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비트닉 창립…유태오, 1호 아티스트 영입
"제가 생각하는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것"
최근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을 창립한 니키리 대표가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으로 소개되는 니키리의 수식어에 또 다른 직업이 추가됐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확장시킨 니키리 대표다.
니키리 대표는 최근 서울 이태원동 한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회사의 방향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7월 프레인의 창립자인 여준영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은 매니지먼트 회사를 오픈한다"며 "아티스트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리들할 공동창립자이자 이 회사의 대표는 니키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니키리 대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시작 소식이 가시화됐다.
이후 10월, 남편이자 배우인 유태오가 기존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와 전속계약을 만료하고 니키리 대표가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에 새 둥지를 틀게 되며 1호 아티스트가 됐다.
니키리 대표를 만나 비트닉 오픈 소식에 축하를 건네며 새로운 도전의 계기를 물었다. 그러자 니키리 감독은 "사실 도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거창하다"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시기와 운이 잘 맞았던 것 같다"며 "태오가 매니지먼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우연히 여준영 대표님을 알게 됐고 우리를 좋게 본 여 대표님이 레이블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제안했다. 마침 태오가 해외 활동도 하다 보니 그를 위한 기획사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 때였다. 다만 급하게 진행할 생각은 없었는데 여 대표님의 제안을 계기로 급격히 물살을 타게 됐다"고 돌이켰다.
유태오로 시작하게 된 계획이었지만 오래전부터 니키리 대표의 마음속에는 매니지먼트 사업에 대한 소신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소속사를 창립한 뒤에는 이 회사를 어떤 회사로 만들지 구체적인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단다.
니키리 대표가 엔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신인'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매니지먼트의 꽃은 신인 발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니키리 감독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기자에게 "원석을 알아보는 눈이 정말 뛰어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에 니키리 대표는 "내 작은 능력 중 하나가 신인배우를 봤을 때 잘될 것 같은 느낌이 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본능적인 직감이 있는 편"이라며 "이 능력을 마음껏 쓸 수 있다면 재밌지 않겠나. 일례로 보석을 미리 발견해서 가공하는 것처럼 신인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들을 애정하다 보니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오지랖이 발동할 때가 많아요. 사실 태오가 긴 시간 무명으로 지냈잖아요.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 신인 배우들의 마음과 간절함을 잘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재능 있는 배우들을 보면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고요. 다만 재차 말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조건은 '재능'과 '빛'이 나야 한다는 점이요. 사실 업계에 얼마나 많은 신인들이 있어요. 그들 모두에게 마음이 가는 건 아니에요.(웃음)"
니키리 대표가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며 중요하게 보는 배우의 덕목으로 '인성'을 강조했다. /장윤석 기자 |
이에 더해 니키리 대표는 '인성'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인성은 간단하다. 예술가라면 마음속에 어떤 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보편적인 인성을 갖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일을 성실히 해낼 수 있는 힘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성실히 임할 수 있는 힘 등을 말하고 싶다. 이런 인성을 갖춰야만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니키리 대표의 능력을 높게 산 사람들은 일찌감치 그에게 투자 제안을 하기도 했을 터다. 그럼 상황 속에서 니키리 대표가 여 대표와 손을 잡은 이유도 궁금했다. 이에 니키리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여 대표님이 바라보는 소속사의 모습이 내가 바라보는 소속사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유태오라는 배우를 갖고 싶다고 표현할 만큼 애정을 준다는 점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여 대표의 경험에서 쌓인 노하우도 한몫했다. 니키리 대표는 "사실 태오의 옆에서 일을 해왔지만 그렇다고 회사 자체를 운영한 건 아니지 않나. 어떤 전략을 짜고 신인배우를 캐스팅할 수는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때문에 내겐 단단한 시스템이 필요했고 여 대표는 이러한 점에서 든든했다. 또한 엔터 업계가 1, 2년 투자한다고 해서 바로 실적이 안 나올 수도 잭팟이 터질 수도 있지 않나. 여 대표님은 이러한 롤러코스터 같은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했다"고 전했다.
"다 떠나서 대표님이랑 저랑 멋지고 간지나는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가 통했어요. 물론 사업이니까 돈을 벌어야겠지만 그래도 돈을 위해서 사업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맞고 재밌는 걸 하다 보면 돈도 따라오겠지라고 생각하는 에너지가 같았죠."
니키리 대표가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을 세우게 된 과정을 밝혔다. /장윤석 기자 |
사명인 '비트닉'은 본인들의 개성을 추구하고 그 시대 사회 구조에 저항했던 문학인과 예술가 그룹을 뜻하는 '비트 세대'에서 따왔다.
이와 관련해 니키리 대표는 "나랑 태오가 비트 세대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간지가 매력적이다. 당장의 상황에서 갇혀 있지 않고 새롭게 확장하려고 하고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회사의 색깔도 비트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트 세대의 이름을 따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들으니 비트닉의 방향성 혹은 추구하는 지점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니키리 대표는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소신을 전했다. 그는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좋아해야 나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한다는 건 다시 말해 내가 봤을 때 가능성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기준을 두는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내가 끌리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회사 자체를 키워서 상장을 하고 대형회사를 만드는 것에는 크게 목표가 없다. 다만 알토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더 나아가 욕심일 수는 있지만 4~5명의 소수와 함께하더라도 그들이 모두 스타였으면 좋겠다. 다른 말로는 내가 함께하는 배우들을 스타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니키리 대표는 사진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 '로그 인 벨지움' 등을 통해 영화 감독으로서도 역랑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대표가 아닌 니키리 감독의 예술 활동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언제나 다 열려있다. 지금도 페인팅을 하고 있고 써둔 시나리오도 있으며 앞으로도 쓰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내가 대표로서 사무실에 출근한다고는 하지만 실무를 보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아직까진 여유 시간이 많기도 하다. 혹시 마음에 드는 신인이 생긴다면 같이 작업해 볼 수도 있지 않나. 예술가로서도 계속해서 작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키리 대표가 본인이 생각하는 정체성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장윤석 기자 |
이쯤 되니 니키리 대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니키리 대표의 답변을 듣자 이 궁금증은 단편적인 것밖에 보지 못하는 기자의 짧은 식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키리 대표는 "내가 생각하는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계속 바뀌고 변화할 수 있는 유기물 같은 성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모두가 너무 정체성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체성이라는 테두리를 새겨 본인은 어떻다고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로 나만 해도 10년 전과 지금의 성격이 다르지 않나. 그러면서 정체성도 계속해서 변하는 것 같다. 예술가의 니키리도 회사 생활하는 니키리도 내 정체성의 일부인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네가 아트를 하고 창작자이기도 한데 서포팅하는 매니지먼트 역할이 맞겠느냐고 우려하더라고요. 제 생각은 달라요. 전 소속사 배우도 제가 창작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태오에 관해서도 내조와 서포트를 잘했다고 말씀해 주지만 전 제가 태오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빚은 저의 작품이에요. 이렇듯 보석과도 같은 사람들을 다듬어 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일종의 창작 활동이 아닐까요.(웃음)"
최근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을 창립한 니키리 대표가 앞으로의 계획을 귀띔했다. /장윤석 기자 |
비트닉의 단단한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단 1호 배우인 유태오의 해외 활동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앞서 유태오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 제77회 영국 아카데미상시상식(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미국 골드하우스가 발표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100인 'A100'에도 선정되는 등 전 세계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뿐만 아니라 유태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크루트 시즌2' 주연으로서 현재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영화 '카로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올해 중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카로시'의 경우 '존윅' 제작사 87 일레븐 엔터테인먼트의 새 액션 스릴러물인 만큼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니키리 대표는 "아무래도 태오는 1년 중 대부분은 해외에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조만간 작품 프레스 투어를 돌기도 하고 영화 촬영이 계속해서 잡혀 있다. 난 그동안 회사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놓고 싶다"며 "동시에 신인을 찾아다니고 있다. 버젓이 직원들이 있는데 냅두면 아깝지 않나(웃음). 괜찮은 신인 한 명만 찾아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니키리 대표는 기획사를 차리고 대표가 됐다고 해도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응원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예술가가 엔터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예술은 뒷전이고 사업만 한다고 바라볼 수도 있어요. 반대로는 예술하던 사람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느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죠. 다만 전 예술가로서의 제 모습에 엔터를 운영하는 모습까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태오의 곁에서 해왔던 일의 연장선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는 누군가의 뒤에서 비공식적으로 했던 것들을 공식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라는 사람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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