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동욱, 특별출연 그 이상의 '하얼빈'
입력: 2025.01.11 00:00 / 수정: 2025.01.11 00:00

안중근과 갈등을 겪는 독립군 이창섭 役 맡아 열연
"한 발 뒤에서 새로운 경험했던 현장…좋은 자극을 많이 느꼈죠"


배우 이동욱이 영화 하얼빈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배우 이동욱이 영화 '하얼빈'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늘 작품의 1번인 배우 이동욱이 '하얼빈'에서 짧고 굵은 활약을 남기며 가장 마지막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보면서 신선한 자극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됐고, 작품과 관객들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특별출연' 그 이상의 값진 결과물을 안길 수 있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하얼빈'(감독 우민호)에서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동욱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날 기준으로 영화가 4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에 관해 "극장에 오기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으실 텐데 많이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나머지는 현빈이 할 것"이라고 재치 있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작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리는 첩보 액션 대작으로,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준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동욱은 안중근과 갈등을 겪는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CJ ENM
이동욱은 안중근과 갈등을 겪는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CJ ENM

먼저 이동욱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인상 깊게 봤다는 우 감독으로부터 '이창섭을 통해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이렇게 작품을 받게 된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안중근(현빈 분)과 독립을 향한 목표는 같지만 방식을 달리하는 게 마음에 들었죠"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이창섭은 안중근과 대립하지만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은 같은 독립군이다. 도전을 즐기는 이동욱에게는 새로운 결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아닌, 실제 역사를 다루는 만큼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이 오롯이 잘 표현되길 바라는 진심만 가득했다.

자신을 통해 안중근의 인간적인 고민과 고뇌가 잘 보이길 바랐다는 그는 "'무력투쟁을 해서라도 우리가 이겨야지'라는 이창섭과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도 많았겠지만 이와 다른 안중근의 방식이 지금껏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그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게 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하얼빈' 팀은 '우리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솔직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이에 이동욱은 "20대 초반에 가족을 뒤로하고 내 목숨을 걸 수 있었을까요? 저는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때 몸을 던진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거니까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동욱은 디테일이나 중요하게 갖고 가야될 부분이 있으면 잘 타협하지 않는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현빈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CJ ENM
이동욱은 "디테일이나 중요하게 갖고 가야될 부분이 있으면 잘 타협하지 않는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현빈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CJ ENM

앞서 그는 '하얼빈'을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현빈과의 호흡을 꼽았다. 그동안 현빈의 결과물을 수도 없이 보면서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더욱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동욱은 "(현빈은) 진중하고, 디테일이나 중요하게 갖고 가야될 부분이 있으면 잘 타협하지 않았어요. 배울 점이 많았죠"며 "현빈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그의 부담감을) 느껴졌어요. 모두가 중압감과 무게감을 갖고 임했지만 그중에서도 현빈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다른 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춘 소감을 말했다. 이동욱은 "재명이형은 드라마 '라이프'를 하면서 의지를 많이 했고 우진이형은 '도깨비'를 같이 했지만 딱 한 신만 만나서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해서 좋았어요"라며 "정민이는 개인적으로 팬이었어요. 그가 하는 연기를 보면서 함께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고, 여빈 배우는 지독하고 끈질기게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동욱에게 '하얼빈'은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만큼, 늘 자신이 앞장서서 이끌어가던 촬영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을 줬다. 그는 "함께한 동료 배우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이번에 한 발 뒤에서 보면서 새로운 경험과 신선한 느낌, 좋은 자극을 많이 느끼는 작업이 됐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이동욱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작품이 개봉하게 된 것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기자님과 같은 심경이었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한 그는 "인생사 알 수 없고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인 것 같아요. 개봉 시기는 3~4개월 전에 미리 잡는데 이런 시국과 맞물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요.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저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살아가야 하니까 관객들과 만나면서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반응을 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동욱은 제 신념은 저와 함께 작품을 한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예원 기자
이동욱은 "제 신념은 저와 함께 작품을 한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예원 기자

그런가 하면 유튜브 채널 '뜬뜬'의 콘텐츠 '핑계고'와 관련된 질문도 많이 받은 이동욱이다. 개봉 2년 전부터 해당 채널에서 꾸준히 '하얼빈'을 홍보했던 그는 "처음에는 재미를 위해서 했는데 하다 보니 진심이 됐어요. 저처럼 홍보 오래 하는 배우가 어딨냐"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번 해가 아니어도 언젠가 ('핑계고') 대상은 또 한 번 받고 싶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상을 별로 안 받았는데 '핑계고'로만 작품상을 2년 연속 받고 대상도 받았거든요. 그때 트로피들은 집에 잘 전시 중"이라고 웃음을 안겼다.

이렇게 꾸준한 작품활동은 물론 토크쇼 MC에 도전하고 유튜브와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는 이동욱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처럼 팬 소통 플랫폼도 잘 활용하고 있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 같은 행보를 되돌아본 그는 "재밌는 게 좋고 직업적 의무까지는 아니지만 배우의 소양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에 나가서 이야기하고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대중이 저의 활동을 보면서 즐거움과 마음의 위안을 얻는 방향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활동을 어려워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큰 부담도 없어요"라고 전했다.

1981년생인 이동욱은 1999년 MBC '베스트극장 - 길밖에도 세상은 있어'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연기를 하면서 산 세월이 그렇지 않은 시간을 넘어섰고, 수많은 데이터를 쌓으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음에도 할수록 연기가 어렵고 책임감은 커지는 그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이동욱이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함께 작업하는 만큼 그들을 대표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잘 됐으면 좋겠는 마음이에요. 저와 작품을 함께한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 제 신념이거든요"라며 "물론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어렵지만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영광일 뿐 현재를 살지 않으면 도태되잖아요. 지금을 이끄는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취향이고, 어떤 걸 원하는지 파악하면서 현재를 알려고 노력하고 있죠"라고 강조해 앞으로의 다채로운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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