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알고도 보게 되는 맛…우리의 '1승'을 응원해
입력: 2024.12.09 00:00 / 수정: 2024.12.09 00:00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국내 최초 배구 소재 영화

4일 개봉한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그리고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4일 개봉한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그리고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더팩트|박지윤 기자] 마치 경기장에 온 듯한 박진감 넘치는 배구 경기부터 배우들의 다채로운 '케미'와 우승보다 값진 우리들의 1승을 응원하는 힘까지. 이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1승'이 12월 극장가에 강스파이크를 날릴 준비를 마쳤다.

4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그리고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하나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동주'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휩쓴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위쪽)는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감독 김우진 역을, 박정민은 1승 시 상금 2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관종 구단주 강정원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위쪽)는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감독 김우진 역을, 박정민은 1승 시 상금 2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관종 구단주 강정원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송강호 분)은 어린이 배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폐업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렇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그는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박정민 분)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과 팀워크는 이미 해체 직전 상태다. 마음먹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재벌 2세 프로 관종(관심 종자)인 그가 배구 지식은 전무하지만 해체 직전의 '핑크스톰'을 싸다는 이유로 인수한 것.

그리고 막장과 신파 그리고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우진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핑크스톰'이 딱 한 번이라도 1승을 하면 20억 원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우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정원의 막무가내 공약을 듣고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는 우진은 1년만 무사히 넘기면 대학교 대표팀 감독직을 시켜 준다는 박단장(박명훈 분)의 말을 듣고 '핑크스톰'의 감독이 된다.

이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반전은 없었다. '핑크스톰'은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가고,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은 점점 울화통이 치밀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과연 우진은 경험과 가능성이 없는 선수들과 함께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1승을 향해 달려가는 핑크스톰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의 1승을 응원한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1승을 향해 달려가는 '핑크스톰'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의 1승을 응원한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반전 없이 모두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말에 도달한다.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는 보는 이에 따라 장점이나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를 알고도 메가폰을 잡은 신연식 감독은 인물들의 개인 서사를 설명하는 시간을 과감하게 줄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현장감 넘치는 배구 경기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연출을 보여준다.

한 번쯤 스포츠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는 신 감독은 1승조차 어려운 팀 '핑크스톰'의 기막힌 도전을 통해 인생에서 단 한 번의 1승을 쟁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1승을 향해 달려가는 '핑크스톰'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의 1승을 응원한다. 그렇기에 '핑크스톰'이 1승을 거머쥐는 뻔한 결말을 마주하고도 유쾌하고 통쾌하면서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진다.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송강호는 배구 감독 김우진을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인물로 그려냄과 동시에 예상보다 높은 웃음 타율을 기록한다. 박정민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을 환기시키고, 장윤주를 비롯한 '핑크스톰' 선수들로 출연한 이들은 통통 튀는 각기 다른 매력을 장착하고 코트 위를 누비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특별출연한 조정석과 배구 선수 김연경을 비롯해 1990년대 남자배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김세진과 신진식 감독, 전 국가대표 배구선수이자 현재 해설가로 활약 중인 한유미와 이숙자가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각 캐릭터의 서사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만큼, 전개나 인물의 감정 변화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과 박진감 넘치는 배구 경기가 만나 유쾌하면서도 뜨거운 응원의 힘까지 안고 극장가를 나설 수 있는 확실한 매력을 가진 '1승'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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