일 기준 성인 티켓 요금은 10000원, 대학생과 청소년은 각각 9000원과 8000원이다. 주말(금, 토, 일, 공휴일)에는 1000원씩 더 비싸진다.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7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상영 전날 예매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40석이라는 작은 규모와 워낙 인기가 있는 영화이기에 단 1석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카시네마 관계자는 고정된 가격으로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박지윤 기자
라이카시네마 관계자는 "고정된 가격으로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박지윤 기자

라이카시네마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라이카시네마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예술 영화와 한국 독립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고 있다"며 "현재 멀티플렉스 3사에 걸리지 않은 것들 위주로 상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좌석 간의 넓은 간격 등 쾌적한 시설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라이카시네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A 씨는 "좌석 시트와 거리 등 신경을 많이 썼다. 또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넣었다. 멀티플렉스에 있는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면 2만 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되는데 저희는 고정된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장르에 따라 관객들의 연령대가 달라지지만, 라이카시네마를 주로 찾는 관객들은 2~30대 여성이라고. A 씨는 "연희동 주민들과 인근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데도 연희동을 구경하면서 겸사겸사 방문하는 관객들도 있다"며 "종종 감독님들도 오신다. 공간 자체가 북적북적하지 않아서 조용히 오셔서 관람하고 가신다"며 "작품에 따라 4~50대 남성분들도 오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 씨는 "예술영화라고하면 씨네필(Cinephile, 영화 애호가)만 즐긴다는 진입장벽을 느낄 수 있는데 새로운 공간 자체에 와본다는 느낌으로 라이카시네마를 찾는 분들도 많다. MZ 세대들의 새로운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라이카시네마를 이용한 20대 여성은 음식물 섭취가 불가하고 다들 조용하게 관람하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지윤 기자
라이카시네마를 이용한 20대 여성은 "음식물 섭취가 불가하고 다들 조용하게 관람하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지윤 기자

<더팩트>는 라이카시네마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괴물'을 관람한 20대 여성 B 씨는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좌석 간의 간격이 넓어서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집과 거리가 가까워서 종종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아무래도 음식물 섭취가 불가해 냄새가 나지 않고 다들 조용히 관람하기 때문에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장점을 전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C 씨는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가 상영해서 방문하게 됐다. 상영관의 규모가 작은데 음향이 좋아서 더 몰입되고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로비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영화를 보고 건물 자체를 빠져나가는 것까지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페이스독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겼다고나 할까. 이런 곳을 새롭게 알게 돼서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20대 여성 D 씨는 "평소 배우 이제훈의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즐겨 보는데 집과 거리가 멀지 않아서 라이카시네마를 오게 됐다"며 "총 40석이고 이 또한 다 차지 않으면 더 적은 인원과 영화를 보는 건데, 소규모 인원이고 음식물 섭취도 안 되다 보니 모두가 한 작품에 몰입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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