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이후 관객들도 들뜬 축제 분위기 대신 '차분함' 유지
콘서트 진행은 연쇄적인 '파생 피해' 최소화 하기 위한 고육책
임영웅 리사이틀이 진행되고 있는 고척스카이돔 주변은 1주일전 축제를 방불케하는 들뜬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공연장 밖 광장에 펼쳐지는 춤과 노래가 사라졌고 대신 관객들은 주변 카페나 쉼터 등에 삼삼오오 모여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강일홍 기자 |
[더팩트ㅣ고척스카이돔(구로)=강일홍 기자] 임영웅 리사이틀이 진행되고 있는 고척스카이돔 주변은 1주일전 축제를 방불케하는 들뜬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2일 오후 다시 찾은 고척스카이돔은 공연을 앞두고 팬들이 광장에서 펼치는 춤과 노래, 음악이 사라졌고 대신 관객들은 주변 카페나 쉼터 등에 삼삼오오 모여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서도 왁자지껄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무안국제공항 사고 이후 달라진 분위기다. 국가애도기간임을 감안한 영웅시대 팬들이 일심동체가 돼 자발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이끌었다.
울산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올라온 한 여성관객은 "1년을 넘게 애타게 기다렸던 콘서트를 못볼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다"면서 "공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지만, 가수와 함께 숙연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올라온 한 여성관객은 "공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지만, 가수와 함께 숙연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임영웅 포토존. /강일홍 기자 |
제주항공 사고는 첫주 공연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발생했고, 임영웅은 당일 공연 도중 고인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예정된 새해 공연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소속사는 12월31일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분들과 공연 준비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 그리고 관계자분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현장에서 만난 영웅시대 팬들은 이 결정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항공사고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지만 팬과의 약속도 중요하다' '공연을 취소하는 것보다 애도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게 더 소중한 일이다' '가수도 천번만번 취소하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더 마음이 아프다.'
2일 오후 관객들(사진 아래)이 지하철 구일역을 통과해 공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영웅 리사이틀'은 지난 연말 마지막주 사흘간 펼쳐졌고, 2일부터 내일 금요일과 모레 토요일까지 이어진다. /강일홍 기자 |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 고척스카이돔 안팎의 각종 설치물과 오랫동안 준비해온 스태프들의 생계형 인건비, 지방에서 올라오는 수백대의 대절버스를 취소해야하는 상황, 심지어 해외에서 가족들과 귀국해 호텔 생활을 하며 공연을 기다린 관객들까지.
공연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연쇄적으로 뒤따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얘기다. 임영웅 콘서트는 사흘 공연에 티켓 매출액만 어림잡아 90억원에 달한다.
또 주최측으로선 여러 고려사항 중 통상 6개월전 또는 1년전 결정되는 공연장 대관 등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결국 취소할 수 밖에 없다면 주변인들에게 엄청난 '파생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은 지난 연말 마지막주 사흘간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졌고, 2일부터 내일 금요일과 모레 토요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