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감독 "콜롬비아 이미지 훼손 우려 NO…현실적인 소재에 집중"
12월 31일 개봉
배우 송중기가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2024년 마지막 날 관객들을 찾는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송중기가 '보고타'로 2024년의 마지막 날을 장식한다. 낯설고 생경한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연말연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의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가 참석해 질의응답에 임했다.
작품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소수의견'을 연출한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국희 역을 맡은 송중기(오른쪽)는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해 보지 않았던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
먼저 김성제 감독은 "'보고타'는 머나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줄 알았지만 작은 공동체에 갇혀 욕망과 갈등, 우정과 배신을 겪는 인물들을 영화적으로 극화하면서 익스트림하게 담으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한 소년부터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30대 청년까지, 한 인물의 긴 서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다채로운 얼굴을 꺼낸다.
호기심으로 작품을 택했다는 송중기는 "평소에도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해 보지 않았던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며 "그리고 스페인어로 연기를 하면 어떨지도 궁금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다만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보고타'가 송중기의 전작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과 비슷하다는 감상평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송중기는 "'보고타'를 찍고 4년 반이 지난 후 '로기완'을 만났다"면서도 "드라마와 영화를 왔다 갔다 하는 게 제 밸런스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판타지를 안겨드릴 수 있는 걸 선택하는 편이라 감정적으로 스산한 걸 하지 않고 영화는 제 취향을 고집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제가 출연하는 영화들의 정서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우 송중기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그러면서도 그는 "'로기완'과 '화란'에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의욕이 없거나 삶의 주체 의식이 없는 편이었다면 국희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의지가 확고한 인물이었다. 욕망덩어리"라고 차별화된 점을 강조했다.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연기한 이희준은 "'수영이가 왜 이렇게 국희를 마음에 들어 할까?'를 계속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쓰여있지 않아서 그 감정을 계속 고민했다"며 "직감적으로 끌리고 좋으니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여기에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로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으로,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으로, 김종수는 국희의 아버지 근태로 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콜롬비아 현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소화한 김종수는 "낯선 환경이 작품을 끌어가는 큰 힘이 됐다. 스태프들이 많이 준비해 줘서 촬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박지환은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회상했다.
배우 박지환과 이희준, 김성제 감독, 배우 권해효, 김종수, 송중기(왼쪽부터)가 함께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서예원 기자 |
그런가 하면 이날 '영화에 담긴 콜롬비아를 보면서 관객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취재진의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감독은 "구설에 휘말릴까 봐 걱정한 건 없다"며 "영화 속에서 제가 설정한 시간 이전의 10년 정도는 실제로 보고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장르적 허구를 부리려고 애쓴 것은 아닌데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보다는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서사와 갈등을 다뤄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송중기는 "제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라서 와이프의 가족들은 거기서 지내고 있다"며 "작은 지식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런 이미지들을 조금 걷어내고 싶어서 현지에 계신 분들도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제가 지낸 콜롬비아는 흥과 정이 많다. 굉장히 즐겁게 지낸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중기는 "저희 작품이 2월까지 걸려있었으면 좋겠다"고, 권해효는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에 압도되는 지금인데 사람을 다루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박지환은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남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된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