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현장] 나훈아 팬들 "형님, 그리울 때 그때 울겠습니다"
입력: 2025.01.12 18:28 / 수정: 2025.01.13 12:14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DOME 라스트콘서트 현장
"영원한 가황님이여, 다시 돌아오라, 영원히 못 잊는다" 눈물


그리울때 그때 울겠습니다. 12일 오후 나훈아의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DOME 주변은 혹한의 추위가 무색할만큼 열기가 후끈했다. /강일홍 기자
'그리울때 그때 울겠습니다'. 12일 오후 나훈아의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DOME 주변은 혹한의 추위가 무색할만큼 열기가 후끈했다. /강일홍 기자

[더팩트ㅣ올림픽공원 KSPO DOME(송파)=강일홍 기자] 가수 나훈아의 고별콘서트 현장을 지키려는 팬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12일 오후 나훈아의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 DOME 주변은 혹한의 추위가 무색할만큼 열기가 후끈했다.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공연장 인근 식당과 카페에는 미리 나온 관객들로 가득찼다. 지방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올라온 원거리 관객들 중 일부는 주최측이 마련한 임시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케이스포돔 정면 광장의 이동식 거대 천막 쉼터 내부에는 수십개의 대형 야외 난방기를 설치해 관객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분위기가 마냥 유쾌해보이지는 않았다. 공연장 밖 곳곳에 나붙은 플래카드만 봐도 마지막 무대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콘서트가 열린 공연장 인근 식당과 카페에는 미리 나온 관객들로 가득찼다. 지방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원거리 관객들 중 일부는 주최측이 마련한 임시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일홍 기자
콘서트가 열린 공연장 인근 식당과 카페에는 미리 나온 관객들로 가득찼다. 지방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원거리 관객들 중 일부는 주최측이 마련한 임시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일홍 기자

'그리울때 그때 울겠습니다' '영원한 전설 가황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가황 나훈아, 영원히 함께하는 가황 나사모' '가황님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 영원히 사랑할게요'

'나사모'(나훈아를 사랑하는 모임)의 막내라고 밝힌 한 팬은 "나훈아 형님이 살아온 이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한번 뱉은 말은 두번 다시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면서도 "비록 공식 무대에서는 떠날지언정 늘 건강한 모습으로 노래와 함께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친구들처럼 보이는 중장년 남성팬들도 눈에 띄었지만, 부부 또는 부녀, 모녀, 자매 등 가족 팬들이 유독 많았다. 다정하게 손잡은 이들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팬심을 읽을 수 있었다.

경기 시흥에서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한 남성팬은 "50년간 팬이었다, 작년 4월 인천에서 가진 첫번째 고별콘서트에 이어 오늘은 마지막이란 생각에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은퇴를 미리 알린 뒤 1년간 마지막 콘서트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후 3시와 저녁 7시30분 두 차례 공연을 끝으로 58년 가요인생을 마감하고 영구히 가요계를 떠난다.

나훈아의 느닷없는 은퇴에 모두가 놀라고, 의외라는 반응을 냈지만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따르고자 한다"는 한 마디 말로 굳건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작년 4월 27~28일 인천 송도컨베시아를 시작으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라스트 콘서트를 진행해왔으며, 지난 10일부터 이날(12일)까지 3일간 서울 공연으로 현역 가수 활동을 마무리한다.

나훈아는 콘서트 때마다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성역 없는 쓴소리를 해온 가수로 정평이 나 있고, 이번 공연에서도 여지없이 혼란한 정국을 초래한 정치권을 향해 따끔한 일침으로 주목을 받았다.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에는 친구들처럼 보이는 중장년 남성팬들도 눈에 띄었지만, 부부 또는 부녀, 모녀, 자매 등 가족 팬들이 유독 많았다. 다정하게 손잡은 이들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팬심을 읽을 수 있었다. /강일홍 기자
이날 공연에는 친구들처럼 보이는 중장년 남성팬들도 눈에 띄었지만, 부부 또는 부녀, 모녀, 자매 등 가족 팬들이 유독 많았다. 다정하게 손잡은 이들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팬심을 읽을 수 있었다. /강일홍 기자

나훈아는 67년 데뷔해 '내 사랑' '약속했던 길'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히트곡을 내며 톱 가수로 군림해왔다.

2006년말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이 언론에 언급되고 네티즌들 사이에 확산되자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그 사이 아내 정수경의 이혼 요구로 장기간 소송 끝에 이혼을 마무리했고, 11년 만인 지난 2017년 7월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공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긴 공백 끝에 컴백한 나훈아는 첫번째 콘서트에서 "잃어버린 꿈과 영혼을 찾아 때묻지 않은 세계 오지를 헤맸다"고 말해 그의 고집스럽고 집념어린 음악 열정에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10년 이상 젊어보일 탄탄한 체력이 뒤받침 돼 컴백 이후에도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왕성한 음악활동을 해왔고, 관객석을 꿰뚫는듯한 이글거리는 눈빛은 그야말로 카리스마의 전형으로 꼽힌다.

박수 칠 때 떠난다. 나훈아의 은퇴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가수로서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훼손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이런 통큰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강일홍 기자
"박수 칠 때 떠난다." 나훈아의 은퇴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가수로서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훼손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이런 통큰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강일홍 기자

나훈아의 은퇴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알고보면 이런 과감한 결행은 나훈아이기에 가능하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다.

60년 가까이 최고 정점을 찍은 주인공이고, 가수로서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훼손되고 싶지 않은 그의 자존심이 이런 통큰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다. '물들어올 때 노젓는다'는 말과 상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의 라스트콘서트는 가수 본인한테는 '마지막 약속'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팬들한테는 더큰 아쉬움과 서운함, 안타까움이 교차 순간이 됐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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