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박지현'] 반전 매력 가득한 본체
입력: 2025.01.14 10:00 / 수정: 2025.01.14 10:00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첫 원톱·코미디 도전
"코미디 연기에 갈증 느껴…오아시스 같았던 작품"


배우 박지현이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디어캔
배우 박지현이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디어캔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부터 현실감 넘치는 여사친(여자사람친구)과 재벌집 맏며느리까지, 배우 박지현이 외적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계속 캐릭터 번주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 번째 인터뷰 때 확인할 수 있었다. 타고난 공감 능력과 아직 대중이 발견하지 못한 반전 매력 가득한 본체가 바로 그 비결이었다.

최근 박지현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 개봉을 기념해 <더팩트>와 만났다. 지난해 11월 파격 노출을 감행해 화제를 모은 '히든페이스' 개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났던 그는 차분하면서도 조곤조곤하게 답변을 꺼냈는데, 그로부터 약 두 달 만에 신작으로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 박지현은 시작부터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귀여운 TMI(Too Much Information)도 밝히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더니 "'히든페이스' 때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는 취재진의 말을 듣고 "사실 그때는 진지한 척했고 오늘은 단비를 장착했죠. 작품에 맞게 달라져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고백은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될 인터뷰에서 그가 꺼낼 새로운 이야기와 매력을 기대하기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실제로 단비처럼 발랄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그를 보며 다음에 꺼낼 또 새로운 얼굴과 분위기를 기다리게 됐다.

박지현은 주인공 단비 역을 맡아 데뷔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미디어캔
박지현은 주인공 단비 역을 맡아 데뷔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미디어캔

먼저 박지현은 '히든페이스'에 이어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약 두 달 사이에 두 편의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회를 전했다. 자칫 '해당 캐릭터와 작품의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그는 "연달아 개봉하는 만큼 180도 다른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영화를 미리 본 취재진은 그의 근거 있는 여유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일 개봉한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음란물 단속 공무원인 단비(박지현 분)가 어쩔 수 없이 19금 웹소설을 쓰다 뜻밖의 성스러운 글재주에 눈을 뜨는 재능 발견 코미디 영화로, 현빈·손예진 주연의 '협상'(2018)을 연출한 이종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늘 코미디에 갈증을 느꼈던 박지현은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을 끝내고 SBS '재벌X형사'에 들어가기 전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를 만났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에 매료된 그는 "감독님께 왜 저에게 코미디를 주셨는지 물어봤더니 저희 회사 자체 콘텐츠를 보고 저에게 숨겨져 있는 코믹적인 요소를 끌어내고 싶으셨대요"라며 "제가 평소에 개그 욕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호흡에 확신이 생겼어요"라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극 중 단비는 안정적으로 동화를 쓰기 위해 공무원이 됐지만 사소한 오해로 음란물 단속팀에 들어가고, 사고로 인해 성인 웹소설계 대부 황대표(성동일 분)와 1억 원짜리 노예 계약을 맺으면서 19금 웹소설을 쓰게 된다. 생전 접한 적 없는 장르를 집필하는데 난항을 겪던 단비는 회사 선배 정석(최시원 분)의 응원과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담에 힘입어 어느새 자신도 알지 못했던 성스러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연기한 박지현은 인물의 순수하고 동화 같은 면모부터 19금 웹소설을 쓰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발칙하고 당당한 매력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또 한 번의 변주를 보여줬다. 다만 19금 소재의 적정선을 지키며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선을 조금만 넘어도 불편함과 불쾌함을 넘어 논란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박지현은 이종석 감독을 온전히 신뢰하면서 제 몫을 해내는 것에 집중했다.

박지현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 관해 코미디 장르에 갈증을 느꼈던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미디어캔
박지현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 관해 "코미디 장르에 갈증을 느꼈던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미디어캔

"단비를 귀여우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적정선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제가 잘하면 잘할수록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은 감독님께서 잘 판단해 주셨어요.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에서 영화를 잘 다듬으셨죠. 저는 작품이 선정성보다 단비의 성장코미디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진짜 꿈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에 감동할 수 있지 않을까에 집중했죠. 많은 분이 단비에 공감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토록 원했던 코미디 연기에 처음 도전해 보니 어땠을까. 시작은 어려웠지만 현장에서 첫 번째 관객이 되어준 스태프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장착했다는 박지현은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느껴져서 더 웃기고 싶었어요"라며 "단비는 코믹함이 장착된 캐릭터가 아니라서 저도 주로 베테랑 선배님들의 연기를 관람하는 입장이었는데 현장에 빠져들어서 리액션하는 것만으로도 코미디가 완성되는 느낌이었어요. 실감 나면서도 과장되지 않게, 매번 다른 소리와 표정으로 리액션했죠"라고 회상했다.

이렇게 박지현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첫 원톱이자 코미디 영화를 새겨넣었다. 자신의 얼굴만 담겨있는 포스터를 보고 해당 수식어가 실감 났다는 그는 "그렇지만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최선을 다했잖아요. 영화가 잘된다고 제 덕이 아니고, 잘 못 된다고 제 탓이 아니기에 저만의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맡은 단비가 주된 캐릭터니까 포스터에 혼자 나온 거죠. 물론 부담감이 없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라고 기쁘면서도 부담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MBTI가 INFP(중재자)인 박지현은 실제로 남을 웃기고 싶은 본능이 강하다고. 이날 개그 욕심을 드러낸 그는 "인생의 가치를 웃음에 둬요. 웃음보다 전염이 강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강조하며 "이번 작품이 저도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제 코미디 작품의 시발점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코미디 장르에 갈증을 느꼈던 저에게 오아시스 같았죠"라고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짐작게 했다.

박지현은 어떤 옷이든 잘 입는 배우가 되기 위해 무색무취에 가까워지려고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캔
박지현은 "어떤 옷이든 잘 입는 배우가 되기 위해 무색무취에 가까워지려고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캔

2017년 MBC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박지현은 '곤지암'(2018)으로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어 그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X형사'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여러 결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또한 박지현은 '히든페이스'에서 비밀을 숨기고 빈자리를 꿰찬 미주로 분해 파격 노출과 과감한 연기 변신을 감행했고, 작품은 최근 5년간 개봉한 청불 등급 한국 영화 중 첫 100만 관객 돌파라는 쾌거를 거뒀다.

이렇게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차근차근 입지를 넓힌 지난날을 되돌아본 그는 "사실 별생각이 없어요.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이 오늘만 살거든요"라며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거나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물론 과거에 했던 실수를 놓칠 수 있겠지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장단점이 있지만 당분간은 제 가치관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말해 지나온 길을 곱씹지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는 박지현이다. 그렇다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을 잘 다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그는 "공감 능력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자신하며 "연기는 노력과 재능이 다 필요해요. 그 순간 상대를 봤을 때 느끼는 정서와 감정 등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느낄 때가 있어요. 남들보다 조금 예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이며 앞으로의 각오도 다졌다.

"저는 모든 사람이 다 이해가 돼서 어떤 역할이든 정당성을 빨리 찾아요.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는 의문이 거의 들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든 수월하지만 또 다 이해되니까 삶이 힘들기도 하죠. 또 저는 후회나 좌절을 잘 안 해요. 온전한 저를 100% 보여드린다기보다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그 순간 역할로 임하거든요. 인간 박지현을 납득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어떤 옷이든 잘 입는 배우가 되기 위해 무색무취에 가까워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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