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이어 또 한번 모자 호흡
24일 개봉
신현준(왼쪽)은 주인공 경찰 역을 맡아 김수미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더팩트|박지윤 기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수미가 남긴 마지막 선물 '귀신경찰'이 설 연휴 스크린에 걸린다. 이를 함께한 배우 신현준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가족애를 선사하고자 했던 어머니(김수미)의 바람을 눈물과 함께 전했다.
영화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3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고, 현장에는 김영준 감독과 배우 신현준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김수미의 추모 헌정 영상으로 시작됐고, 신현준은 "어머니가 저희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귀신경찰'은 돈벼락 한 번 못 맞고 때아닌 날벼락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게 된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패밀리 코미디 영화다.
먼저 김영준 감독은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이자 좋은 동료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신현준과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신현준과 대학교가 달랐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저희 학교에서 영화 수업을 듣고 있더라. 그때 알게 됐다"며 "그리고 저는 군대를 갔는데 '장군의 아들'에 캐스팅이 된 걸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제가 감독으로 데뷔할 무렵 신현준이 제 이름을 기억하고 시나리오를 보냈다. 그때부터 인연이 됐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과 신현준은 영화 '비천무'부터 '무영검'과 '마지막선물...귀휴'에 이어 '귀신경찰'까지 4편의 영화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에 그는 "제가 언제까지 영화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계속 신현준을 캐스팅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신현준(왼쪽)은 "김수미 어머니께서 '우리도 행복하고 관객들도 편하게 웃으면서 그 안에서 가족애가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신현준은 레전드 경찰이었지만 한 사건으로 나락 가고, 딸과 함께 엄마한테 얹혀살고 있던 중 날벼락을 맞고 하찮은 능력이 생기는 경찰 민현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작품 개봉을 앞두고 홀로 홍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어머니가 '개봉하기 전에 홍보도 많이 하자'고 하셨는데 오늘 극장에 와서 포스터 앞에 의자가 하나만 놓여있는 걸 보니까 먹먹하더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귀신경찰'은 영화 '맨발의 기봉이'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이어 김수미와 신현준이 세 번째 모자 연기를 선보이는 작품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평소 '맨발의 기봉이'와 같은 작품을 한 번 더 하고 싶어 했던 김수미를 떠올린 신현준은 "어머니께서 '우리도 행복하고 관객들도 편하게 웃으면서 그 안에서 가족애가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귀신경찰'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런 작품이 나왔고, 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설 연휴에 개봉하게 돼서 좋다"고 덧붙였다.
김수미는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순댓국집 사장님이자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오는 모자란 아들과 하나뿐인 손녀와 함께 사는 걸걸한 여장부로 등장해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정준호는 민현준을 나락 보낸 장본인이자 앙숙 양아치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날 신현준은 실제 '찐친' 정준호와 짧지만 강렬한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그는 "정준호가 액션신이 많다는 걸 모르고 캐스팅됐다. 현장에 왔는데 무술팀이 6시간 정도 훈련을 시켰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멋진 액션신이 나와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훈훈함을 안겼다.
故 김수미의 유작 '귀신경찰'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또한 영화는 시즌2를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로 마무리돼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들은 신현준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쉽게 잇지 못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감정을 추스른 그는 "사실 어머니와 처음 작업할 때부터 프랜차이즈 코미디를 염두하고 시작한 작품"이라며 "시즌2에서 어머니가 초능력이 생기는 걸로 시작하기로 했는데 갑작스럽게 떠나시게 돼서 (촬영 분량)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든 스태프가 어머니가 출연하는 장면을 건들지 말자고 해서 원래대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김수미 선생님의 유작이라는 무게감이 있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다.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며 "요즘 크게 즐겁거나 행복한 일이 없는 현실인데 '귀신경찰'을 보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신현준은 "어머니 덕분에 따뜻함을 느끼면서 촬영했다. 어머니를 많이 기억해 주시길 소망한다"고 인사했다.
1949년생인 김수미는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서울 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사인은 고혈당쇼크로 알려졌다. 그가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웃음을 전하게 된 '귀신경찰'은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