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2~30%의 후반작업을 진행한 '원정빌라'도 상영
CGV는 '엠호텔' '원정빌라' '나야, 문희'(왼쪽부터)까지 다양한 형식의 AI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작품 포스터 |
[더팩트|박지윤 기자] 국내 멀티플렉스 3사 중 한 곳인 CGV가 다양한 형식의 AI(생성형 기술)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면서 극장에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CGV는 국내 극장 최초로 AI 단편영화 '엠호텔'(감독 정창익)과 후반 작업의 2~30%를 AI로 처리한 '원정빌라'(감독 김선국)를 스크린에 걸었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국민 배우 나문희가 AI 유니버스에서 무한 데뷔하는 '나야, 문희'(감독 박원표·유지천·원경혜·이정찬·정은욱)도 개봉한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AI 영화들로 관객들을 찾고 있다.
먼저 '엠호텔'은 지난 11일부터 강남과 왕십리, 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20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관객들은 1000원으로 해당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엠호텔'은 평생 신세 한탄만 하던 노숙자가 호텔 열쇠를 우연히 줍게 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6분 31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인생에 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엠호텔'은 베니스 AI 국제 필름 어워드 Official Selection과 칸느 월드 필름 페스티벌 Best AI Film Winner, 뉴욕 AMT 필름 페스티벌 Best AI Film Winner 등 유수의 국제 AI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또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BIAIF)' 상영작으로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현우(위쪽)와 문정희가 주연을 맡은 '원정빌라'는 후반 작업 2~30%를 AI 처리하면서 약 30%의 제작비를 절감했다. /㈜스마일이엔티 |
지난 4일 스크린에 걸린 이현우·문정희 주연의 '원정빌라'도 후반 작업의 2~30%를 AI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품은 교외의 오래된 빌라, 어느 날 불법 전단지가 배포된 후 이로 인해 꺼림직하게 된 이웃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포물이다.
'원정빌라'의 제작진은 후반 작업의 2~30%를 AI로 처리하며 약 30%의 제작비 절감 효과를 실현했다고. 이는 적은 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제작 방향성을 제시했다.
배급사 ㈜스마일이엔티에 따르면 '원정빌라'에서 AI는 본편 편집을 비롯해 음악 제작과 엔딩 타이틀 등 다양한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키치한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전달하는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본편에 등장하는 총 네 번의 챕터 이미지와 엔딩 시퀀스에 등장하는 이미지 효과는 작품의 미스터리를 배가시키면서 AI 기술을 통해 탄생한 명장면들로 꼽힌다.
음악에서도 AI 활약이 돋보였다. 전체 본편의 가이드 음악이 AI 기술로 시작됐는데, 영화의 내용과 콘셉트를 기반으로 입력값을 설정해서 AI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된 톤과 분위기의 영화음악을 구현하는 데 일조했다.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영화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강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더한다.
'나야, 문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이자 밈 트렌드를 이끄는 배우 나문희의 국내 최초 AI 무한 데뷔 유니버스를 그린 영화다. /CGV |
'나야, 문희'는 국민 배우이자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배우 나문희의 국내 최초 AI 무한 데뷔 유니버스를 그린 영화다. 'AI 단편영화 공모전' 출품작 중 '쿠키게임' '나문희 유니버스' '지금의 나, 문희' 'DO YOU REALLY KNOW HER(두 유 리얼리 노우 허)' '산타 문희' 등 5편이 담겼으며 러닝타임은 17분 29초, 티켓 가격은 3000원이다.
'쿠키게임'은 커피숍에서 벌어진 쿠키로 인한 사소한 갈등이 인간과 AI의 감정적 경계를 탐구하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다. '나문희 유니버스'는 15년 젊어진 나문희가 그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배역을 맡아보며 벌어지는 사건을, '지금의 나, 문희'는 젊음의 불안과 나이 듦의 후회 속에서 ‘지금’이라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나문희의 내면적 여정을 담았다.
'DO YOU REALLY KNOW HER'는 미스터리한 정체의 나문희를 추적하던 CIA 요원 카터가 상상조차 못 했던 진실과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산타 문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노인을 위한 산타 할머니 나문희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선물하며 마음속에 꿈과 설렘을 피워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엇보다 '나야, 문희'는 가상 인간을 주인공으로 했던 기존의 AI 영화들과 달리 실제 배우의 초상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AI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감독 5명의 페르소나로 재탄생한 나문희는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AI로 날개를 단 기분"이라며 "촬영과 녹음 없이 영화를 만들어낸 건 처음이다. 촬영 초기에는 소리가 안 나와서 당황했는데 내가 이 소리에 대한 에너지가 아직 있다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그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그냥 이렇게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도전하는 게 정말 좋았다"며 "모든 아이디어가 다 좋았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조차 행복했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활동하고 싶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렇게 CGV는 AI 단편영화부터 AI로 후반작업을 하며 제작비 절감 효과를 실현한 작품과 실제 배우의 초상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AI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극장에서 '엠호텔'을 관람했다는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다른 영화를 보러왔다가 러닝타임도 짧고 티켓 가격도 1000원이라서 관람했다. AI 단편영화만 보러 영화관에 오지는 않을 것 같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중간에 보기 좋을 것 같다"며 "AI 영화가 나오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관람하게 되서 신기했고 작품도 신선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짧은 러닝타임의 AI 영화가 개봉한다면 또 보러올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